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성동구에 위치한 복합문화공간 마리몬드 라운지에서 만난 윤홍조(33) 대표는 마리몬드에 대해 간단히 설명했다. 마리몬드는 위안부 할머니들의 인생을 조명한 플라워 패턴을 만들어 폰케이스, 의류, 문구류, 액세서리 등 각종 디자인 제품에 적용해 판매하는 업체다. 윤 대표는 “일상에서 부담 없이 사용할 수 있는 디자인을 제품에 적용해 할머니들을 기억하고 존경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목표”라고 소개했다.
사회적 기업 성격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비즈니스 측면에서 한계가 있을 거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마리몬드는 2012년 설립 이후 5년 만에 100억원에 가까운 연매출을 달성했다.
가장 인기 있는 제품은 스마트폰 케이스. 윤 대표는 “(스마트폰 케이스는) 꺼내놓거나 보여지게 되는 액세서리이고 스마트폰에 개인정보가 많이 담기면서 사람들이 자신과 동일시 하게 됐다”면서 “(인기가 많은 건) 꾸미는 것을 통해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릴 수 있게 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소비자들이 스마트폰이라는 정체성이 부여된 물건을 통해 자신이 가치 소비를 하는 사람이라는 점을 알리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마리몬드의 폰케이스는 2015년 초 걸그룹 미쓰에이의 수지가 사용한다고 알려져 화제가 됐다. 윤 대표는 “예상치 못한 부분이었는데 그 영향으로 매출이 반등했다”면서 “고객들이 많이 알게 돼서 감사한 일”이라고 말했다.
윤 대표는 원래 창업보다는 안정적인 삶을 원했다. 하지만 우연히 접하게 된 대학동아리 활동을 통해 위안부 할머니들을 만나면서 그의 삶은 달라졌다. 고려대 출신인 윤 대표는 학내 지역사회 비즈니스 모델 구상 동아리 ‘인액터스’ 활동을 하면서 할머니들을 알게 됐다. 이 동아리는 학생들이 다문화 문제, 위기 청소년 문제 등 지역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비즈니스 프로젝트를 구상하고 대기업이나 중견기업들의 후원을 받는 형태로 운영됐다. 윤 대표는 “할머니들을 만나지 않았으면 창업 안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일반적인 스타트업과 마찬가지로 윤 대표도 사업상 여러 난관을 겪었다. 그는 “아무래도 시작하는 기업이다 보니 퀄리티나 서비스에서 원하는 수준을 못 맞추는 경우가 있었다”면서 “지금은 전문가들이 입사해서 많이 해결 됐다”고 전했다.
마리몬드는 영업이익의 최소 50% 이상을 할머니들을 위해 활동하는 단체에 기부하고 있다. 전달된 기부금은 나비기금, 캠페인경비, 할머니들의 생활 복지, 역사관 건립 등 다양한 사업에 활용된다. 2012년 10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전달 완료금액만 16억원이 넘는다.
‘아무것도 없는’ 대학생이 창업을 할 수 있었던 건 창업 진흥 기관의 도움이 있었기 때문이다. 윤 대표는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의 한국사회적기업가 육성프로그램을 통해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는 금액을 지원 받았다”고 전했다. 윤 대표에 따르면 이 프로그램은 1년에 300~500기업을 뽑아 최소 2000만~3000만원 가량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에서 잠재력이 크다고 평가받은 20~30개 기업은 정몽구 재단을 통해 추가적으로 1년간 9000만원 정도 지원을 받았다. 마리몬드는 이 기업 중 한 곳으로 선정돼 지원금을 받아 디자이너 채용, 생산 작업 등을 진행 할 수 있었다.
윤 대표는 앞으로 가치 소비 시장이 더욱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의미 부여 소비에 대해 지불 용의가 커지는 현상이 생기고, 누군가와 공감하고 싶거나 문제해결에 참여하는 시장이 더 커질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동시에 퀄리티 측면에서 영리기업보다 더 뛰어난 퀄리티를 추구하게 되면 사회적 기업 시장 자체의 벽이 없어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윤 대표는 “할머니들을 ‘동반자’라고 하는데, (이분들이) 항상 말씀하셨던 게 평화로운 세상에서 아이들이 살아야 한다는 그런 가르침”이었다면서 “학대피해아동 같은 ‘동반자’를 늘릴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어 “아직까지 일본군 위안부 문제가 정치적 문제라는 프레임이 있는데 사실 아시아태평양 지역 인권 문제”라며 “그 나라들과 함께할 수 있는 방법을 찾으면 (위안부 문제는) 인권문제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윤 대표는 스타트업을 시작하려는 사람들에게 따끔한 충고도 내놨다. “지금 취업이 어렵기 때문에 창업을 권장하는 분위기인데, 취업을 위한 창업이 되면 안 된다”면서 “창업 이유가 명확할 때 그 과정에서 위기가 와도 포기를 안 하게 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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