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주 교수 "저성장 시대일수록 소비자 가격·품질 중시"

기사등록 2017/11/12 14:36:09
【서울=뉴시스】 지난 9일 서울 강남구 노보텔 엠베서더 강남에서 열린 '불황에 더 잘나가는 불사조기업' 출판세미나에서 김창주 일본 리츠메이칸대학 경영학부 부교수가 강연을 하고 있다. 2017.11.12. photo@newsis.com
■'불황에 더 잘나가는 불사조기업' 출판세미나

【서울=뉴시스】신효령 기자 = "일본 소비자들은 경제 고도 성장기에 고품질의 차별화된 제품을 선호했습니다. 하지만 1991년 버블 경제 붕괴 이후에 합리적 소비와 함께 가격을 지향하는 경향이 두드러졌습니다. 그렇지만 여전히 품질을 중시합니다."

김창주 일본 리츠메이칸대학 경영학부 부교수는 지난 9일 서울 강남구 노보텔 엠베서더 강남에서 열린 '불황에 더 잘나가는 불사조기업' 출판세미나에서 "저성장 시대일수록 소비자는 가격은 물론, 과거에 누렸던 품질도 중요시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이 지금부터 위기를 느끼고 미래를 준비하지 않으면 다음 기회는 없을 것 같다"며 "'잃어버린 20년'으로 대변되는 일본의 장기 불황은 상상보다 심각했다. 버블 붕괴 후 20년 동안 혹한기를 겪은 일본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최근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와 함께 '불황에 더 잘나가는 불사조기업'을 냈다. 일본의 장기 불황 속에도 매출이 연 10% 이상 지속성장한 52개 불사조 기업들을 분석한 책이다.

일본의 대표적인 가구전문점 니토리홀딩스, 슈퍼마켓 체인 야오코, 디스카운트스토어 돈키호테홀딩스는 최근 결산보고를 기준으로 각각 무려 30년, 28년, 27년간 매출과 수익이 동시 증가하는 증수증익을 달성했다. 장기 불황에 힘겨워하는 그 일본에서 마치 불사조처럼 살아남아 승승장구하는 대표 기업들이다.
한국과 일본에서 각각 마케팅, 유통 전문가로 활동하는 두 교수는 까다로운 기준으로 불사조 기업을 선정했다.

일단 장기 불황이 시작된 1991년부터 2015년(기업에 따라서는 2014년)까지 매출이 지속적으로 성장한 기업을 추렸다. 24년이라는 긴 시간을 감안, 전년 대비 매출이 줄어든 경우가 2번 이내인 경우도 포함시켰다.

여기에 더해 1991년 이후에 설립됐거나 재무제표를 공표한 기업의 경우 2015년까지 10년 연속 성장한 기업들을 추가해 총 52개를 선정했다. 공통적으로 3가지 특징을 갖고 있었다.

첫째, 가히 폭발적인 성장력과 놀라운 수익성을 보여줬다. 최근 25년간 연평균 매출 성장률이 12.1%씩 증가했을 뿐 아니라, 내실경영을 통해 놀라울 정도의 수익성을 달성해 영업이익 성장률이 무려 16.4%나 됐다.

둘째, 소매업이 31개 사를 차지하며 전체의 60%를 넘는다. 이는 기업 경영 패러다임이 '제품 지배 논리'에서 '서비스 지배 논리'로 전환되고 있음을 반영한다.

셋째, 지방에 있는 기업들이 많다는 특징이 있다. 한국과 달리 전국구보다는 특정 지역에 거점을 두고, 그것을 발판으로 사업 시장의 영역을 확장해가는 지역밀착경영을 하는 일본의 특징이 반영됐다.
【서울=뉴시스】 지난 9일 서울 강남구 노보텔 엠베서더 강남에서 열린 '불황에 더 잘나가는 불사조기업' 출판세미나에서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가 강연을 하고 있다. 2017.11.12. photo@newsis.com
김 교수는 "일본 경제는 1991년 이후 버블붕괴와의 힘겨운 싸움을 벌여왔고, 이제 겨우 불황의 터널을 빠져나오는가 싶은 순간 또다시 저출산과 고령화라는 소비시장의 크나큰 패러다임 변환을 풀어야 하는 숙제에 직면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본의 경제·사회 현상이 일정한 시차를 두고 한국에서 유사하게 재현되는 것을 떠올려보면, 일본 사례는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던져준다"며 "많은 기업들이 고령자 비즈니스에 손을 대고 노력하고 있지만, 실패하고 있다. 이 불사조 기업들이 계속 살아남느냐 못 살아남냐는 2025년 고령자 문제에 대처하는지 여부에 달려있다"고 전했다.

52개 불사조 기업들을 분석한 결과 5가지 성장 DNA가 있었다. 고객 친화적인 영업력, 차별화된 가치를 제공하는 전문성, 높은 수준의 직원 결속력, 신뢰받고 사랑받는 사회적 친화력, 틀을 깨는 창의적 역발상이 바로 그것이다.

김 교수는 "지속 성장하는 기업은 고객이 진정으로 무엇을 원하는지, 그들의 요구를 철저히 분석한다"며 "예를 들어 다이쇼는 거래처 고객의 주문을 절대로 책상 앞에 앉아 기다리지 않는다. 그들의 영업은 언제나 현장인 시장에서 시작된다. 상품 기획·주문부터 상품의 진열 제안, 메뉴나 레시피 제안까지 현장에서 직접 발품을 판다"고 설명했다.
서용구 교수는 "최종 소비자(외부 고객)의 만족은 고객 가치를 고민하고 창조하고 전달하는 종업원(내부 고객)의 만족 없이는 실현되지 못한다"며 "종업원을 노동 착취의 대상으로 여기는 순간, 그 기업은 블랙 기업으로 낙인 찍힐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일본의 불사조 기업 사례를 제시하고, 한국 기업이 위기 대응 능력을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2007년 8월 유나이텟도아로즈(신사·숙녀복 전문 의류점)는 전 종업웝의 정규직화 제도를 선언하며, 업계에 커다란 파문을 일으켰다. 당시 1200명이나 되는 아르바이트 사원을 모두 정사원으로 채용했다. 비용 측면만 생각한 것이 아니라 선행투자라는 의식이 강했던 것이다. 그 결과 인재의 다양화가 이뤄져 독특하고 기발한 아이디어를 만들어내는 환경이 조성됐다. 1994년 이래 22년간 줄곧 성장하며 몸집을 무려 3130%나 키워왔다."

"니토리홀딩스는 30년 동안 매년 매출액과 경상이익이 증가한 기업이다. 1972년 창립 당시에는 해외 가구를 직수입해 판매하는 영세한 가게였지만, '홈 인테리어 스토어'라는 문화 대혁명을 이끌었다. 가구업계 최초로 제조·소매 일체형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해 양질의 상품과 낮은 원가를 동시에 달성했다."

서 교수는 "유통업계 최대 화두로 옴니채널 마케팅이 부각되고 있다"며 "개별적으로 구축하던 웹 사이트, 모바일 앱, 오프라인 매장, 소셜미디어, 고객센터 등의 여러 고객 유입 채널을 유기적으로 통합해 일관된 고객 경험을 제공하는 옴니채널 전략을 추친하고 있다. 옴니채널 트렌드를 무시하고 오프라인이나 온라인 중 하나의 시장에만 머무는 올드노멀형 기업은 매출 감소를 피하기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snow@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