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업계는 강화된 자율규제를 통해 모든 정보를 공개하고 있어 유저 개인의 선택일 뿐이라고 강조하지만, 확률형이라는 미명 아래 로또급 확률을 설정, 유저들을 우롱하고 있다는 지적이 높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사)한국게임산업협회(K-GAMES)는 지난 7월부터 확대 강화된 확률형 아이템 자율규제를 시행하고 있다. 개편된 자율규제 시행에 따라 사업자들은 사실과 수치에 입각한 해당 아이템의 정보(명칭·등급·제공 수·제공 기간·구성 비율 등)를 이용자에게 제공해야 한다.
그러나 유저가 원하는 고성능의 아이템과 캐릭터를 뽑을 확률은 최소 0.0001%라는 수치에 머무르는 실정이다.
지난 5일 기준 엔씨소프트가 개발한 모바일 MMORPG(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 '리니지M'의 확률형 유료상품 구성안내에 따르면 희귀아이템 뽑기는 로또 당첨만큼 어렵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특히 희귀 등급 장비를 제작하는데에 꼭 필요한 '전설 제작 비법서(각인)'가 나올 확률은 0.00001%에 불과하다. 이 유료아이템을 뽑기 위해 게임내 재화인 다이아 600개가 필요하다. 리니지M은 다이아 120개를 3300원에 판매하고 있다. 돈으로 환산하면 1만6500원이다. 그런데도 확률이 지나치게 낮아 문제가 되고 있다.
넷마블이 만든 모바일 MMORPG '리니지2 레볼루션'도 로또급 확률은 마찬가지였다.
지난 6일 기준 공식카페에 공개된 확률형 아이템 정보에 의하면 게임 내 '고급 장비 육성 상자'에서 최고 등급인 SR급 아이템이 나오는 수치는 0.0003~0.003%에 불과했다. 한등급 낮은 R급 아이템의 경우도 0.028~0.364%로 매우 낮은 편이었다.
SR급 아이템은 최고 등급인 만큼 캐릭터의 전투력을 급상승시키고 게임 내 몬스터를 잡는 시간을 단축시켜준다. 유저들은 SR급 아이템을 장착하면 그동안 플레이하기 어려운 지역도 단숨에 해결할 수 있어 누구나 장비하길 소망한다.
이를 획득하기 위해서 '고급 장비 육성 상자'를 게임 내 재화인 다이아 120개로 구매할 수 있다. 넷마블은 다이아를 90개 3300원, 150개를 구매하면 10개를 얹어 총 160개를 5500원에 판매하고 있다.
넥슨이 출시한 MMORPG '액스(AxE)'도 비슷한 확률을 나타내고 있다. 게임 내에 공개된 유료 확률형 아이템 정보에 의하면 '궁극' 등급의 아이템의 경우 0.0018~0.008%를 나타냈다.
궁극 등급의 아이템 역시 캐릭터를 강화시켜 주고 게임을 원활히 진행하는데 도움이 되기 때문에 유저들은 이를 장비하기 위해 유료 확률형 아이템을 구매하고 있다.
이를 위해 고급 장비 상자 10개를 게임 내 재화인 600루비로 구매해야 한다. 액스는 '다이아 패키지'로 루비 500개, 다이아 500개를 3만3000원에 판매하고 있다. 다이아는 루비로 교환할 수 있다. 다이아는 50개 3300원, 80개를 사면 5개를 얹어 총 85개를 5500원에 판매하고 있다.
국내 모바일 게임 사상 최초로 해외매출 1조원을 기록했던 컴투스의 '서머너즈 워: 청공의 아레나'에도 확률 아이템이 있다. 게임 내에서 높은 등급의 캐릭터를 얻으려면 1% 미만의 확률을 감수해야 한다. 그나마 엔씨소프트, 넷마블, 넥슨 등 게임과 비교하면 사정이 나은 편이다.
컴투스가 공개한 확률에 따르면 5성급 캐릭터는 0.5%, 4성급 캐릭터는 8.0%, 3성급 캐릭터는 91.5%로 구성됐다. 5성급 캐릭터만 수십가지 종류가 있어 유저가 원하는 캐릭터를 뽑을 확률은 기하급수적으로 내려간다.
3~5성급 캐릭터를 얻기위해 진행해야 하는 '신비소환'은 게임 내 재화인 '크리스탈'이 75개로 진행할 수 있다. 컴투스는 크리스탈 72개 묶음을 3300원, 120개 묶음은 5500원에 팔고 있다.
이렇게 낮은 확률로 인해 아이템 뽑기가 사실상 도박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는 확률형 아이템을 '게임 속 대표적인 사행성 요소'로 명시해 예방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에서 발간한 '청소년 도박문제 예방교육 강의 보조교재'에는 "확률형 아이템을 이용하면 운이 좋은 이용자는 오랜 시간 공을 들여야 하는 플레이를 순식간에 따라잡을 수 있기 때문에 게이머들의 성장 욕구와 적은 투자로 큰 보상을 바라는 사행심리가 절묘하게 섞이면서 확률형 아이템의 구매화가 활성화됐다"고 기재됐다.
실제로 게이머들은 낮은 확률임에도 원하는 아이템을 얻기 위해 지갑을 열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의 2015년도 조사에 따르면, 평균 모바일게임에 평균적으로 지출하는 금액은 8만900원이었다. 10만원 미만 지출이 74%로 가장많았고, 10만원 이상 30만원 미만 58명(19.3%), 30만원 이상 지출이 20명(6.7%)으로 나타났다.
게이머들은 중복응답을 통해 아이템을 구매하는 가장 큰 이유로 '게임 진행용 아이템을 구매하기 위해서' 라고 179명(59.7%)이 응답했다.
‘원하는 아이템을 얻을 수 있는 확률형 아이템을 구매하기 위해’ 167명(55.7%), '기간한정 패키지, 아이템 할인 등 이벤트 광고를 보고 더 혜택이 있어서' 129명 (43.0%), ‘좋은 아이템을 만들 수 있도록 아이템을 강화 또는 조합 하기 위해‘ 69명(23.0%), '게임 캐릭터 등을 꾸미기 위해' 56명(18.7%) 순으로 조사됐다.
이러한 상황에서 대두되는 문제는 청소년들의 확률형 아이템 결제다.
게임업계는 게임 내 결제는 구글 플레이나 애플 스토어에서 성인인증을 통해 청소년들의 무분별한 결제를 막는 등 관련조치를 하고 있다고 항변한다.
그러나 얼마든지 청소년들이 부모 몰래 신용카드로 결제할 수 있는데다 모바일 게임의 경우 결제한도가 없어 성인에 비해 자제력이 부족한 청소년들의 현금 지르기를 유도하고 있다.
로또의 경우 최대로 구매할 수 있는 한도가 10만원, 경마장 경주당 한도 10만원, 내국인 전용 카지노인 강원랜드는 본인여부를 반드시 확인하며 배팅한도는 1인당 1회 10만원으로 규정돼 있다.
물론 확률형 아이템을 도박이라 규정하기엔 현행법상 맞지 않지만, 청소년들에게 사행성을 조장한다는 점에서 규제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게임업계도 지나친 과금유도에 대해서는 조심하자는 분위기가 나타나고 있다.
최근 펄어비스는 모바일 MMORPG '검은사막 모바일'을 공개한 자리에서 "콘텐츠에서 필요한 아이템은 전부 게임 내에서 구할 수 있다"며 지나친 과금유도는 없을 것이라고 선언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지나친 과금유도로 인해 유저들의 이탈이 심해지면서 게임사도 고민이 많다"며 "최근 별, 초월 등 아이템과 캐릭터 등급을 나눠 결제를 하는 시스템은 지양하자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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