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하철 무기계약직 "정규직 단계전환 아쉽지만 환영"

기사등록 2018/01/02 16:54:58

【서울=뉴시스】임재희 기자 = 서울교통공사 노사의 무기계약직 전원 정규직 전환 합의에 당사자인 무기계약직 노동자들이 환영을 뜻을 나타냈다. 하지만 근속기간에 따른 순차 전환 방식에는 아쉬움을 드러냈다.

 앞서 서울시는 공사 노사가 지난해 12월31일 승강장안전문 보수와 전동차 검수지원, 모터카·철도장비 업무 등 무기계약직 노동자 1288명 전원을 정규직(일반직)으로 전환하는데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노사는 동일 유사직무는 기존 정규직과 같은 직종을 부여하고 이질적인 업무에 대해선 직종을 신설하고 3월1일부터 3년이상 일한 노동자부터 7급 정규직으로 전환키로 했다.

 이에 서울교통공사 업무직협의체는 이날 발표한 입장문을 통해 "구의역 사고로 숨진 김군과 약속한 정규직 전환을 해가 바뀌기 전 실현할 수 있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이들은 "월급 140만원중 100만원을 적금에 부어 부모님께 드리던 성실한 청년이었던 김군의 꿈은 지하철 정규직 노동자였다"며 "지난해 5월27일 구의역 1주기 추모제 당시 김군의 동료인 업무직들은 '네가 못 다 이룬 꿈, 우리가 실현할게'라며 정규직 전환을 실현하겠다고 고인과 약속한 바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다만 이번 합의 내용에 대해선 "실망스러운 부분도 함께 존재한다"며 아쉬워했다.

 합의안에 따르면 근무기간이 3년 이상인 노동자는 올해 3월부터 7급으로 임용되지만 3년 미만인 노동자는 이번에 신설된 7급 보 직위를 받아 근속 3년을 넘을 때까지 일하게 된다. 전환이후 별도 경력을 환산하지 않는다.

 업무직협의체는 "'근속 3년 미만자 7급 보 전환' 조항에 따라 다수의 업무직들은 2019년 9월~2020년 1월이 돼야 7급 전환이 가능하다"며 "이 기간 급여 역시 7급 호봉체계가 아닌 별도 임금체계가 마련될 예정"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7급 체계인 공사에서 7급 보는 8급이나 다름없어 일괄 전환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경력 인정 문제와 관련해서도 "군 경력이나 기존 회사경력 등 기존 직원이라면 누구나 사규로 보장되는 경력이 일체 미인정되는 아쉬운 내용이 존재하게 된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업무직들은 이번 정규직 전환이 차별해소를 위한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향후 임단협 과정은 물론 다양한 노력을 통해 공사내 업무직 차별 해소를 위한 끊임없는 노력들 해 나갈 것"이라며 "올해가 불가능하다면 내년, 그 이후에라도 차별은 바로 잡겠다는 것이 업무직들의 입장"이라고 전했다.

 아울러 기존 정규직과 무기계약직 간 갈등 해소 의지도 밝혔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지난해 7월 산하 투자·출연기관 11곳 무기계약직의 정규직 전환을 약속하자 '공정사회를 염원하는 서울교통공사 청년모임' 등 일부 공사 정규직들은 "공채 시험 절차 등이 없는 정규직 전환은 특혜"라며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이 과정에서 공사 사내 게시판에는 무기계약직 노동자를 향한 비난과 인격모독 글이 집단적으로 올라와 게시판이 폐쇄됐다. 이에 업무직협의체를 비롯한 무기계약직 노동자들은 지난달 7일 국가인권위원회에 박 시장과 김태호 서울교통공사 사장 등을 상대로 한 진정을 내기도 했다.

 임선재 업무직협의체 공동대표는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조사관이 배정돼 조사가 진행 중이지만 공사 측에서 합의안을 제시할 경우 합의에 임할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원치 않은 노노갈등이자 서울시가 제 역할만 했다면 발생하지 않았을 노노갈등이었다"며 "향후 같이 일해야 하는 직원이자 노동자인 만큼 갈등을 해소해야 한다는 원칙적인 입장을 가지고 공사 내 차별과 모순들을 함께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업무직협의체는 이날 오후 7시30분 성동구 용답동 서울교통공사 본사 앞에서 보고대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발표한다.

 limj@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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