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운드리 강화하는 삼성·SK하이닉스…속내는?

기사등록 2017/12/20 11:29:37

 삼성·SK하이닉스, 성장하는 파운드리에 주력…포트폴리오 강화
 "4차 산업혁명으로 비메모리 수요 꾸준히 늘어날 것으로 전망"

【서울=뉴시스】최현 기자 = 글로벌 반도체 시장을 리드하고 있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잇따라 파운드리 강화에 나섰다.

 파운드리는 설계 업체로부터 위탁 주문을 받아 제조만 하는 반도체 위탁 생산사업으로, 두 거대 메모리반도체 기업이 공을 들이는 건 비메모리 분야인 시스템 반도체에서도 시장지배력을 높이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읽힌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의 자회사인 SK하이닉스 시스템IC는 이날 이사회를 열고 중국 기업과 현지에서의 50:50 비율 합작사 설립을 위한 안건을 의결한다.

 합작사 설립이 이뤄지면 양사는 각각 수천억원대 규모로 투자해 중국 장쑤성 우시에 있는 SK하이닉스의 D램 생산공장 단지에 파운드리 공장을 건설할 계획이다. 계획대로 추진되면 본격적인 생산은 오는 2020년 초 이뤄질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중국 업체와 합작사 설립은 국내에서는 경쟁력이 줄어들고 있는 200㎜ 웨이퍼 설비를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국내에서는 수요가 거의 사라진 200㎜ 웨이퍼 설비를 중국으로 이전해 중국의 팹리스 업체를 공략한다는 복안이다.
 
  SK하이닉스는 이미 지난 7월 회사에서 파운드리 사업부를 자회사로 분사하고 'SK하이닉스 시스템IC'를 출범시켰다. SK하이닉스가 지분 100%를 출자하는 형태다.

 파운드리는 시스템 반도체 부문으로 팹리스(Fabless) 업체들로부터 설계를 받아 생산만 담당하는 반도체 위탁 생산사업이다. 설계만 하는 업체를 팹리스, 제조만 하는 업체는 파운드리로 부른다.
 
 현재 글로벌 1위 파운드리 회사는 애플 아이폰에 탑재되는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를 생산하는 대만의 TSMC다. SK하이닉스는 D램,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 부문에서는 각각 2위(시장점유율 27.9%), 4위(11.4%)를 기록 중이다.

 하지만 파운드리 시장은 TSMC의 텃밭이다.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에 따르면 지난해 매출 기준으로 TSMC는 50.6%의 점유율을 차지했다. 미국의 글로벌파운드리스는 9.5%로 2위, 대만의 UMC가 8.0%로 3위다.

 완전한 팹리스 업체가 아닌 생산 공장을 보유하고 있지만 일부를 제외한 나머지 제품 생산을 외부로 맡기는 종합반도체기업(IDM)이 파운드리 시장에서 가진 영향력은 적다. SK하이닉스 역시 IDM으로 분류된다.

 삼성전자 역시 파운드리 시장에서는 영향력이 낮다. 7.9%로 4위지만 선두와 격차가 크다. 동부하이텍은 1.2%(11위)를 기록 중이다. SK하이닉스는 0.2%에 불과한 점유율로 27위다. SK하이닉스는 이번을 계기로 파운드리를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키운다는 복안이다.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인공지능(AI), 자율주행차 등 4차 산업혁명이 조명되면서 비메모리 수요는 크게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지난해 순수 반도체 파운드리 업계의 연간 매출액 규모는 569억3400만 달러에 달했다. 이는 전년 대비 13.5% 증가한 수치다.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은 연평균 7.8%의 견조한 성장세를 이어가며 오는 2021년에는 830억 달러 규모가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또 2010년 기준 전 세계 반도체 시장에서 파운드리의 비중은 9.5%였지만 작년에는 15.9%로 커졌다. 2010년 이후 전체 반도체 시장은 연평균 2.1%, 메모리 반도체는 1.6% 성장한 반면, 파운드리 시장은 11.4%나 성장했다.

 SK하이닉스가 보유하고 있는 파운드리 사업장은 직경 200㎜의 웨이퍼를 생산하는 M8 공장이 유일하다. 월 생산량은 200㎜ 웨이퍼 기준 월 약 5만장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SK하이닉스에 앞서 삼성전자도 최근 파운드리 기술개발과 생산 라인 확대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며 공을 들이고 있다. 실제 지난해 10㎚(나노미터) 공정을 세계 최초로 적용한 공장을 가지고 있는 등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자랑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 기대만큼 큰 성과를 내지는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당초 삼성전자가 퀄컴과 함께 아이폰을 판매하는 애플에 물량을 공급했지만 이를 TSMC가 가져가면서 희비가 엇갈렸다.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시장에서 애플과 경쟁을 하는 입장이라 어플리케이션 프로세서를 위탁생산할 경우 기술력이 유출될 것을 우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팹리스 사업은 업체들로부터 설계를 받아 생산을 하기 때문에 고객사의 비밀 유지에 매우 민감할 수밖에 없다.

 물량을 맡기는 기업 입장에서도 경쟁사에 회사 기밀이 흘러들어갈 수 있다는 우려를 하기 때문에 별도의 사업부나 독립 회사가 아닌 곳에 설계도를 맡기기는 꺼림찍한 것이 사실이다. 반도체 업체들이 파운드리에 집중하는 이유다.

 업계 관계자는 "파운드리 시장은 중요성이 커지고 있어 삼성과 SK가 준비를 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4차 산업혁명으로 파운드리 시장은 꾸준히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forgetmenot@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