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레리나 김주원 연극 데뷔 "오랜만에 지적도 받지만 재미"

기사등록 2017/10/12 08:43:39
【서울=뉴시스】 김주원, 연극 '라빠르트망' 주역 리자. 2017.10.12. (사진 = LG아트센터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이재훈 기자 = 스타 발레리나 김주원(40) 앞에 배우라는 수식이 더해질 참이다. 연극 '라빠르트망'(연출 고선웅·각색 오세혁)에서 주인공 '리자'를 맡아 연극에 데뷔한다.

오는 18일부터 11월5일까지 LG아트센터에서 공연하는 이 연극은 1997년 국내 개봉한 프랑스 영화 '라빠르망'을 원작으로 삼았다. 김주원은 사랑의 다양한 결을 보여주는 이 작품에서 막스(오지호)를 사로잡은 매혹적인 여인 리자를 연기한다. 원작 영화 '라빠르망'에서 모니카 벨루치가 보여준 신비한 매력을 연기와 춤으로 옮긴다.
 
1998년 국립발레단에 입단하며 프로 무대에 나선 김주원은 여전히 현역이자 한국 발레계 간판이다. 국립발레단 수석무용수 시절 '무용계의 아카데미상'으로 통하는 '브누아 드 라 당스'를 받은 실력 있는 무용수이자 춤 예능 프로그램인 '댄싱 위드 스타'에서 가장 후한 점수를 준 심사위원을 맡은 대중적인 무용수이기도 하다. 성신여대 교수로 강단에도 오른다.

이미 자신의 분야에서 일가를 이룬 그녀는 여전히 새로운 장르에 대한 도전을 멈추지 않고 있다. 2010년과 2017년 춤 중심의 뮤지컬 '컨택트'에 출연했고, 2015년과 2016년 뮤지컬 '팬텀'에서 역시 춤이 중심이 되는 장면을 소화했다. 지난해 국립오페라단 오페라 '오를란도 핀토 파쵸'에 안젤리카 역으로 특별 출연, 단 5분 동안 유려한 동작으로 객석을 사로잡기도 했다.

프로 데뷔 20년차에 연극이라는 정극 도전에 나선 김주원을 연습이 한창인 지난 10일 오후 LG아트센터에서 만났다. 숙제가 많고 지적도 많이 받지만 즐겁다며 싱글벙글이다.
  
Q. 연극 데뷔를 앞둔 심정은 어떤가.

A. "재미있다. 해야 할 숙제가 많은데 그렇다. 사실 춤 무대에서는 내게 지적하는 사람이 별로 없다. 하지만 연극은 처음이라 지적을 많이 받는다. 발음부터 동선까지 모든 디렉션이 주어진다. 그래서 처음 공부하는 사람처럼 연습해나가고 있다. 그것이 새롭고 재미다. 대사는 처음에는 입이 떼어 지지 않아서 고생이 많았다. 지금은 훨씬 더 자연스러워지고 편해졌다."

【서울=뉴시스】 오지호·김주원·고선웅. 2017.10.12. (사진 = LG아트센터 제공) photo@newsis.com
Q. 계속해서 다른 장르에 도전할 수 있는 용기의 비결은 무엇인가.

A. "겁이 많다. 근데 하고 싶은 것은 해야 한다.(웃음) 호기심이 있어서 궁금한 건 다 해봐야 한다. 이상하게 그런 것에 대하서는 두렵지 않다. 그 도전 과정이 즐겁고 행복하다. 평생 그렇게 살아서 힘든 줄도 모른다. 그리고 제가 굳이 힘을 쓰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인연이 찾아오는 작품들이 있다. '라빠르트망'도 마찬가지고. 내게 새로운 작품을 만나면, 스스로 몰랐던 부분을 알게 된다. 완전히 새로운 감각들을 깨우는 거지. 연극은 뒷날 내 춤의 감정 표현이나 드라마를 담기에도 좋을 거 같다."

Q. 고선웅 연출과 우리나라 1세대 스타무용수 최승희(1911∼1969) 작업의 논의하기 위해 인연을 맺었고, 함께 작업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어떤 연출가인가.

A. "크고 따듯한 사람이다. 작품을 보는 면에서는 냉철한 면도 있다. 천재 소년 또는 천재 할아버지 또는 천재 아줌마 같다.(웃음) 유머러스러한 반면 심하게 처절하기도 하고, 한국에서 보기 드문 예술가다."

Q. 최승희에 대해서는 오래 전부터 애정을 품어왔다.

A. "예술가로서 그녀의 삶이 지금껏 잘 그려지지 않은 거 같다. 나 역시 현실에서 최승희처럼 삶을 살아가 공감가는 부분이 많다. 누군가는 '김주원이 최승희'라고 하시더라. 그 인물을 제대로 표현하고 싶다, 그래서 최승희 춤을 보급하는 백홍천 선생님과 그 분의 딸인 백향주 씨에게 춤을 배운 이유다."

Q. 유니버설발레단 수석무용수 황혜민 남편인 엄재용과 함께 11월 '오네긴'을 끝으로 현역 무대에서 은퇴한다. 절친한 사이이자 같은 여성 무용수로서 느껴지는 것이 많을 거 같다.

A. "친자매 같은 사이라 서로 모든 이야기를 털어놓는다. 혜민이가 은퇴를 결심했을 때 제일 먼저 상의했다. 솔직히 아직도 안타깝다. 여전히 탄력 있고 에너지고 넘치며 감정적으로 충만한 무용수다. 하지만 임신과 출산 등 여성으로의 삶을 위한 그녀의 선택에 박수를 보낸다. 춤을 추는 동안 후회 없이 했던 친구라 이런 은퇴도 가능하다. 완벽하다고 느끼는 시기, 즉 박수를 쳐 줄 때 무대에서 내려가는 건 쉽지 않다. 혜민이 은퇴 공연 때 내가 오열할까 걱정이다. 혜민이가 말했다. '언니는 공연 전에 분장실에 오지 말라고'."

【서울=뉴시스】 연극 '라빠르트망'. 2017.10.09. (사진 = LG아트센터 제공) photo@newsis.com
이미 해외에서 무용수는 다양한 장르에 도전하고 있다. 아메리칸 발레 시어터(ABT)에서 주역으로 활약한 미하일 바리시니코프는 영화 '백야'와 드라마 '섹스 앤 더 시티'를 통해 연기력도 인정받았다. ABT와 영국의 로열발레단에서 활약한 발레리나 나탈리아 마카로바는 미국 브로드웨이 뮤지컬에 출연하며 토니상도 받았다.

김주원은 바리시니코프와 마카로바의 예를 들면서 자신의 도전이 이례적인 것은 아니라고 겸손해했다. 다만 어떤 도전도 할 수 있게 항상 준비를 하고 깨어 있어야 한다는 점은 강조했다. 처음이라 초반에 익숙하지 않은 과정도 즐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주원의 이런 정신은 놀라운 일을 만든다. 앞서 3월말 퇴행성 척추 디스크가 악화 됐음에도 지난 6월 '컨택트' 공연으로 호평 받았다. 그녀의 몸 상태를 보고, 춤을 관두라고 했던 의사들이 '컨택트'를 보고 다들 기적이라고 했다. 올해 말에는 향후 춤 인생을 위해 작품 활동보다는 집중 치료에 돌입한다.

Q. 프로 데뷔 20년차인데 '라빠르트망' 이후 계획은 어떻게 되나?

A. "우선 연극에 집중한다. 이후 11월18일 손범수·진양혜 토크콘서트에서 작게 20년 발레 인생 이야기와 춤을 선보이려 한다. 꽉 찬 마흔인데 이 시기에 내 몸이 보여줄 수 있는 메시지를 담고 싶다. 그 자체가 내 춤과 삶에 대한 역사가 될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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