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文대통령, 저출산고령委 간담회 주재···정책전환 필요성 강조

기사등록 2017/12/26 18:55:28
【서울=뉴시스】전신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26일 청와대 본관 충무실에서 열린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간담회에서 모두발언하고 있다. 2017.12.26. photo1006@newsis.com
文대통령 "저출산 해결 지금이 골든타임"···실효책 마련 주문
 김상희 부위원장 '일·양육 균형' 중점추진···저출산 정책 발표
 참석위원 '이대로는 안된다'···정책 패러다임 전환 공감대

【서울=뉴시스】김태규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26일 오후 3시부터 약 1시간동안 청와대에서 최근 공식 출범한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위원들과 간담회를 갖고 정부의 저출산 대비 정책 방향을 논의했다.

 '삶이 먼저다'라는 슬로건으로 열린 이번 간담회는 지난 18일 새로 위촉된 제6기 위원회의 공식출범을 알리기 위해 마련됐다.

 간담회는 위원장을 맡고 있는 문 대통령과 김상희 부위원장 등 민간위원 15명,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등 당연직 정부위원 7명 등 총 34명이 참석했다.

 참석자들은 위원회가 마련한 저출산 대책을 관련부처가 공유하고 토론했다. 문 대통령의 모두발언에 이어 김 부위원장이 새 정부의 저출산 정책방향에 대한 비전 을 발표했고 자유토론 순으로 진행됐다.

 문 대통령은 본격 토론에 앞선 모두발언에서 "지금까지 있어왔던 저출산 대책들은 실패했다고 인정할 수 밖에 없다"며 "지금까지 있어왔던 저출산 대책들의 한계를 성찰하면서 보다 근본적이고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하는 게 위원회가 할 일"이라고 주문했다.

 문 대통령은 또 "어찌보면 심각한 인구 위기상황을 우리가 해결할 수 있는 마지막 골든타임이 지금이고, 그 골든타임을 살려내는 것이 위원회가 할 일"이라며 "저출산 대책 마련에 위원회가 모두 지혜를 모아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참석 위원들은 이후 비공개로 진행된 간담회에서 우리사회가 직면하고 있는 저출산 문제는 심각한 반면, 지금까지 해온 국가주도의 출산장려책으로는 문제해결이 어렵다는 점에 공감했다고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이 서면브리핑을 통해 전했다.

 김 부위원장은 저출산 정책방향 보고에서 역대 정부의 실패한 저출산 정책에 대한 진단과 함께 패러다임 전환의 시급성을 강조했다. 4대 핵심방향으로 ▲일·생활 균형 ▲안정되고 평등한 여성 일자리 ▲고용·주거·교육 3대 구조개혁 ▲모든 아동과 가족지원을 제시했다.
 
 박 부위원장은 또 일하면서 아이를 키우는 것이 더이상 주변 눈치 볼 필요없는 당연한 권리로 인식되게끔 만들고, 영·유아부터 초등학생까지 아이 행복은 물론 부모가 안심할 수 있도록 정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출산율과 출생아 수를 목표로 하는 국가주도 정책에서 탈피해 결혼·출산 등 삶의 방식에 대한 개인 선택을 존중하고 자녀양육을 인권으로 인정하는 '사람 중심의 정책'으로 전환하겠다는 것이 위원회의 밑그림이다.
【서울=뉴시스】전신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26일 청와대 본관 충무실에서 열린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간담회에서 모두발언하고 있다. 2017.12.26. photo1006@newsis.com

 이를 위해서는 인구구조 변화, 4차 산업혁명 등 큰 사회적 흐름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시스템 혁신이 이뤄지도록 정책 추진의 물줄기를 바꿔놓겠다는 구상이다.

 아이와 부모가 더 많은 시간을 함께보낼 수 있도록 시차출퇴근제 도입 등으로 유연한 근무환경을 보장한다는 방침이다.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을 지원하고, 육아휴직 기간 받는 통상임금을 기존 40%에서 50%로 인상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또 2세 이하 자녀를 둔 남성이 총 30일 사용가능한 단기 육아휴가를 마련해 육아경험을 갖고 육아휴직 활성화로 이어지도록 보완토록 할 방침이다. 1년간 10일, 2년간 총 20일 안에서 필요한 시간에 육아휴가를 쪼개 쓸 수 있는 방안을 추진할 예정이다.

 이외에도 온종일 초등돌봄체계를 확립해 맞벌이 부모가 아이를 안심하고 맡길 수 있도록 하겠다는 구상이다. 지역아동센터, 공동육아나눔터 등 지역사회의 각 서비스를 총괄·연계하는 다양한 통합돌봄모델 마련, 확산해나간다는 계획이다.

 제현주 민간위원은 이어진 자유환담에서 "이미 출산한 부모들을 위한 정책 외에도 결혼과 출산을 차마 생각할 여유가 없을 정도로 불안과 냉소에 빠져있는 20~30대 청년등도 정책대상에서 배제되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최종진 민간위원은 "우리나라의 노동시간은 2441시간으로 OECD 2위에 해당하고 1위인 멕시코와도 14시간 차이밖에 나지 않는다"며 "저출산 대책의 핵심은 바로 이런 노동시간을 줄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임윤옥 민간위원은 "저출산 정책의 출발은 성평등이어야 하고 성평등 관점에서 차별을 제거하는 것이 핵심"이라며 "평등하게 일하고 평등하게 돌볼 수 있는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고 독박육아가 아닌 평등육아를 강조했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금까지 이 문제는 주로 복지부 업무 중심이었지만 이제는 복지부의 업무 영역을 초월해야 한다는데 이견이 없는 것 같다"며 "정부와 사회·기업이 함께 풀어야 하며 사회적 대타협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저출산·고령사회 대책은 노동·고용·주거·교육·보육·성평등 등 아주 다양한 가치가 얽혀 있어 전반적인 복지정책과의 차별성을 어떻게 가져갈 것인가가 중요하다"며 "예산과 정책집중의 우선 순위를 왜 여기에 둬야 하는지 국민을 설득하고, 또 각부처가 이에 대한 실행대책을 잘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kyustar@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