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병모 경주대 문화재학과 교수가 쓴 '민화는 민화다'가 출간됐다.
정 교수는 오랜 세월동안 민화의 대중화와 세계화에 힘쓴 민화전문가다. 2005년 서울역사박물관에서 일본에 있는 우리민화 명품을 가져다 전시한 '반갑다 우리민화'를 기획, 최근 일고 있는 민화 붐의 실마리를 마련했다.
또 경기도박물관에서 책거리특별전을 시작으로 2016년 예술의전당 서예박물관에서 열린 '문자도·책거리전'으로 이어진 기획전은 책거리를 우리나라 전통회화 가운데 새로운 대표적 브랜드로 일반인에 각인시켰다.
이 전시회는 2016년부터 2017년까지 뉴욕주립대 찰스왕센터, 캔자스대학 스펜서미술관, 클리블랜드미술관 등 미국 순회전으로 확대시킴으로써 책거리를 우리 문화를 대표하는 세계적인 미술로 각광을 받게 했다.
'민화는 민화다'는 말 그대로 그림으로 보는 민화에는 일반 서민들의 이야기가 담아있다는 의미다. 정 교수는 민화 속에 담긴 상징의 문제를 뛰어넘어 그 속에 담긴 진솔한 이야기를 해석해내고자 했다.
민화의 이야기는 현실과 꿈의 세계를 간단없이 오고갔다. 민화에서는 삶과 연계되어있는 판타지가 장치돼 있다.
민화의 세계는 현실에만 머물지 않고 꿈의 세계까지 뻗어나간다. 현실 속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현실 너머에서 바라봤다. 자연이나 우주와 같은 커다란 세계 속에서 그들의 삶을 인식한 것이다.
판타지는 고달한 현실을 이겨내고 희망의 불씨를 살려나가서 둘 사이의 평형을 유지시켜주는 균형추 역할을 한다. 그것은 근본적으로 민중들의 낙관주의에서 비롯된 것이다.
세상을 밝게 보니, 그림도 밝고 명랑할 수밖에 없다. 민화는 어려운 시기에 밝은 정서로 우리 역사 속에서 긍정적인 역할을 담당했다.
"우리가 흔히 오해하는 사실이 하나 있다. 연꽃하면 진리를 가리키는 불교의 상징으로만 아는 것이다. 사실 민화에서는 전혀 딴 판인 행복의 상징이기도 하다. 실제 많은 연꽃 이미지가 불교와 관련이 있고 사찰에도 온갖 연꽃 이미지가 장식돼 있다. 이렇듯 연꽃이 불교의 대표적인 상징이 된 까닭은 연꽃이 진흙탕에서 맑은 꽃을 피워내는데, 진흙탕을 인간의 욕망으로 오염된 속세를 뜻하고 맑은 꽃은 진리의 빛을 가리킨다."(171쪽)
민화는 삶의 이야기요, 복의 이야기요, 꿈의 이야기다. 이 책에서는 이러한 민화의 스토리 세계를 모티프별로 살펴보았다. 일반인이 민화를 접근하기 가장 좋은 방법은 모티프를 통해 그 스토리와 더불어 독특한 이미지 세계를 감상하는 것이다. 아울러 여기서는 궁중회화와의 비교를 통해 민화의 진정한 세계로 다가갈 수 있도록 구성했다.
정 교수는 "최근 민화 붐이 일어나고 있다"며 "많은 분들이 민화를 그리고 즐기고 있다. 여러 직업 다양한 부류의 분들이 참여하다보니, 조선시대처럼 서민의 그림이고 저자거리의 그림으로 규정하기 어렵게 확산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만민의 그림'이라고 보는 것이 더 정확할 것"이라며 "종종 그분들에게 왜 민화가 좋으냐고 묻는다면, 민화가 행복을 가져주는 그림이라는 대답이 가장 많다. 민화는 부귀하게 해주고 출세를 하게 해주고 장수하게 해주는 상징이 있다"고 강조했다. 328쪽, 다할미디어, 2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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