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재생 사업에만 한정...한전 16년만에 발전 사업 참여 관측도
'신재생 3020' 달성 위해 한전 참여 필요하다는 의견 제기
【세종=뉴시스】박상영 기자 = 한국전력이 5억 달러 규모의 녹색채권 발행을 추진한다. 국내에서 다섯 번째, 비 금융기관·기업으로는 처음이다.
한전이 친환경 산업에만 한정해 사용할 수 있는 녹색 채권을 발행하면서 신재생 발전 사업에 직접 참여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5일 전력업계에 따르면 한전이 추진하는 녹색 채권 발행은 총 5억 달러 규모다. 한전은 관계 부처와 협의를 거쳐 채권을 발행한다는 계획이다.
녹색 채권은 발행조건이 일반채권과 같지만, 조달 금액의 사용목적이 기후변화 대응이나 신재생에너지 사업 등 친환경 산업 지원으로 한정됐다.
기후변화 대응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친환경 산업이 확대되면서 세계 녹색 채권 시장은 급성장 중이다. 관련 산업에 막대한 자금이 필요한 만큼 민간재원의 필요성이 커지면서 녹색채권이 민간자금을 유인하는 주요 통로로 활용되고 있다.
세계 녹색 채권 발행 규모는 2012년 45억8000만 달러 수준에서 지난해 810억 달러 규모로 20배 가까이 증가했다. 올해 예상 발행 규모는 2006억 달러에 달한다.
발행기관도 국제기구 중심에서 민간으로 다변화되는 모습이다. 2015년 발행분을 보면 민간기업이 27%, 상업은행이 20%를 차지했고, 국제기구 등이 39%로 나타났다.
반면 국내 녹색 채권 발행은 5년 동안 단 네 번에 그쳤고, 총 규모는 17억 달러 수준이었다. 일반 기업이 활발히 참여한 해외와 달리 네 번의 녹색채권 발행 모두 금융기관이나 금융권 기업이 주도했다.
수출입은행이 2013년 2월 처음으로 5억 달러 규모의 녹색 채권을 발행한 이후, 지난해 2월 4억 달러 규모로 한 차례 더 발행했다. 지난해 3월에는 현대캐피탈이 5억 달러, 올해 6월에는 산업은행이 3억 달러의 녹색채권을 발행했다.
한국전력이 5억 달러 규모의 녹색 채권 발행을 추진하는 배경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자금 조달이 목적이었다면 일반 채권을 발행해도 되기 때문이다.
한전은 2001년 전력사업 구조 개편에 따라 전력 구입·송전·배전만 담당하고 있다. 전력 생산은 발전 자회사와 민간 발전사에 맡기고 있다. 한전은 특수목적법인(SPC)설립을 통해서만 간접적으로 신재생 에너지 발전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가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20%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이어서 한전과 같은 대규모 사업자의 참여가 필요한 상황이다.
이에 국회를 중심으로 한전이 직접 신재생 발전사업에 참여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한전의 신재생 에너지사업에 한해 참여를 허용하는 내용의 전기사업법 개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한전이 기후변화 대응이나 신재생에너지 사업 등에만 한정된 녹색 채권 발행을 추진하면서 한전이 직접 신재생 발전 사업에 직접 뛰어드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힘을 받고 있다.
전력업계 관계자는 "녹색 채권 발행이 한전의 신재생 사업에 직접 뛰어드는 신호탄이 될 수 있다"며 "한전과 같은 대규모 사업자가 신재생 사업에 참여를 한다면 정부의 신재생 에너지 확대 목표도 한층 가까워질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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