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영민 장관, 단말기 완전자급제에 유보적 태도 이유는

기사등록 2017/10/22 13:15:08
【과천=뉴시스】이정선 기자 = 과학정보기술통신부의 2017 국정감사가 시작된 12일 오전 경기 과천 정부청사 과학정보기술통신부에서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굳은 표정으로 질의를 경청하고 있다. 2017.10.12. ppljs@newsis.com


단통법 폐지시 통신비 인상 비롯 급격한 시장구조 변화 예상돼
영업타격 우려 유통점들 "강제자급제 반대" 강력반발
결국 '사회적 논의기구'서 도입 여부 결정될 듯

【서울=뉴시스】이종희 기자 = 가계통신비 인하 방안으로 단말기 완전자급제 도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으나 정작 주무부서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유영민 장관은 유보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어 그 배경 등이 주목된다.

 대표적 이유는 단말기 완전자급제가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 폐지를 전제하면서 단기적 통신비 인상, 영업타격이 우려되는 유통점들의 반발이 심한 것 등 때문으로 풀이된다.

 단말기 완전자급제란 TV, 컴퓨터를 구매하는 것처럼 소비자가 일반 전자제품 유통점 등에서 휴대폰을 자유롭게 구입한 뒤 원하는 이동통신사에 가입해 사용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단말기 완전자급제는 가격경쟁을 유도해 소비자들의 편익을 늘려줄 것이라는 기대에도 통신시장의 구조를 흔들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이통업계, 단말기 제조업계 등 이해관계자의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최근 이통업계에서는 단말기 완전자급제를 놓고 긍정적인 반응이 나와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은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과기정통부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SK텔레콤은 단말기 완전자급제에 긍정적"이라며 "단말기와 서비스가 분리돼 경쟁하게 되면 가계통신비 인하될 수 있다고 가정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업계의 긍정적인 반응에도 유 장관은 신중한 모습이다. 유 장관은 지난 19일 종로 세운상가의 메이커스(Makers) 지원 시설을 방문한 뒤 기자들과 만나 "(단말기 완전자급제가) 통신비 문제를 해결하는 유일한 대안이라는 것에 대해 깊이 들여다봐야 한다"며 "완전자급제는 원론적으로 상당히 설득력이 있는 대안인 것은 사실이지만 시장을 정교하게 봐야 한다"고 유보적인 입장을 드러냈다.

 이는 단말기 완전자급제가 단통법 폐지를 전제하는 탓이다. 단말기와 통신상품이 분리되면 단통법이 규정하는 공시지원금과 선택약정할인 등이 사라지게 된다. 단기적으로 통신비가 올라갈 수 있다는 예측도 있다. 유 장관도 "단말기 완전자급제가 단통법 폐지를 전제로 하는데, 개인적 우려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더불어 유통점을 대표하는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도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점도 부담이다. 협회는 20일 서울 성동구 사무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법으로 규정해 시장을 강제로 완전자급제로 바꾸는 '강제자급제'에 반대한다"며 "가계통신비 인하효과는 가설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유통점은 단말기 완전자급제가 시행되면 이통사가 직접 단말기를 판매하지 못해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현재 대부분 유통점은 단말기와 통신상품을 결합해 소비자에게 판매한다. 때문에  이통사에게 받아오던 판매장려금이 감소해 매출이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여기에 대기업이 유통시장에 들어올 수 있어 기존 유통망이 사실상 붕괴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찬반여론이 본격화됨에 따라 다양한 이해관계자를 고려해야 하는 유 장관도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유 장관은 "단말기 제조업체·이동통신사·대리점·유통점·소비자 모두 이해 관계가 예민하게 얽혀 있다"며 "원론적으로 맞다고 하지만 시장은 그렇게 만만하지 않다"고 문제 해결의 어려움을 드러냈다 

 결국 단말기 완전자급제 등 가계통신비 인하를 위한 모든 논의는 '사회적 논의기구'에서 이뤄질 전망이다. 과기정통부는 사회적 논의기구를 정기국회가 이뤄지는 10월 중 출범시키겠다고 말해왔다. 사회적 논의기구는 단말기 제조업체·이통사·학계·전문가·시민단체 등이 모여 가계통신비 인하 방안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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