26일 오전 7시32분께 경남 밀양시 가곡동의 세종병원이 화마에 휩싸이면서 한순간에 지옥으로 변했다.
화재가 발생한 병원 건물 1층은 흔적을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검게 타 있었다. 매캐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검은 연기에 그을린 흔적도 눈에 띄었다. 영하 10도에 이르는 강추위로 주변 도로에는 화재진압 당시 뿌린 물이 얼어붙기도 했다.
화재가 발생한 세종병원 인근은 말 그대로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주변에서 아수라장이 된 화재현장을 지켜보던 주민들은 안타까운 표정을 지으며 발을 동동 굴렀다.
주민 김효민(25·여)씨는 "제천에 이어 한 달여 만에 밀양에서도 불이 나 가슴이 아프다"며 "또 큰 불이 날까봐 두려운 마음이 진정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사망자 명단을 바라보며 울먹이는 주민들도 있었다.
주민 박진만(62)씨는 "끔찍한 사고에 할 말을 잃었다"며 "눈앞에 보이는 병원에서 많은 사람들이 사망했다고 하니 너무 참담하다"고 했다.
이날 아침 불이 나자 곧바로 집밖으로 뛰쳐나와 환자들을 구한 주민도 있었다.
이씨는 "1층 응급실에서 까만 연기가 나오더니 불이 확 번졌다"며 "불길을 보는 순간 환자들을 구해야겠다는 생각만 들었다"며 긴박했던 상황을 설명했다.
한편 소방당국은 이날 발생한 화재로 인한 사망자를 37명으로 파악했다. 사망자는 대부분 병원 1층과 2층에서 발생했다.
병원으로 옮겨진 환자 중 중상자가 10여 명에 달해 사망자는 더 늘어날 수도 있다는 게 소방당국의 설명이다.
부상자는 현재 밀양시 인근 8개 병원으로 분산돼 치료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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