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김혜경 기자 = 일본군 위안부 기록의 유네스코(UNESCO·유엔교육과학문화기구) 세계기록유산 등재 심사가 지난 24일(현지시간)부터 프랑스 파리에서 시작되자 일본 정부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25일 산케이신문 등 일본 언론에 의하면,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관방장관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지난) 18일 채택된 유네스코 집행위원회 결의는 사무국장 및 (심사를 실시하는) 국제자문위원회(IAC)에 (세계기록유산과 관련해) 정치적 긴장을 회피하도록 요청하고 있다"면서 위안부 기록의 등재를 견제했다.
일본은 지난 2015년 10월 중국의 난징(南京)대학살 관련 자료가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된 데 반발, 심사 과정이 불투명하다며 유네스코 측에 제도 개선을 요구했다.
또 한중일 3개국 등의 시민단체가 지난 2016년 위안부 기록물을 세계기록유산 등재를 신청하자, 이것은 유네스코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것이라며 반발해 왔다.
유네스코 집행위원회는 이러한 요구를 받아들여 지난 18일 세계기록유산과 관련해 이견이 있을 경우 당사국간 대화를 촉구하고 의견이 모아질 때까지 심사를 보류하는 결의를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그러나 이 새 제도의 적용은 2019년부터 적용되기 때문에, 위안부 자료는 연내 등재가 유력시되고 있다고 산케이는 전망했다.
그러나 최근 압둘라 알라이시 IAC 의장이, 위안부 자료 등 관계국으로부터 이의가 제기된 안건의 심사를 연기할 것을 이리나 보코바 유네스코 사무총장에게 요구한 것으로 알려지는 등 결과는 지켜와야 하는 상황이다.
일본은 유네스코에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분담금을 지급하는 국가로, 그간 유네스코가 자국에게 불리한 결정을 할 때마다 분담금 지급을 연기하며 유네스코의 목줄을 죄는 수단으로 활용해 왔다.
이에 더해 지난달 미국의 유네스코 탈퇴 결정으로 일본은 유네스코 최대 후원국으로 등극할 전망으로, 향후 일본의 유네스코에 대한 입김은 더 세질 전망이다.
산케이는 이번에 위안부 자료가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되면, 일본 국내에서는 유네스코 분담금 지급 중단을 요청하는 목소리가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본의 유네스코 탈퇴론도 일각에서 제기되는 듯 하다. 스가 장관은 전날 회견에서 위안부 자료가 등재될 경우 일본 정부의 대응 및 유네스코에서 탈퇴할 것인지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에 대한 질문에 답하는 것은 삼가고 싶다"며 언급을 회피했다.
유네스코의 세계기록유산은 세계 각지의 귀중한 고(古)문서나 영상 등을 인류의 재산으로서 보호하는 사업으로, 14명의 전문가로 구성된 IAC가 심사한다. IAC는 지난 24일부터 회의를 열었으며, 오는 27일까지 130여건을 대상으로 심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IAC는 심사 결과에 대해 권고하고, 이를 바탕으로 유네스코 사무국장이 최종 등재를 결정하는 구조다. 유네스코 사무국장의 최종 결정 및 결과 발표 일시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한편 올해 일본은 3건의 자료를 세계기록유산에 등재해줄 것을 신청했는데, 제2차 세계대전 중 자국 외교관인 스기하라 지우네(杉原千畝)가 유태인을 도와주기 위해 발급한 비자 등의 자료 이른바 '스기하라 리스트'와 한일 민간단체가 공동으로 신청한 에도(江戸)시대 한반도에서 파견된 '조선통신사에 관한 자료, 그리고 군마(群馬)현의 고대 비석군 자료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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