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사드 갈등 봉인하고 경제부터 '단계적 봄' 맞나

기사등록 2017/11/14 00:59:15
【마닐라(필리핀)=뉴시스】문재인 대통령이 13일 오후(현지시각) 필리핀 마닐라 소피텔호텔에서 리커창 중국 총리와 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2017.11.13. (사진=청와대 제공) photo@newsis.com
文대통령 "한국 기업 애로 해소돼야"·리커창 "실질협력 전망 아주 밝다"
 한시 주고 받으며 한중관계 '봄' 비유…사드 문제 접고 경제 현안 집중

  【마닐라(필리핀)=뉴시스】 장윤희 기자 = 문재인 대통령과 리커창 중국 총리는 13일 양국 교류 협력이 조속히 정상궤도로 돌아올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기로 의견을 같이했다. 사드 배치를 둘러싼 양국 입장 차이까지 해소된 것은 아니지만 경제협력과 문화 교류 등 통상이익과 관련된 실질 분야부터 단계적으로 정상화하는데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과 리 총리는 이날 오후 아세안 정상회의가 열리는 필리핀 마닐라에서 약 50분간 회담을 갖고, 한중 간 실질적 협력 방안과 한반도 정세에 관한 상호 관심사를 논의했다고 윤영찬 국민소통수석이 현지 브리핑에서 전했다. 한중 고위급 회담은 지난 11일 APEC을 계기로 베트남 다낭에서 열린 한중정상회담 이후 사흘만이다.

 문 대통령은 모두발언에서 "한중관계 역시 새로운 출발점에서 새시대를 맞이 하고 있다고 느낀다"면서 "지난달 한중관계 개선 발표와 특히 시진핑 주석과의 회담을 통해 양국관계가 정상적으로 조속히 회복될 수 있는 전기가 마련됐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구보(九步) 전진을 위한 일보(一步) 후퇴란 말이 있듯이 그간 아쉬움을 기회로 전환시키고 서로 지혜를 모은다면 양국간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를 빠른 시일 내에 실질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을 것이란 것을 확신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중국 고전에서 '꽃이 한송이만 핀 것으로는 아직 봄이 아니다', '온갖 꽃이 함께 펴야 진정한 봄이다'란 글을 봤다"면서 "오늘 총리와의 회담이 다양한 실질 협력의 다양한 꽃을 피울 수 있도록 비옥한 토양을 만들어나가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를 통해 조속한 시일 내에 양국 간 정치, 경제, 문화, 관광, 인적 교류 등 모든 분야의 교류 협력이 각양각색의 꽃을 활짝 피우면서 양국 국민들이 한중 관계가 진정한 봄을 맞이했다는 것을 피부로 체감할수 있도록 함께 노력하길 바라마지 않는다"고 당부했다.

 이에 리 총리는 "방금 대통령께서 중국 고전을 인용해 '한중 관계가 따뜻한 봄을 맞이했다'고 말씀하셨다. 중국에서도 이런 비슷한 말이 있다"면서 "'봄이 오면 강물이 먼저 따뜻해지고, 강물에 있는 오리가 따뜻한 봄을 느낄 수 있다'는 말이 있다"고 화답했다.

 리 총리가 이날 인용한 한시는 중국 송나라 문인·정치인 소동파(소식)의 '죽외도화삼량지 춘강수난압선지(竹外桃花三兩枝 春江水暖鴨先知)'로 '대나무밭 밖 복숭아꽃 두세 가지, 봄이 오면 강물이 따스해져 오리가 먼저 안다'의 의미다. 한중관계가 진정한 '봄'을 맞이하기 위한 과제를 에둘러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리 총리는 "지난 동안에 양측은 예민한 문제를 단계적으로 처리하기 위해서 적극적인 진전을 이뤘다"면서 "한중 관계도 적극적인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대통령이 기울여주신 노력에 대해 적극적으로 평가한다. 저도 이번 기회로 대통령의 취임을 축하드린다"고 말했다. 리 총리는 최근 19차 당대회에서 연임에 성공했다.

 문 대통령과 리 총리는 회담 초반 의미심장한 한시를 주고받으며 한중관계의 '봄'을 해석했다. 양국의 봄은 각국 통상이익과 관련된 경제분야부터 단계적으로 다가올 것으로 보인다.

 이날 문 대통령과 리 총리는 지난달 31일 '한-중 관계 개선 발표'와 지난 11일 베트남에서 가진 한중정상회담을 바탕으로 양국 관계 발전의 중요성에 공감하면서 경제 분야를 중심으로 한 실질 협력 방향을 논했다.

 문 대통령은 "사드 문제로 침체됐던 한-중 관계로 인해 한국의 많은 기업이 어려움을 겪어왔다"고 환기한 뒤 "우리 기업들의 애로가 해소되고 양국 간 경제, 문화, 관광 교류가 활성화 될 수 있도록 관심을 갖고 협조해달라"고 리 총리에게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특히 양국 기업들의 애로 해소와 투자 활성화를 위한 양국 간 경제 분야 고위급 협의체 신속 재개, 중국 내 우리 기업이 생산한 배터리 보조금 제외 철회, 한국산 제품에 대한 반덤핑 수입규제 철회 등도 요청했다. 또 양국에 개설된 원·위안화 직거래 시장 발전과 양국 금융협력 분야의 속도감 있는 추진, 미세먼지에 대한 양국 공동대응 등도 제안했다.

 리커창 총리는 "한중 관계의 발전에 따라 일부 구체적이고 예민한 문제들을 피하긴 어렵지만 한중 간의 실질협력 전망은 아주 밝다"며 "양국은 상호보완성이 강해 양국 관계의 미래는 자신할 수 있다"고 말했다. 리 총리의 '일부 구체적이고 예민한 문제'는 주한미군의 사드 배치 등을 의미한 것으로 풀이된다.

  리 총리는 또 "양국 관계는 우여곡절을 겪었으나 추운 겨울이 지나고 훨씬 따뜻한 봄을 맞을 수 있게 됐다"며 "새로운 지평이 열릴 것"이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과 리 총리는 북핵 문제와 관련 한반도 비핵화 및 북핵 문제 평화적 해결에 대한 원칙을 재확인했다.

 윤영찬 수석은 "양측은 무엇보다 북한이 도발을 중단하고 비핵화 의지를 보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데 인식을 같이했다"면서 "현 상황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대화 재개 여건을 조성하는 등 국면 전환을 위한 창의적 해법을 마련하기로 노력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ego@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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