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업계 "도입 필요성 공감…저감장치 설치 위해 공장가동 중단 우려"
학계 "질소산화물과 미세먼지와의 상관관계 밝힌 뒤 규제를 강화해야"
【서울=뉴시스】김동현 기자 = 정부가 미세먼지 감축을 위해 각종 규제 도입을 추진하고 있는 것과 관련해 정유·화학업계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정부의 환경 규제가 본격화될 경우 추가 저감시설 등을 도입해야 하지만 정유·화학 업종 특성상 추가로 저감시설을 마련하는 데 신속한 대응이 어렵기 때문이다.
특히 추가 저감시설을 갖추기 위해 기존 설비 가동을 멈출 경우 직접적인 매출 타격이 발생할 우려가 높아 관련업계에서는 점진적 도입 등을 요구하고 있는 중이다.
8일 정유·화학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내년부터 미세먼지의 원인 물질로 알려진 질소산화물 규제를 강화한다는 방침을 추진할 예정이다.
현행 배출허용기준을 높이고 배출총량제를 전국적으로 확대하는 한편 이를 위반한 업체에는 강도 높은 부과금을 내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지난달 31일 질소산화물, 황산화물에 대한 배출허용기준을 강화하는 내용이 담긴 '대기환경보전법 시행규칙 일부 개정안'을 입법 예고한 상태다.
배출부담금은 당장 내년부터 강화될 전망이다. 회사별로 차이는 있지만 적게는 수십억원에서 많게는 수백억원에 이르는 추가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질소산화물, 황산화물 감소를 위한 저감시설 설치 문제도 현실적으로 빠르게 진행할 수 없다는 것이 이들의 고민이다. 기존 공정에 저감시설을 끼워넣는 방식으로 진행돼야 하는데 기존 공정을 분리하는 것 자체가 힘들다는 것.
사실상 모든 작업을 멈추고 공장 설비에 대한 대대적인 재배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정부의 배출허용기준을 맞추기 어렵다고 보면 된다.
그렇다고 규제 정책을 따르기 위해 공장 가동을 중단할 경우 매출 하락이 불가피해 당장 주주들의 반발이 우려되는 등 사면초가 상태다.
이에 정유·화학업계는 환경규제 도입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경쟁력이 저하되지 않도록 단계적·점진적으로 도입해야 한다고 의견을 개진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미세먼지 저감을 위해 규제를 강화하는 것은 장기적으로 볼 때 맞다고 생각하지만 도입 시기와 업계 상황을 고려한 정책이 추진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른 관계자는 "공장 가동을 멈추고 저감장치를 설치해야 하는데 모든 공장을 멈출 수도 없고 난감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자 학계에서도 정부의 규제 일변도 정책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지난 7일 서울 중구 상의회관에서 개최한 '산업 미세먼지 정책 토론회'에 참석한 이들은 정부의 미세먼지 규제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을 던졌다.
최준영 국회입법조사처 조사관은 "미세먼지 발생에 대한 정확한 자료가 있어야 정책효과를 사전에 예측할 수 있다"며 "질소산화물과 미세먼지와의 상관관계, 현행규제를 강화하는 것만으로 저감이 어려운 이유, 부과금 제도 신설시 효과 등이 명확히 밝혀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세걸 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은 "정부가 발표한 종합대책은 긍정적인 부분도 많다"면서도 "주요 오염원인 발전소와 경유차 대책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점에서 실효성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김동술 경희대학교 교수는 "업종별 특성과 기술수준을 감안해 대기오염배출량에 따라 규제의 강도를 차별화해야 정책의 실효성을 높일 수 있다"며 "미세먼지 배출량 산정시 통계의 부정확성 때문에 논란이 발생하고 있다. 미세먼지 발생 원인을 명확히 규명한 후 원인별 저감 방안을 찾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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