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안호균 기자 =군부의 실력 행사로 짐바브웨 권력 지형이 급변동하고 있다.
군부는 쿠데타가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38년간 독재 체제를 유지했던 로버트 무가베(93) 대통령이 실각하고 사실상 군이 권력을 장악했다는게 전문가와 외신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14일(현지시간) 짐바브웨 수도 하라레의 보로데일에 있는 무가베 대통령의 자택 인근에서 수십발의 총성이 들렸다. 수도 곳곳에서 탱크와 장갑차가 이동하는 장면이 목격됐고 거대한 폭음도 들렸다.
국영방송 ZBC를 장악한 군은 15일 성명을 통해 무가베 대통령과 가족들의 신병을 확보하고 있다고 밝혔다.
짐바브웨 군 대변인 시부시소 모요 소장은 이날 성명을 통해 "군은 짐바브웨에 질서를 회복시키기 위해 로버트 무가베 대통령 주변의 범죄자들을 겨냥하고 있다"고 밝혔다.
AP통신은 군부가 무가베 대통령과 가족들을 '구금(in custody)'하고 있다고 전했다. 모요 소장은 "대통령과 가족들은 안전하다"며 "우리는 사명을 완수하는대로 상황이 정상으로 돌아갈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군부의 발표에도 불구하고 이번 군사 행동은 사실상 쿠데타로 보인다.
짐바브웨군 사령관 콘스탄티노 치웽가(62) 대장이 이미 정치 불안 해소를 이유로 무가베 대통령에 대한 대항을 선언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치웽가 대장은 1970년대 짐바브웨의 독립 투쟁에 참여한 군 지도자다. 1980년 짐바브웨가 영국으로부터 독립하자 짐바브웨군 준장으로 첫번째 여단장을 맡았다. 이후 1994년 짐바브웨 국방군이 조직되면서 대장으로 진급해 최고 지휘관인 군사령관에 올랐다.
하지만 군 내부에서는 '군인으로서의 역량은 별로 없는 정치적 장군'이라는 평가도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짐바브웨의 정치 불안은 지난 6일 무가베 대통령이 유력한 차기 대선 주자인 에머슨 음난가그와(75) 부통령을 전격 경질하면서 촉발됐다.
이는 부인 그레이스 무가베(52)의 대권 도전을 향한 길을 열어준 것으로 해석된다. 그레이스는 집권 여당인 '아프리카민족동맹-애국전선(ZANU-PF)'의 여성리그를 이끌고 있다. 그는 최근 공식 석상에서 무가베 대통령을 향해 "후임자를 지명해 달라"고 밝히는 등 차기 대통령 자리를 위한 야심을 공공연히 드러냈다.
치웽가 대장은 부통령 숙청에 즉각 반발했다. 그는 지난 13일 기자회견에서 "ZANU-PF 내 숙청 작업을 끝내기 위해 행동에 나설 준비가 돼 있다"며 "우리의 혁명을 보호하는 일이라면 군부는 (정치에) 개입하는 데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알렉스 마기사 전 짐바브웨 총리 정치보좌관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군부는 무가베가 여전히 지도자라는 점을 알리고 싶어 하겠지만 현재 권력은 명백히 군으로 넘어갔다"고 말했다.
군부의 실력 행사로 짐바브웨 권력 지형의 움직임은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게 됐다.짐바브웨 대통령의 임기는 6년이고 연임이 무제한이다. 무가베 대통령이 38년째 장기 독재 체제를 이어올 수 있었던 이유다.
짐바브웨는 내년 대선을 앞두고 있다. 집권 여당은 부통령 숙청 사태로 분열돼 있고 야당인 '민주변화동맹(MDC)'은 정권 교체를 노리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권력을 장악한 군부가 어떤 행보를 이어갈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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