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모 계좌서 8000여만원 빼 뉴질랜드 출국 직전 환전
【용인=뉴시스】김지호 기자 = 최근 친모 등 일가족을 살해하고 뉴질랜드로 달아난 30대 용의자가 현지 경찰 조사에서 "범행 의도가 없었다"고 밝힌 것으로 확인됐다.
용의자는 현재 과거 뉴질랜드에서 저지른 절도 혐의로 체포돼 국내 정부의 범죄인 인도 요청을 받은 뉴질랜드 사법당국에 의해 구속됐다.
1일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달 21일 국내에서 친모(55)와 이부(異父)동생(14), 계부(57)를 잇따라 살해하고 달아난 혐의를 받고 있는 김모(35)씨는 같은 달 29일 오후 5시30분께(현지시간) 뉴질랜드 오클랜드에서 현지 경찰에 체포됐다.
김씨 아내 정모(32)씨도 범행 중인 김씨로부터 '2명 죽였다. 1명 남았다'라는 등의 연락을 받고 함께 달아나는 등 사전에 범행을 알았던 것으로 판단돼 공범 혐의로 체포영장이 발부된 상태다.
김씨는 현재 뉴질랜드 경찰주재관과의 면담에서 어려웠던 가정사에 대해 설명하며 "아내는 결백하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또 범행에 대해선 "그럴 의도가 없었다. 의도한 것이 아니다"며 계획적 범행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경찰은 흉기를 미리 준비하고 콘도, 렌터카를 이용해 계부를 유인한 점 등으로 계획범죄에 가깝다고 보고 있다. 친모와 이부동생, 계부를 잇따라 살해한 뒤 휴대전화도 뺏어 범행을 은폐한 정황, 출국까지 순조롭게 이뤄지는 등 사전에 준비가 없었다면 어려워 보이기 때문이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경기 용인동부경찰서는 김씨의 범행동기가 경제적인 갈등인지를 놓고 금융거래 내역을 분석 중이다.
현재까지 김씨는 친모의 계좌에서 8000여만원을 자신의 계좌로 이체하고 출국 직전 뉴질랜드 달러로 환전했다.
경찰은 또 신병이 확보되지 않은 정씨와 딸들에 대해서도 함께 송환될 수 있도록 뉴질랜드 사법당국과 절차를 논의하고 있다.
한편 김씨는 2015년 국내에 입국하기에 앞서 임대주택에 있는 4000여 뉴질랜드 달러 상당의 냉장고와 세탁기 등을 훔친 혐의로 현지 경찰에 체포, 구속된 상태다.
김씨는 지난 10월30일 뉴질랜드 노스쇼어 지방법원에 출석, 구금된 데 이어 이날 열린 2차 심리에서 구속 기간이 45일 연장됐다. 현지 언론 등을 통해 김씨의 실명과 사진도 공개됐다.
경찰은 구속 후 45일 이내에 범죄인 인도를 청구해야 한다는 규정에 따라 본격적인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다. 김씨 체포에 뉴질랜드 경찰이 적극적으로 협조한 데다 김씨의 살인 혐의 등이 명확한 만큼 범죄인 인도는 순조로울 것으로 예상된다.
경찰 관계자는 "김씨가 국내에서 저지른 범죄 혐의가 정치성이 아닌, 명확한 강력범죄이기 때문에 뉴질랜드 사법당국에서도 큰 문제 없이 범죄인 인도요청에 협조할 것으로 보인다"라며 "현지 경찰주재관이 김씨와 아내에 대해서 수시로 면담을 통해 관리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또 "현재 금융거래 내역을 분석 중인 단계여서 정확한 액수와 빼낸 시점 등에 대해서는 확인해 줄 수 없다"라고 덧붙였다.
김씨는 지난달 21일 오후 2~5시 경기 용인시 처인구의 한 아파트에서 친모와 이부동생을 살해한 뒤 강원 평창군의 한 국도 졸음쉼터에서도 계부를 살해, 횡성군의 한 콘도 주차장에 있던 차량 트렁크에 시신을 유기한 혐의를 받고 있다.
kjh1@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