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업체 우버도 뚫지 못한 한국의 '규제의 벽' 앞에서 토종 공유경제 기업들은 사업 초기부터 삐걱거리고 있다. 정부 규제와 기존 사업자들의 반발에 부딪혀 사업 자체를 접는 경우도 많다.
◇정부규제·업계반발 '이중고'
국산 '카풀(Carpool)' 서비스 업체 '풀러스' 사태는 공유경제 기업들이 직면한 규제와 기존 업계 반발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카풀 서비스는 목적지가 비슷한 운전자의 차량에 동승하는 것으로 일반 택시에 비해 요금이 30~40% 저렴하다. 풀러스는 출근시간인 오전5시부터 11시까지, 퇴근시간인 오후5시부터 다음날 오전 2시까지 운영하다 지난달 6일 운영 시간을 24시간으로 확대하는 '출퇴근시간 선택제 시범 서비스'를 시작했다.
하지만 서울시는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제81조 1항을 근거로 경찰에 풀러스에 대한 수사를 의뢰했다. 정부가 허가한 운수사업자 외에는 유상운송이나 이를 알선하는 행위를 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풀러스는 출퇴근시간의 정의가 명확하지 않은 만큼 운영 시간 확대에 무리가 없다고 봤다. 유연근무제 등의 확대로 출퇴근 시간이 과거와 달라졌다는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출퇴근시간에 대한 명확한 정의는 내려지지 않은 채 논란은 가열되고 있다.
규제에 막혀 아예 서비스를 종료한 카풀 업체도 있다. 지난 8월 서비스가 종료된 '티티카카'다. 티티카카는 풀러스, 럭시와 함께 국내 3대 카풀 서비스 중 하나였다. 티티카카 역시 출퇴근 시간대에만 승객을 태울 수 있다는 법해석에 가로막혔다.
'럭시'도 규제로 인해 애를 먹고 있다. 럭시를 통해 돈을 받고 승객을 태워준 차주 일부가 출퇴근 시간 외에도 승객을 태워줬다는 혐의로 기소된 상태다.
버스 공유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 '콜버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콜버스는 2015년 12월 심야 시간에 목적지가 비슷한 승객들을 모아 미니 버스에 태워주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하지만 택시업계에 반발이 잇따랐다. 심야 시간 택시 이용자를 빼앗긴다는 이유였다.
결국 국토교통부는 택시회사와 노선 버스 사업자에만 심야 콜버스 운행 면허 자격을 부여했고 결국 콜버스는 운영 버스 대수를 줄이고 최근 주력사업을 전세버스 예약 서비스로 돌렸다.
숙박공유기업인 에어비앤비 역시 한국에서는 날개를 펴지 못하고 있다. 에어비앤비는 집주인이 손님에게 빈방을 빌려주고 양쪽에서 일정 금액의 수수료를 받아 운영되는 서비스다.
하지만 현행법상 에어비앤비는 국내에서 불법이다. 관광숙박업으로 등록하지 않고 일반인이 거주 공간을 대여하는 게 금지돼 있는 탓이다.
공유경제의 대표적 모델인 서울시 공공자전거 '따릉이'에 대한 자전거 업계의 따가운 시선 역시 공유경제가 자리잡기 어려운 풍토를 대변한다.
따릉이는 서울 시내 곳곳에 비치된 대여소에서 자전거를 빌린 뒤 언제든 편리한 장소에 반납하면 된다. 올해 8월까지 가입자수가 23만명이 넘을 정도로 인기를 얻자 자전거 업체들은 자전거 판매가 급감했다며 반발하고 있다.
이처럼 국산 공유경제 업체들이 규제와 반발에 가로막혀 이중고를 겪고 있지만 관련 법해석은 여전히 분분한 상태다. 업체들은 법 개정을 요구하고 있지만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정부는 당초 '카풀앱'을 둘러싼 갈등 해결을 위해 지난 21일부터 이틀간 개최된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에서 '승차공유' 개념을 의제에 올릴 방침이었지만 내년 1월로 논의가 미뤄졌다.
이러는 사이 공유경제 개념 자체를 부정한 법까지 등장했다. 황주홍 국민의당 의원이 지난달 대표발의한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개정안은 유료 카풀을 원천적으로 막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현행법이 교통수요를 고려해 출퇴근 시 승용차를 함께 타도록 예외적으로 허용하는 것과 달리 개정안은 출퇴근 카풀 서비스도 금지했다.
숙박공유에 관한 법 제정 역시 지지부진하다. 정부는 지난 18일 이낙연 총리 주재로 열린 '국가관광전략회의'에서 공유민박업에 대한 법적 근거를 마련해 도시지역 내 주거 중인 주택에서 내·외국인 관광객 대상 숙박서비스를 제공하는 업태를 허용할 방침이라고 밝혔지만 언제 실현될지는 미지수다. 정부는 지난 2월부터 '공유민박업'을 제정 계획을 밝혔지만 이렇다할 진척이 없는 상태이기 때문이다.
임정욱 스타트업 얼라이언스 센터장은 "우리나라의 규제 현황은 글로벌 추세와 비교하면 너무 심하다. 원칙적으로 다 안 된다고 막아놓고 있기 때문"이라며 "이를 허용해야 효율성과 창의성도 늘리고 창업도 활성화될 수 있다. 규제보다는 전체 시장의 파이를 늘리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임 센터장은 그러면서 "중국의 디디추싱은 택시뿐 아니라 등급별로 차를 부를 수 있고 자전거까지 연결해준다. 승차회수가 하루에 2500만번에 달한다. 기업가치가 60조가 넘어 이미 우버를 능가할 만큼 성장했다"며 "동남아에는 '그랩', 인도에는 '올라' 등 전 세계는 이미 공유경제 서비스가 전성기를 맞고 있는데 우리만 뒤처지고 있는 상황임을 인식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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