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쿠바 주재 미국대사관 인력 반 이상 줄인다…음파공격?

기사등록 2017/09/30 01:17:25

【워싱턴=AP/뉴시스】 김혜경 기자 = 쿠바 주재 미국 외교관들이 의문의 '음파 공격'으로 건강상의 문제가 발생했다는 의혹이 제기돼온 가운데, 미국 정부가 쿠바 주재 미국 대사관 인력을 최소한으로 줄일 전망이라고 AP통신 및 CNN이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미 국무부는 쿠바 수도 아바나에 위치한 미국 대사관 인력을 60%가량 줄이고 미국 비자 발급도 무기한 중단할 전망이다. 현재 미 대사관에서 근무하는 미국인은 50명 가량이다.

 또 미국 정부는 미국인의 쿠바 여행이 안전하지 않다며 쿠바 지역에 대한 여행 경보도 내릴 전망이다.

 쿠바 주재 미국 대사관 직원들 일부는 작년 말부터 청력 손실, 구토, 두통 등의 증상을 호소해왔는데, 그 가운데 미국 외교관과 그 가족 총 21명은 외상성 뇌손상 및 영구 청력 상실 등의 의학적 진단을 받았다. 또 피로감을 호소하거나 시력과 균형감각 이상, 또는 수면장애 및 어지럼증 등을 호소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CNN은 미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지난해 11월부터 쿠바 주재 미국 외교관들이 총 50번 가량의 음파공격을 당했다고 보도했다. 지난 8월에는 쿠바에 거주하는 미국 외교관들은 집에서 이상한 소리를 듣고 한밤중에 잠에서 깼는데, 그 소리는 마치 곤충소리나 바닥에 금속을 끄는 듯한 소리였다고 CNN은 전했다.

 이에 미국 연방수사국(FBI) 등이 쿠바로 건너가 음파 공격과 관련해 조사를 벌였지만 아무런 증거를 발견하지는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미 외교관들의 건강 이상 증세의 원인도 밝혀내지 못하고 있다.

 쿠바 정부는 미국 대사관 직원들을 상대로 어떠한 공격도 가한 적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은 이번주 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이 문제에 대해 논의했으며, 쿠바 내 미국 대사관을 폐쇄하는 방안 등도 고려했지만, 인력을 줄이는 쪽으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AP통신에 따르면 미 정부는 29일(현지시간) 이같은 방침을 워싱턴 주재 쿠바 대사관에 전달했지만, 쿠바 측에서는 즉각적인 답변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로서 미국은 미국 주재 쿠바 외교관들의 철수는 요청하지 않고 있다.

 한편 이번 사태로 겨우 정상화 된 미국과 쿠바의 외교 관계가 다시 악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양국은 버락 오바마 전 미 대통령 재임 시절인 2015년 50여 년만에 국교를 정상화했다.

 chkim@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