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비' 고두심 "6년만에 영화…제가 참 졸렬했어요"

기사등록 2017/10/31 16:08:16
【서울=뉴시스】권현구 기자 = 영화 '채비'의 배우 고두심이 31일 오전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뉴시스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7.10.31. stoweon@newsis.com

【서울=뉴시스】 손정빈 기자 = "욕심 나죠. 나이도 들고 제안도 많이 없을 것 같으니까 소심하게 표현하는 것 뿐이죠.(웃음) 감독님들. 어떤 역할이든 줘봐요. 고두심이 해낼 수 있으니까."

 배우 고두심(66)이 "너무 진한 멜로만 빼면 다 괜찮다"고 농담을 던지며 이같이 말했다.

 영화 '채비'(감독 구성주)로 6년 만에 스크린에 돌아온 고두심은 여전히 식지 않는 연기 열정을 내보였다.

 그가 이번 작품에서 맡은 역할은 우리가 익히 잘 알고 있는 고두심표 '엄마'다. 7세 지능을 가진 서른 살 아들을 건사하며 평생을 억척스럽게 살아온 엄마는 암에 걸려 아들을 남겨두고 세상을 떠나야 한다. 고두심이 그간 다양한 작품에서 보여준 그 절절한 모성이 '채비'에 담겼다.

 고두심이 영화에서 주연을 맡은 건 12년 전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그의 영화 경력은 구성주 감독의 전작인 '엄마'(2005) 이후 몇 편의 영화에 조연 혹은 특별출연으로 짧게 등장한 게 전부였다. 시간을 더 앞으로 돌려봐도 그가 출연한 영화는 손에 꼽을 정도다. 주로 TV 드라마에서 활약해오던 그의 모습을 극장의 대형 스크린에서 보는 것 자체가 새로운 일이다.

 그는 "너무 내가 너무 움츠려들었던 것 같다"고 고백했다.

  "복합적이죠. 큰 스크린에 머리부터 발끝까지 나온다는 게 참 공포스러웠어요. 한 두 달 씩 집을 비우며 촬영하는 것도 싫었고요. 영화는 드라마보다 좀 무서운 장면들이 있으니까, 그런 것도 싫었죠. 제가 참 졸렬했어요."

【서울=뉴시스】권현구 기자 = 영화 '채비'의 배우 고두심이 31일 오전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뉴시스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7.10.31. stoweon@newsis.com

 그런 그는 후배 배우 유선의 끈질긴 설득 끝에 영화 출연을 결정했다.

 '응답하라' 시리즈에 나왔던 배우 김성균을 눈여겨 봤고, 이번 작품에 그가 출연한다는 소식을 듣고 하기로 했다. 유선은 김성균을 '고두심 선생님이 출연한다'는 말로 끌어들이는 데 성공했고, 고두심과 김성균이 '채비'에서 엄마와 아들로 만날 수 있었다.

 '엄마 연기'는 자신있다는 게 고두심의 속마음이다.

 그는 모친이 줬던 사랑을 마음 깊이 간직하고 있었다. 또 외할머니가 모친에게 줬던 사랑도 기억하고 있었다. 고두심은 두 엄마가 보여줬던 사랑에 관한 이야기를 길게 들려줬다. "어느 엄마가 안 그러겠냐마는 제가 그런 모습을 보면서 자랐잖아요. 그 사랑을 느끼면서요. 그게 어떤 마음인지 잘 알고 있어요. 그래서 제가 엄마 연기에 자신이 있고, 잘하나 봐요. 아유 제가 너무 잘난체하는 것 같네요.(웃음)" 고두심은 영화 속에서 그려지는 모성에 관한 이야기를 하다가 울컥하며 눈물을 쏟았다.

 고두심은 자신의 연기 인생을 다양한 역할을 해보지 못한 경력이라고 했다. 45년 동안 한 분야에 몰두해 자신 만의 세계를 구축한 대가의 말이라고 하기엔 너무 겸손한 말이다. 그는 "지금까지 현역에 있다는 게 감사한 일"이라고 했다. 역할이라는 건 주어지는 것이라는 게 그의 연기 지론이기도 하다.

 "저한테 가끔 앞으로 계획을 묻는 분들이 있어요. 어떤 역할을 하고 싶으냐고요. 제가 하고 싶다고 할 수 있는 건가요. 전 그런 고민을 할 시간에 지금 제게 주어진 역할에 얼마나 더 깊이 다가갈 수 있을지 고민하고 싶어요. 제가 맡은 인물에 저 고두심을 뺀 채 얼마나 더 다가갈 수 있느냐, 그게 더 중요한 거죠."

 영화 '채비'는 다음 달 9일 개봉한다.

 jb@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