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이승주 기자 =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상담, 다음주에 다시 오세요. 아직 지침이 내려오지 않아 지금 상담해드리기 어렵네요."(서울 중구 A은행)
24일 정부의 '가계부채 종합대책' 발표 이후 대출상담을 받기 위해 은행을 찾은 기자에게 한 상담직원은 이렇게 말했다.
기획재정부와 국토교통부,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한국은행은 이날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합동으로 다주택자 대출규제를 골자로 한 '가계부채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이는 신(新) 총부채상환비율(DTI·Debt To Income)과 총체적 상환능력심사(DSR·Debt Service Ratio)를 내년 1월부터 도입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기존 DTI보다 더 강화된 기준으로 한도 및 대출상환능력을 심사한다.
대책이 발표된 당일 은행권 대출창구는 혼선을 빚었다. 이전부터 가계부채 대책이 발표될 것으로 예정됐지만, 아직 개별은행에는 자세한 세부지침이 내려오지 않아서다.
대출상담을 요청한 기자에게 A 은행 상담직원인 이모씨는 "대략적인 개요만 나왔을 뿐 아직 세부규정이나 지침 등이 개별 은행으로 내려오지 않은 상황"이라며 "이미 매매계약을 체결해 당장 잔금을 치러야 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다음주 이후에 상담하러 오라"고 했다.
이 직원에 따르면 오늘 하루 이 은행에 주택담보대출 상담을 받은 사람은 아무도 없다.
이 씨는 "오늘 대출 상담을 온 분들을 모두 돌려보냈다"며 "현재는 한도나 상환기간 등을 정확히 상담해주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안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가계부채 대책이 내년 1월부터 적용될 예정이지만, 매매계약을 하고 잔금을 치르기까지 어느 정도 기간이 소요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대출 개시일이 이번 대책 적용시점과 겹칠 수 있기 때문이다.
다주택자 대출상담은 사실상 끊긴 상태다.
중구의 B은행 대출상담 직원 김 씨는 "다주택자 대출상담은 8·2대책 이후부터 사실상 끊긴 상태"라며 "이번 대책발표가 다주택자 규제에 더욱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소식 때문인지 특히 오늘은 대출을 받거나 상담을 요청하는 다주택자는 찾아보기 어렵다"고 전했다.
반면 무주택 실수요자 상담은 간간이 이뤄지는 분위기다.
김 씨는 "무주택 실수요자의 경우 이번 대책으로 이전보다 대출이 어려워지지는 않을 것"이라며 "아직 정확한 지침이 내려오지는 않았지만 무주택 실수요자의 대출한도가 크게 줄지는 않을 것 같아 대략적인 상담은 해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당분간 이같은 은행권 분위기는 계속될 전망이다.
신정섭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차장은 "지난 8월 부동산규제에 9월 금융권 감독규정이 강화되면서 이사철 치고는 매매건수와 주담대 규모가 이전보다 크게 줄어든 상태"라며 "투기지역에서 다주택자가 대출받는 일은 사실상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다. 여기에 신 DTI까지 적용되면 대출수요는 더욱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무주택 실수요자나 전세수요는 안정될 것으로 봤다.
신 차장은 "무주택 실수요자의 경우 보금자리론 등을 이용하면 여전히 이전과 같은 한도로 대출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이라며 "다주택자 대출은 사실상 쉽지 않게 됐지만 무주택 실수요자 대출은 큰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다주택자의 대출이 어려워지면서, 이들이 잔금을 치르기 위해 집을 전세로 내놓는 경우가 늘어날 것"이라며 "오히려 전세물량 증가로 전세입자의 주거안정성이 커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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