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월 경범죄→ 공항시설법으로 변경 적용
단속·처벌 기관의 분리, 까다로운 처벌 절차 등 원인
공항 “초기 단계, 점차 실효성 늘어날 것” 기대
【제주=뉴시스】조수진 기자 = “렌트하셨어요?”
지난 12일 오후 2시 제주국제공항 1층 도착장 종합관광안내센터 옆. 기자가 관광업체 홍보책자가 비치된 부스 앞에 서 있자 50대로 보이는 한 남성이 다가와 슬쩍 묻는다. 고개를 젓자 그 남성은 곧바로 다른 관광객을 향해 발걸음을 옮긴다.
그는 관광객에게 렌터카 업체를 소개해주는 소위 렌터카 호객꾼이다. 렌터카 호객 행위는 공항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기자가 이날 공항 도착장에서 20여분간을 머무르는 동안 마주친 호객꾼은 4명이었다.
◇렌터카 호객에 관광객은 ‘눈살’, 관련업체 “불공정 거래 피해” 호소
렌터카 불법 호객 행위는 적법하게 영업을 하는 렌터카 업체에 피해를 입히는데다 관광객들에게 불편을 끼친다. 또 호객 수수료를 렌터카 대여 고객에게 전가하는 경우도 간혹 발생한다.
공항 내에서 렌터카 부스를 운영하고 있는 한 렌터카 업체 관계자 A씨는 “공항에서 비싼 임대료 내서 부스 차리고 정상적으로 영업하는 우리 같은 업체들만 피해를 본다”며 “행정이 나서서 공정 경쟁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토로했다.
또 “부스에서 지켜보면 호객꾼들이 명함을 들이대며 다가갈 때 관광객의 열에 아홉은 눈살을 찌푸리고 피하는 광경을 볼 수 있다”며 “안 그래도 요즘 도 차원에서 관광의 질적 성장을 이야기하는데 관광객들이 입도 관문격인 공항에서부터 불쾌한 경험을 하게 되면 제주도에 대한 이미지가 안 좋아질 것 같아 걱정된다”고 말했다.
종종 호객꾼에게 소개를 받고 있다는 렌터카 업체 관계자 B씨는 “불법인 것을 알지만 제주도에 워낙 렌터카 업체가 많아서 수수료를 더 주고서라도 울며 겨자 먹기로 손님을 끌어들일 수밖에 없다”며 “일부 업체에서는 수수료를 손님에게 부담시키는 경우도 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지난해 9월, 경범죄→공항시설법 적용해 처벌 강화
제주공항 내 렌터카 호객 행위의 근절은 수년째 지적돼 온 사안이다. 지난 2016년 8월까지는 제주도 자치경찰단이 단속 및 처벌 업무를 맡았다.
호객 행위가 현장에서 적발되면 경범죄로 적용이 돼 통상 5만원의 범칙금이 부과됐다. 이는 하루에 적게는 수십만원에서 많게는 수백만원까지 수익을 벌어들이는 호객꾼들에게 경미한 수준이었다.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자 제주도는 지난 2016년 9월부터 항공법(2017년 이후 공항시설법으로 개정)을 적용해 처벌하고 있다.
공항시설법에 따르면 공항 내에서 국토교통부 장관 등의 허가 없이 영업행위 및 상품 및 서비스의 구매를 강요하거나 영업을 목적으로 손님을 부르는 행위가 금지됐다. 이를 어길 경우 1차시 퇴거명령, 2차시 과태료 50만원, 3차시 과태료 250만원, 4차시 과태료 500만원이 부과 된다.
자치경찰단과 한국공항공사 제주지역본부가 단속 업무를 맡고 있으며 퇴거 명령 및 과태료 부과 등 처벌 업무는 제주지방항공청에서 담당한다.
◇처벌 건수 저조…“단속·처벌 기관의 분리 및 까다로운 절차가 원인”
처벌이 강화된 지 1년이 넘었지만 단속 및 처벌 건수는 저조한 실정이다.
자치경찰단에 따르면 지난 3년 간 2014년 70건, 2015년 75건, 2016년 114건으로 매년 증가하는 추세였다. 공항시설법을 적용한 2016년 9월 이후 지난 12일까지 단속 건수는 31건에 그친다. 이 중 제주항공지방청에서 퇴거명령 및 과태료 부과 사전예고통지서를 발부한 건수는 16건에 불과하다.
관계자들은 단속 건수 및 처벌 건수가 적은 원인으로 단속 기관과 처벌 기관이 분리된 점, 적발 요건 등의 까다로운 절차 등을 꼽는다.
렌터카 업체 관계자 A씨는 “예전엔 자치경찰이 호객 행위를 적발한 즉시 단속과 처벌(범칙금 부과)을 곧바로 할 수 있었지만 이젠 단속 밖에 못하니 실효성이 떨어지는 건 당연하다”며 “호객 행위를 근절하려면 단속 기관에 처벌 업무 권한까지 위임해야 의미 있는 변화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고수진 제주도 자치경찰단 경위는 “우리가 적발한 건에 대해 항공청에 넘기려면 호객 현장을 촬영한 동영상, 피해자(관광객)의 진술서, 피의자(호객꾼)의 시인서 등이 필요하다”며 “최근 진술서가 제외되긴 했지만 부과청에서 요구하는 서류가 까다롭다 보니까 적발해도 청으로 넘기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고 밝혔다.
이어 “(경범죄를 적용했던)예전엔 적발 즉시 스티커를 부과할 수 있었기 때문에 처벌 건수가 높았지만 범칙금이 약해 실효성이 낮았다”며 “반대로 공항시설법 적용 이후에는 과태료는 높아졌지만 처벌 건수가 적발 건수를 따라가지 못해 실효성이 낮다”고 지적했다.
아직 호객 행위의 처벌 강화의 실효성을 판단하기엔 이르다는 의견도 있었다.
한국공항공사 제주지역본부의 한 관계자는 “공항시설법 적용 이후 실제로 과태료가 부과된 게 최근인 만큼 아직 시행 초기 단계이기 때문에 실효성을 이야기하기엔 이르다”라며 “2차, 3차 갈수록 과태료가 높아지기 때문에 점차 효과가 커질 것으로 본다”고 기대했다.
susie@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