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문재인 정부 들어 9번째 도발···정부 입지 더 좁아지나?

기사등록 2017/08/29 16:49:17 최종수정 2017/08/29 16:58:50
【서울=뉴시스】조성봉 기자 = 북한이 평양 순안일대에서 중거리급 이상으로 추정되는 탄도미사일 1발을 동쪽방향 일본상공을 지나 북태평양 해상으로 발사한 29일 오전 서울 용산구 서울역대합실에서 시민들이 뉴스를 시청하고 있다.  2017.08.29.suncho21@newsis.com
  北, 日상공 넘어 美본토 타격 현실화 내비쳐
 北 "남조선과 핵문제 논하는 일은 없을 것"

   【서울=뉴시스】정윤아 기자 = 북한이 26일에 이어 3일 만에 또 다시 탄도미사일 시험발사를 감행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이후 3개월 사이에만 벌써 9번째 미사일 시험이다. 북한이 미국을 상대로 도발 횟수와 범위를 자유롭게 선택하면서 남북 간 특수성에 기댄 대화재개 구상의 설자리가 더욱 좁아지게 됐다.

   북한은 29일 5시57분께 평양시 순안일대에서 불상 탄도미사일 1발을 동쪽방향 일본상공을 지나 북태평양 해상으로 발사했다. 우리 군은 "중거리탄도미사일(IRBM) 계열로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는 즉각 미사일도발 3일 만에 다시 감행된 북한의 도발에 대해 "한미동맹으로 강력하게 대응하겠다"는 규탄성명을 냈다.

   북한은 그간 탄도미사일을 시험 발사하면서 최대 고도를 올리기 위해 고각 발사를 해왔다. 하지만 이날 발사된 탄도미사일의 비행거리는 김정은 정권 들어 가장 긴 2700여㎞이고 최대고도는 550여㎞로 분석됐다.

   그간 북한이 고각발사로 기술력 과시나 성공 여부만 확인했다면 이날 일본 상공을 넘어가는 미사일 도발은 실제로 미국 본토를 위협할 수 있다는 근거를 내비친 것으로 볼 수 있다.

   전문가들은 또 인구가 밀집한 평양 주변의 순안 비행장에서 발사한 것을 두고 북한이 미사일의 기술적 완성도에 확신이 있었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특히 북한이 최근 미국의 괌 타격 위협에 대한 자신감을 넘어 북미관계에서 주도권을 쥐겠다는 뜻을 보여줬다는 주장도 나온다.

   장영근 항공대 교수는 "북한이 미국 괌을 포위 사격한다고 했을 때 우방국들은 '진짜 쏠까'하는 생각을 할 수 있다"며 "북한은 괌 위협사격과 관련해 일본을 넘어가게 쏴 우리가 충분히 괌을 때릴 수 있다는 메시지를 직접 전달하고 미국의 반응을 떠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우리 정부에 대한 북한의 무시전략이다. 빈번해지는 북한의 도발기조 속에서 우리 정부가 각종 접촉 제의를 했지만 북한은 무대응을 넘어 철저히 배제하고 있다.
【서울=뉴시스】합동참모본부는 북한이 29일 새벽 동쪽으로 발사한 불상 탄도미사일과 관련 "비행거리는 2700여km이고 최대고도는 550여km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hokma@newsis.com
   정부는 지난달 북한에 남북군사당국회담과 적십자회담을 개최하자고 공개 제의했지만, 북한은 아무런 답을 하지 않았다. 오히려 제의한지 열흘가량 지나 화성-14형 2차 시험발사를 감행했다. 사실상 대화제의에 대한 답을 '도발'로 대신한 것이다.

   특히 북한은 27일 노동신문에 '제 푼수도 모르는 가소로운 대화의 조건타령'이란 제목으로 문재인 대통령이 한반도 주도권을 쥔다는 이른바 '한반도 운전자론'을 "헛소리"라고 원색 비난하고 나섰다.

   신문은 "핵문제는 철저히 우리와 미국사이의 문제이며 미국의 반공화국적대시정책과 핵공갈 위협이 지속되는 한 해결될 수 없다는데 대해선 온 세상이 다 알고 있다"며 "이미 천명했지만 우리의 핵억제력은 그 어떤 대화나 협상탁에 올려놓고 논의할 흥정물이 아니다. 특히 우리가 남조선과 핵문제를 논하는 일은 추호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북한은 우릴 염두에 두거나 고려하지 않는다"라며 "우릴 더 무시하고 미국과 북한만의 문제가 되는 것이 가장 우려되는 점이다. 그나마 우리가 들어갈 기회와 공간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송대성 전 세종연구소장은 "결국 국제정치는 강대국 중심의 힘의 정치 아니겠냐"며 "힘이 없으면 말만 가지곤 먹혀들어가질 않는다. 북한은 (한국을) 아예 취급하지 않는 것이고 한미결속이 완벽하게 돼서 한미연합방위체제의 힘을 문재인 정부가 컨트롤 할 수 있다면 지금과는 다르게 대할 순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송 전 소장은 "북한은 지난 한미 정상회담에서 대북정책이나 핵문제에 대한 한미 간 서로 인식과 방법에서 차이가 난다는 것을 간파했을 것"이라며 "문재인 정부의 힘은 한미 결속에서 생기는 것이고 대화로 해결될 것 같았으면 20년 전에 벌써 해결 됐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yoona@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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