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 과자 등에 널리 사용되는데다 마땅한 대체재가 없어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파동 이후 오히려 고공행진했던 계란 가격은 이번 사태에 어떤 영향을 받을 지 관심이 집중된다.
17일 식음료업계에 따르면 계란 가격은 이번 사태에 큰 영향을 받지는 않을 전망이다. 살충제 파동으로 일부 계란이 폐사되겠지만 학교급식 등을 중심으로 소비가 감소해 수요와 공급이 얼추 맞춰지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식자재 유통기업 CJ프레이웨이의 계란 구매담당 MD는 "원래 8~9월은 추석을 앞두고 계란 가격이 오르는 시기"라며 "여러 변수가 많지만 가격이 큰 폭으로 오르거나 내릴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일부 양계 농가의 계란에서 살충제 성분인 '피프로닐'(Fipronil)이 검출돼 계란이 전량 폐기됐고, 정부의 검사를 기다리다 신선도가 떨어진 계란도 폐기될 가능성이 높아 계란의 공급이 줄어들 전망이다. 이로 인한 계란 가격 상승분은 500원 정도가 될 것으로 예측된다.
하지만 학교와 유치원 등 급식 사업장을 중심으로 계란 소비가 줄어들고 소비자들 역시 한동안 계란 구매를 피하게 돼 수요 역시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CJ프레시웨이 계란 구매 담당 MD는 "결국 공급과 수요가 얼추 비슷해지며 현 시세가 비슷하게 유지될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다른 업체의 한 관계자 역시 "계란 가격이 큰 폭으로 치솟거나 떨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며 "정부의 검사를 통과한 계란 농장이나 동물복지농장 계란 가격이 급등할 것이라는 시각도 있지만 소비자들의 불신이 커지면서 수요도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정부 역시 이번 사태로 인한 수급 불안으로 인해 계란 가격이 오르지 않도록 신경을 쓰고 있다.
소비자들은 사회관계망(SNS) 등에 글을 올리며 계란의 품질을 높이고 가격을 낮춰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누리꾼 'chen****'은 "AI 이후에도 계란값이 내리지 않았는데 이번 사태로 불매를 당해봐야 정신을 차릴 것"이라고 밝혔고, 'cand****'은 "가격폭등에 망연자실했더니 살충제 계란이었다. 기가 찬다"고 밝혔다.
'lace****'은 "계란 가격이 내려가는 기회로 삼자"고 밝혔고, 'gsd****'은 "가격이 문제가 아니라 믿을 수 없어서 계란 구매를 보이콧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16일 현재 살충제 계란이 검출된 농장은 총 4곳이다.
8만 마리 규모의 경기도 남양주 농가에서는 피프로닐이 코덱스 기준치인 0.02mg/kg 보다 많은 0.036mg/kg이 검출됐다. 이 농가는 하루 평균 2만5000개의 계란을 생산해 도매상격인 중간유통상 5곳에 계란을 납품했다. 경기도 광주 농가에서는 비펜트린(Bifenthrin)이 기준치 0.01mg/kg 보다 많은 0.0157mg/kg 검출됐다. 이 농가의 산란계 사육 규모는 6만수이며, 하루 1만7000개를 생산한다.
강원도 철원에 있는 5만5000마리 규모 농장에서 생산한 계란에서 사용 금지된 피프로닐이 0.056㎎/㎏ 검출됐다. 국제 기준인 코덱스 기준치(0.02㎎/㎏)도 훨씬 웃돈다. 경기도 양주에 있는 2만3000마리 규모 농가의 계란에서는 비펜트린이 기준치 0.01㎎/㎏를 초과한 0.07㎎/㎏ 검출됐다.
피프로닐은 식용 목적 가축에게 살포하는 것이 금지된 물질이다. 세계보건기구(WHO)에서 중등도 위험 살충제로 분류하고 있으며 가축에 기생하는 벼룩이나 진드기 등 해충을 없애는 데 쓰인다. 비펜트린은 미국환경보호청(EPA)에서 발암물질로 분류한 물질이다. 닭에 기생하는 진드기(일본명 와구모)를 제거하는 살충제로, 허용 기준치(0.01mg/kg) 범위에서만 사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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