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색·면 강렬한 신작 30점 전시
【서울=뉴시스】박현주 기자 = "디자인에는 관심이 없어요, 매일 보는 평범한 물건들에 대한 소비자적 관점 같은 것에도 관심 없습니다. 그저 색과 형태에 대한 아이디어죠. 사물이 아주 간단하고 투명한, 더 이상 쪼개질 수 없는 상태에 이를 때까지 가보려고 노력합니다."
영국 개념미술의 거장이자 'yBa 대부' 마이클 크레이그-마틴(76)이 5년만에 한국에서 개인전을 열고 있다.
서울 사간동 갤러리현대에서 사물의 과감한 클로즈업, 새로운 포맷의 2017년 신작등 총 30여점을 선보인다. 2012년 이후 갤러리현대에서 펼친 두 번째 개인전이다.
마이클 크레이그-마틴에게 일상속 사물은 예술이다. "예술은 주변의 오브제를 변화시킴으로써 삶을 새롭게 보게 하는 것"이 그의 예술관이다.
"예술은 익숙한 것을 낯설게 보는 것입니다. 예술은 어느 것도 새로 만들어내지 않습니다. 이미 주위에 있는 것을 다룰 뿐이죠."
1970년대 초 우유병, 물컵 등 일상의 오브제들을 예술로 변화시키는 것이 초점이었다면, 1970년대 말 실제 사물들은 사라지고, 간결한 선과 이미지로 단순화됐다. 1980년대 이후 이미지들은 색면과 결합됨과 동시에 알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많아지며 압축되어 나타나기 시작하는데, 작가는 사물의 크기를 의도적으로 다르게 만들거나 낯설게 배치한다.
1990년대는 군더더기 없는 ‘크레이그-마틴 식 회화’가 등장하는 시기다. 페인팅이 첫 선을 보임과 동시에 작가의 색면에 대한 관심은 극대화되어 색채는 더욱 밝고 강렬해진다. 일상적 사물을 가져오기보다는 사물이 존재하는 공간 안으로 직접 침투해 일상을 전혀 다른 것으로 변모시키는 작업에 몰두했고, 이와 같은 작업은 이후 대형 벽화 작업으로 이어진다.
이번 전시는 아이폰, USB, 노트북, 무선마우스, 절전전구 등 빠르게 변화하는 현시대의 소비문화를 반영하는 사물들을 선, 면, 색과 같은 미술의 기본 요소로 사용했다.
전시장은 선명한 색들이 주는 자극이 강렬하다. 이 250cm에 달하는 새로운 포맷의 세로 작품들과 함께 실제로 크기가 작은 사물들을 극도로 클로즈업한 작품들이 등장한다.
메모리 스틱, 차량 운전대, 코르크 마개뽑이, 선글라스등은 영화 촬영기법처럼 사물의 끝을 잘라버리고 몸통만 보여주는 파편들로 제시한다.
작품 'All in All'은 마틴이 평생 추구했던 명료함이 발현된 결과물이다. 지난 50여년간 관심을 가졌던 흔한 사물, 추상적 색면, 드로잉적인 선의 결합이 하나의 화면에서 이루어진 작품은 '단순 명료'가 진리라는 것을 보여준다.
hyun@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