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와 강적들, 나도 너만큼 알아’는 “전문가와 전문지식을 인정하지 않을 때 민주주의 체제는 포퓰리즘이나 기술관료주의에 빠지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한다. 위험한 사회 현상을 분석하면서 정보화 시대 민주주의의 생존과 안정에 경고를 보낸다.
“제목이나 내용을 대충 훑어보고는 그 기사를 공유하고자 소셜 미디어에 올리곤 하지만, 사실 자신조차도 그걸 제대로 읽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똑똑하고 아는 게 많은 사람이라고 생각해 주기를 바라기 때문에 가능한 한 최선을 다해서 그런 행동들을 하고 있다.” 무지(無智)의 새로운 모델이다.
“인터넷 사용자들은 검색 결과 높은 순위로 올라온 것들이라면 그 내용에 무관하게 부지불식간에 그것들을 믿어 버리고 있으며 인터넷은 다수의 의견이 ‘사실’과 마찬가지라는 잘못된 인식을 만들어 낸다. 소셜 미디어 이용자들은 올라오는 모든 의견이 동일하게 취급되어야 한다는 잘못된 평등주의라는 환상에 젖어 있다”고도 짚는다.
“그럴듯하게 꾸며놓은 웹사이트들을 검색해서 ‘증거’라고 우기고, 비슷한 생각을 가졌을 뿐 무지하기로는 자기와 비슷한 수준인 익명의 소셜 미디어 친구 부대의 지지를 모으느라 바쁜 사람들과 라디오와 텔레비전들이 온종일 떠들어대고 온라인 토론 게시판에는 끊임없이 새로운 글이 올라오는 세상이 되면서, 힘겹게 얻은 전문지식 따위는 별로 필요 없는 세상이 되었다”는 진단이다.
유명인은 전문가를 밀어내고 있다. “그들의 얼굴을 어디에서나 볼 수 있고, 어디에나 있다는 단순한 사실 덕분에 그들의 영향력은 점차 확대되어 전문가를 대신하여 잘못된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는 것이다.
가용성 편향, 더닝 크루거 효과, 메타 인지, 스터전의 법칙, 역효과 현상, 오컴의 면도날, 평등 편향, 확증 편향 등을 “우리를 더욱 멍청하게 만드는 심리학적 요인들”로 지목한다.
바로 이 ‘심리’들을 분석해야 한다. “전문가들을 거부하고 공격하는 그들의 정서 밑바닥에는 미세한 불평등의 기미만 보여도 참지 못하는 나르시시즘적 문화의 심화가 야기한 분노가 깔려 있으며, 정치 시스템 안에서 동등한 권리를 갖는다는 말을 어떤 이슈에 관해서건 개개인의 의견이 동등하게 받아들여져야 한다는 뜻이라고 잘못 믿고 있다.”
지식 결핍을 부인하는 오만한 태도는 더 큰 문제다. 전문지식이라는 이상(理想) 자체의 죽음을 목도하기에 이르렀다. 비전문가의 감정과 직관이 전문가의 견해나 확립된 지식을 대체하고 있다. 달콤한 ‘하향 평준화’다. 톰 니콜스(미국해군대학 교수) 지음, 정혜윤 옮김, 420쪽, 1만8000원, 오르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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