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이마트는 국내 유통기업으로는 최초로 정부로부터 ‘전문 무역상사’로 지정 받고, ‘수출 전문기업’으로서 원년을 선언하며 베트남, 몽골, 미국, 싱가폴 등 10개 국가에 320억원을 수출했다.
이는 2015년 수출액 81억원 대비 300% 증가한 것으로, 이마트는 15년 ‘백만불 수출의 탑’에 이어 16년 ‘2천만불 수출의 탑을 수상했다. 제조업체가 아닌 유통업체로서 2년 연속 수출의 탑을 수상한 것은 이마트가 최초이다.
지난해 기준 이마트가 수출한 상품 종류는 1만2000개에 달하며 전체 수출금액의 45%가 400여개의 국내 우수 중소기업상품이다. 해외시장에서 우리 중소기업상품들이 좋은 반응을 얻자 이마트는 노브랜드, 반값 홍삼정을 비롯한 중소기업 우수상품을 단독 개발해 전체 수출액에서 ‘중소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을 연말까지 50%로 높일 계획이다.
이마트가 상생의 새로운 방안으로 수출의 길을 모색하게 된 것은 지난 201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일본 대지진으로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발생하자 일본 식품에 대한 안전성 문제가 사회 이슈로 떠오르면서 일본의 유통기업인 이온 그룹이 이마트 측에 한국 상품 수출 의향을 타진해왔다.
당시 일본 수출이 성사되지는 않았으나 한국 상품 수출 시장에 눈을 뜬 이마트는 수출 전담팀을 꾸려 2013년 홍콩 유통업체 '파크앤숍'과 첫 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당시 수출 담당 직원이 2명에 불과했으나 현재는 이마트 해외사업담당 내 20여명의 수출 전담 인력들이 수출 규모를 키워나가고 있다.
이마트는 ‘수출 전문 기업’ 2년차를 맞아 연말까지 수출 대상 국가를 20개국으로 늘리고 수출 부문의 규모 확대를 가속화할 계획이다. 이마트는 올해 1월 필리핀, 3월 일본에 수출을 시작했으며 4월에는 영국, 태국, 대만 등 유럽시장 신규진입과 동남아 국가 확대를 통해 현재 수출 대상 국가를 중국, 몽골, 베트남, 미국, 싱가포르, 일본, 필리핀, 호주, 뉴질랜드, 홍콩, 말레이시아, 대만, 영국, 라오스 등 14개국까지 확대했다.이마트 수출액도 2013년 3억원, 2014년 9억원, 2015년 81억원, 2016년 320억원으로 크게 증가하고 있다.
이갑수 이마트 사장은 "수출 전문 기업으로 거듭나고자 하는 이유는 이마트가 국내 우수 중소기업 상품을 해외에 적극 소개할 수 있는 글로벌 수출 네트워크 및 수출 업무 노하우를 갖고 있는 좋은 플랫폼이기 때문"이라며 "한국 상품을 수입하는 해외 유통업체들도 이마트가 대한민국의 대표 유통업체로서 이마트와 파트너쉽을 구축하면 다양한 상품을 단 한번이 거래로 성사할 수 있는 장점을 인정하고 있어, 올해도 국내 중소기업 수출 판로 확보에 이마트가 핵심 역할을 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밝혔다.
◇1년 만에 매출 2배 올린 노브랜드 유자차 생산업체 '서광'
중국에서 유자는 약재로 쓰였지만 한국에서 당절임차로 만들어 마시는 것이 알려지면서 차 문화가 발달한 중국에서도 시큰달콤한 유자차가 대중화되는 추세를 반영한 것이다. 유자차는 중국인들이 한국을 방문할 때 조미김과 함께 꾸준히 찾는 장수 한류 식품으로, 이마트가 적극적으로 밀고 있는 대표적 수출 품목이다. 유자의 국내 최대 산지인 고흥에서는 유자 생산량의 50% 가까이가 중국으로 수출될 정도다.
이를 반영하듯 노브랜드 유자차를 생산하는 서광F&B(이하 '서광') 제품의 한국 이마트 매출은 지난해 22억원으로 한국 매출의 20%에 해당하는 금액이 해외에서 팔렸다.
서광 제품은 올해도 역시 1~8월 이마트에서 발생한 매출이 17억원으로 크게 증가세다. 이 가운데 중국 수출 매출은 3억8000만원이다.
서광은 노브랜드 유자차를 생산하기 전까지만 해도 고흥에 소재한 작은 지역 B2B 업체에 불과했다. 유자나 레몬, 자몽 등의 원료를 직접 수급해 당절임을 한 뒤 '반제품' 형태로 식품업체에 납품하는 것이 주요 사업이었다.
국내 대부분의 유자차 당절임 생산업체가 그렇듯 서광도 노브랜드 유자차 완제품을 생산하기 전까지는 공장 가동율이 높지 않았다. 유자를 수확하는 11월부터 2~3달 반짝 공장을 돌린 뒤 특별한 주문이 들어오지 않는 한은 공장 가동을 멈추고 다음해까지 기다렸다. 수확한 유자를 썰어 설탕 반, 유자 반으로 재운 뒤 식품회사에 납품을 하면 납품받은 회사는 냉동고에 보관을 하고 필요할 때마다 당절임 원료를 꺼내 병입해 제품을 완성하는 형태다.
당절임 과정에서 특별한 레시피가 없기 때문에 유자의 신선도 외에는 업체간 품질도 평준화되어 있는 것이 당절임 차 업계의 특징이다.
그러나 서광은 노브랜드 당절임차를 생산하고 또 이마트가 나서서 수출까지 해주면서 허름했던 공장을 다시 손보고 직원들을 늘릴 만큼 살림이 크게 폈다. 상품 품질도 크게 올라갔다.서광은 이마트의 완제품을 생산하면서 공장을 아예 새롭게 세팅한다는 생각으로 20억원을 투자해 부지 650평 규모로 공장을 새롭게 탈바꿈시켰다. 1억원을 투자해 대형 '세병기'(병 세척 기계) 설비를 마련하고 칸막이 공사를 새롭게 하는 등 강소기업의 면모를 갖췄다. 인력도 이물질 검사 인원, 품질관리 직원 등을 새롭게 증원했다.
또 중간 마진을 없애기 위해 4~5년 전 시작한 유자 농사도 내년이면 첫 결실을 거둬 직접 농사지은 물량으로 300~400톤을 조달할 수 있게 되면서 유자 원물의 가격을 더 저렴하게 준비할 수 있게 됐다.
서광의 이재근 대표는 처음에는 긴가 민가 했다. 유통업체가 수출이라니. 그러나 수출물량은 점차 많아져 봄이 되자 여주물류센터를 거칠 필요 없이 고흥에서 광양과 부산항으로 직접 물류가 나가기 시작했다.
봄까지만 해도 유자차 400박스, 과자 200박스 등 다른 물류와 함께 섞여 컨테이너가 나갔지만 6월부터는 한 컨테이너 전체를 당절임차로 가득 채워 나가기 시작했다.
이 대표는 "중소기업 입장에서 수출은 너무나 먼 이야기였다"며 "고흥시가 지난 2002년부터 꾸준히 해외에서 유자차를 알리기 위한 활동들을 한 결과 중국, 동남아 등지에서 유자차가 잘 통한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직접 수출한다는 것은 꿈도 못 꿨다"고 밝혔다.
수출을 위해선 외국어가 가능한 인력도 채용해야 하지만 실질적으로 지방 소도시에서 그만한 사람을 뽑기도 어렵고, 복잡한 통관 업무, 대금 결재, 클레임 대응 등을 중소기업이 직접 하기란 어려운 실정이었다. 또 일시적으로 '나까마'(보따리 수입상)와 거래하는 경우는 있어도 정식 채널로 꾸준히 판매할 수 있는 판로를 잡기는 더욱 어려웠다.
이런 환경에서 이마트가 수출상사격으로 이 업무들을 대신 맡아주고 상품 홍보도 해주면서 서광 매출은 급물살을 탔다. 그 결과 서광의 완제품 매출은 2015년 9억원에서 2016년 19억원, 2017년 1~8월 17억원으로 크게 증가하고 있다.
서광 이재근 대표는 "노브랜드가 '원(ONE) 브랜드'로 상품을 직접 브랜딩해주고 중국뿐만 아니라 베트남, 몽골 등지로 판매 채널을 다각화하면서 서광도 함께 급격히 커가고 있어 큰 기대를 걸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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