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틀 롤을 맡은 베이스바리톤 우경식이 눈길을 끈다. 한양대를 졸업하고 독일 함부르크 국립음대에서 오페라과 석사과정, 동대학원에서 리트 오라토리오와 최고연주자과정을 마쳤다. 독일 킬 국립극장 주역 솔리스트를 비롯 유럽에서 활동하다 지난해 말 귀국했다.
지난 5월 국립오페라단의 오페라 '오를란도 핀토 파초'의 오를란도 역을 맡아 국내 오페라 무대에 신고식을 했다. 안정된 기량은 물론 뚜렷한 이목구비로 '오페라계 꽃미남'으로 불리며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돈 지오반니'는 아리아로 유명하다. 주인공 돈 지오반니의 여성 편력을 다룬 '카탈로그의 노래'를 비롯 달콤한 유혹의 노래 '우리 손을 맞잡고', 호쾌함이 인상적인 '샴페인의 노래' 등이다.
캐릭터도 못지않게 강렬하다. 2065명을 유혹한 스페인 희대의 바람둥이 돈 후안(돈 지오반니는 돈 후안의 이탈리아어식 표기)이 모델이다.
우경식은 이 캐릭터의 매력에 부합하는 외적인 조건을 갖췄다. 하지만 외모가 전부는 아니다. 돈 지오반니가 복수의 화신 '돈나 안나', 순정의 '돈나 엘비라', 철없는 하녀 '체를리나'로 대표되는 여인들을 희롱하다 지옥불에 떨어진다는 내용의 이 작품은 드라마틱한 연기력도 필수다. 성악가는 오페라 무대에서 배우가 돼야 한다고 강조하는 우경식을 최근 서초동 라벨라오페라단에서 만났다.
Q. 귀국한 이후 바쁜 스케줄을 소화하고 있다. '오를란도 핀토 파초'를 시작으로 '마술피리'를 거쳐 '돈 지오반니'까지 출연하게 됐다. 12월에는 오페라 '라보엠'에도 출연한다.
Q. 앞서 독일 '돈 지오반니' 두 개의 프로덕션에서 돈 지오반니의 하인인 레포렐로('카탈로그의 노래'를 부르는 캐릭터)를 연기한 것으로 안다. 이번에 신분이 상승했다(웃음). 돈 지오반니 역은 처음인데 어떻게 해석을 하려고 하나.
A. "기존에 한국에서 공연한 돈 지오반니 캐릭터는 유교문화에서 어쩔 수 없는 '나는 양반이다'라는 영향이 섞여 있었다. 나는 레포렐로와 동등한 위치에 있는 돈 지오반니를 그리고 싶다. 친구와 같이 모든 계획에 동참하기 때문이다. 돈 지오반니는 친구가 필요하다."
Q. 최근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공연한 '마술피리'에서 연기한 새잡이꾼 '파파게노' 역시 '타미노 왕자'와 동등한 위치에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근래에 본 가장 멋있는 새잡이꾼이라고 할까?
A. "'마술피리'에 출연할 당시 연출님과 이야기를 많이 했다. 파파게노 입장에서는 타미노 왕자는 옆 나라 왕자일 뿐이다. 처음에는 존댓말도 안 하고 싶었다. 기본적으로 모든 사람은 평등하다는 생각이다. 그래야 새로운 시도가 가능하다. 항상 해석이 같다면, 굳이 다른 프로덕션을 볼 필요가 없다."
Q. 오페라 '돈 지오반니'의 매력은 무엇인가?
Q. 평소 이미지는 '돈 지오반니'와 딴판으로 안다. 다정한 남편, 두 아이의 아빠다. 근데 오를란도, 파파게노 이번 돈 지오반니까지 모두 이른바 한량 역이다. 성악가로서 오페라 무대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건 무엇인가?
A. "평소 내성적인데 무대에만 오르면 돌변한다(웃음). 오페라 무대에서 성악가는 먼저 배우가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노래는 당연히 밑바탕이 돼야 하고 그 캐릭터를 찾아야 한다. 그래서 잘 정돈되지 않은 캐릭터에서는 거친 발성, 모습도 필요하다고 본다."
Q. 독일에서 안정적으로 성악가 생활을 했는데 귀국한 이유가 무엇인가?
A. "성악가로서의 경력 뿐 아니라 우리 가족 삶에 대해 많이 생각을 했다. 아이들이 (정체성에 대한) 혼돈을 겪을까 학교를 다니기 전에 오고 싶었다. 고민이 많았지. 이와 함께 새로운 도전이 필요했다. 방 안에 갇혀 있기보다 문을 열고 나가고 싶었다. 한국이 새로운 곳이었다. 독일에서 400번 무대에 올랐지만 작은 역들도 있었다. 계속 바쁘게 출연하다 보니 끌려 다닌다는 생각도 들고. 한국에서는 주요 배역만 올라, 힘들기는 하지만 그 만큼 더 깊이 고민하고 연구할 수 있게 됐다."
A. "아니다. 그렇게 봐주시니 감사하다(웃음). 이로 인해 오페라계가 부흥되면 감사한 일이다. 몸도 더 멋있게 만들고 싶다. 2, 3년을 생각하고 계획 중이다."
Q. 앞으로 오페라에서 어떤 점을 더 보여주고 싶나.
A. "다양한 색깔을 내는 동시에 나만의 캐릭터를 찾는 가수 겸 배우가 되고 싶다. 한국에서 짧은 기간 많은 작품에 출연하면서 점차 겁이 나기 시작했다. 갈수록 더 좋은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생각에 할 일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영화배우 송강호 씨를 좋아하는데 오페라계에서 그런 존재감을 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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