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책]'사랑할 땐 사랑이 보이지 않았네'·'중국 물질문화사'外

기사등록 2017/10/08 10:00:00

【서울=뉴시스】신효령 기자 =

◇'사랑할 땐 사랑이 보이지 않았네'(1·2권)

소설가 한차현씨의 11번째 장편소설이다. 1990년대를 관통하는 사랑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20살 때 처음 만나 서툴게 사랑의 눈을 뜬 '차연'과 '은원', 군대를 다녀오고 학교를 졸업하고 어학연수를 다녀오고, 옥신각신 30살을 앞둔 사회인으로 또 성인으로 거듭나는 과정이 눈물겨운 성장담 속에 진행된다. 작가는 90년대 학번의 사랑과 추억을 재생하기 위해 1993년 이상은이 발표한 '언젠가는'을 택했다. "젊은 날엔 젊음을 모르고 사랑할 땐 사랑이 보이지 않았네. 하지만 이제 뒤돌아보니 우린 젊고 서로 사랑을 했구나." 작품의 전체적인 정서로 함축돼 제목은 물론, 소설 속 여러 장면 속에 반복 등장하는 문장, 바로 이 노래 가사들이다. 1권 422쪽·2권 394쪽, 도모북스, 각권 1만4000원.
◇'바다는 잘 있습니다'

'바람이 분다 당신이 좋다', '내 옆에 있는 사람' 등의 산문집을 발표하며 여행 작가로도 활동하고 있는 시인 이병률씨의 다섯 번째 시집이다. 온전히 혼자가 되는 일에 골몰하며 자신을 확인하고 동시에 타인을 발견해가는 뜨겁고도 명확한 인식의 순간들로 주목받았던 시집 '눈사람 여관' 이후 쓰고 발표한 60편의 시를 엮었다. 저자는 온전한 혼자가 되어 자주 감각이 없어질 때까지 때로는 불안을 잔뜩 껴안은 채로, 바깥을 걷고 들여다보는 일에 골몰했다. 144쪽, 문학과지성사, 8000원.
◇'나는 나를 간질일 수 없다'

1987년 '현대시학'을 통해 등단한 이희중 시인의 세번째 시집이다. 첫 시집 '푸른 비상구'에 이어 두번째 시집 '참 오래 쓴 가위'가 출간된 지 15년 만의 일이다. '속 깊은 서가', '필생의 여름', '나와 사과', '서늘한 새벽' 총 4부로 구성됐다. 각 부의 제목들이 이 시집을 관통하는 주제, 중요 단어들을 내포하고 있다. 저자는 "시집 낼 곳을 정하고도 긴 시간을 보냈다"며 "준비하는 시간을 즐겼다고 해야 할까. 앞 시집을 낸 해 낳은 아이가 겨울 오면 고등학교에 들어갈 나이에 이르렀다. 시인이 아닌 시간을 즐겼다고 해야 할까"라고 말했다. 168쪽, 문학동네, 8000원.
◇'나의 첫 번째 과학 공부'

인간이, 지구가 우주의 중심이라는 아주 오래되고 완고한 편견에서 벗어나는 여정을 흥미롭게 펼쳐 보이는 책이다. 주요 과학 분야인 생물학, 천문학, 박물학, 역학의 핵심을 형성하는 중요 개념과, 그 개념이 어떻게 발전했는지 설명한다. 저자인 박재용씨는 과학 저술가이자 과학 커뮤니케이터로 과학과 인문학이 소통할 방법에 오랫동안 천착하고 궁리해 왔다. 저자는 과학은 인문학에 좋은 반성의 재료가 되고, 인문학은 과학에 유연한 사고를 할 수 있게 한다고 말한다. 376쪽, 행성B, 1만8000원.
◇'중국 물질문화사'

중국 문물 전문가, 고고학자인 쑨지가 썼다. 문헌과 실물을 결합하는 방식으로 중국 물질문화사의 윤곽을 그린 책이다. 저자는 역사 인식에 있어 가장 중요한 점이 무엇인지를 계속해서 물으며, 아름답거나 매혹적이지 않은 사실이라 할지라도 외면하거나 왜곡해선 안 된다는 점을 강조한다. 그는 물질문화사를 통해 중국의 고대사를 되짚는 동시에 중국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한다. 저자는 "물질문화의 성취는 생산과 생활수준의 척도이자, 한 국가가 여러 분야에 걸쳐서 이룩한 성취 가운데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홍승직 옮김, 572쪽, 알마, 3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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