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실험 폭발력 커 지반 무너져…충격 못견뎌 함몰"
"방사능 유출 가능성 높아…국내 유입 가능성 적어"
【서울=뉴시스】박영주 한주홍 기자 = "함몰지진은 굉장히 가까운 위치 지진계에서만 파악된다. 우리가 가진 지진계는 400~600㎞ 떨어져 있어 어떤 신호도 감지되지 않았다."
기상청은 지난 3일 북한의 6차 핵실험 이후 진행된 브리핑에서 2차 지진 발생 여부를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중국 지진국이 북 핵실험 이후 규모 4.6의 함몰지진이 발생했다는 발표에 따른 것이다.
'감지되지 않았던' 함몰지진은 북한 핵실험 이틀 만에 공식적으로 확인됐다. 기상청은 3일 낮 12시38분32초께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인근 지역에서 4.4 규모의 함몰지진이 파형이 나타났다고 5일 밝혔다.
6차 핵실험 위치로부터 남동쪽으로 약 7㎞ 떨어진 곳에서 낮 12시29분 규모 5.7의 1차 지진 이후 약 8분30초 뒤에 발생한 것으로 분석됐다.
기상청 관계자는 "전형적인 함몰지진 파형 특성과 달라 다양한 필터를 적용했다"고 말했다. 전형적인 함몰지진은 장주기파가 나타나지만 북한의 경우 파형에 인공지진과 자연지진 요소가 섞여 있어서 장주기파가 잘 나타나는 1~5㎐의 필터를 적용했다는 것이다.
북한은 2006년 10월9일부터 길주군 풍계리 인근에서 이번까지 총 여섯차례 핵실험을 진행했지만 함몰지진이 추가로 나타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전문가들은 6차 핵실험의 파괴력이 1~5차에 비해 강력해졌기 때문에 함몰지진이 발생한 것으로 봤다. 이번 지진은 5차 때(규모 5.04)보다 5~6배, 4차 때(규모 4.8)보다 에너지가 약 11배 컸으며 폭발력은 5차 때인 10kt(킬로톤)보다 약 5배 강한 50kt에서 ±3t로 확인됐다.
함몰지진은 산사태, 자연동굴, 광산 등이 함몰하면서 지진이 나는 경우를 말한다. 이번에 관측된 함몰지진은 북한의 핵실험 충격이 누적됐을 뿐 아니라 6차 핵실험이 상당히 강한 진동을 줘 일부 암반이 무너진 것으로 추정된다.
박정호 한국지진자원연구원 지진연구센터장은 "핵실험을 크게 진행하면 함몰지진이 나타난다는 연구결과가 있다"며 "1~5차 핵실험으로 누적된 효과가 있고 6차 실험 규모도 커서 충격이 더해졌다. 모든 게 복합적으로 작용해 아무리 단단한 암석이라도 충격을 견디지 못하고 함몰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재관 서울대 건설환경공학부 교수는 "일반적으로 핵실험을 하면 온도와 압력이 높아서 그 주변에 암반이 30배 이상 팽창하게 된다"며 "지진파로 에너지가 방출되면 커다란 동굴이 생기는데 그 동굴이 다시 내파하면서 함몰지진이 발생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번 핵실험의 폭발력이 상당이 컸다"며 "형성된 동굴도 크고 내파하면서 지진이 생긴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함몰 지진의 경우 방사능 유출 가능성도 커질 수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다만 국내까지는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박 센터장은 "함몰지진의 경우 지반이 무너지면서 공기가 밖으로 샐 수 있어 방사능이 유출될 가능성이 커진다"면서 "아주 미세한 양이고 거리가 멀기 때문에 우리나라까지 피해를 줄 정도로 날라오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gogogirl@newsis.com
hong@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