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윤선, 블랙리스트 혐의 무죄…홀로 수갑 안 차
【서울=뉴시스】나운채 기자 = "문화예술계 지원 배제 범행을 가장 정점에서 지시하고, 실행 계획을 승인하거나 이를 독려하기도 했다."
2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0부(부장판사 황병헌)가 이같이 판결하자 김기춘(78) 전 대통령 비서실장은 두 눈을 질끈 감을 수밖에 없었다.
'왕실장', '기춘대원군' 등으로 불렸던 김 전 실장은 이른바 '문화계 블랙리스트'로 재판에 넘겨져 혐의가 유죄로 인정됐다. 김 전 실장은 허망한 듯 감고 있던 두 눈을 뜨지 않았다.
앞서 이날 오후 2시10분 김 전 실장은 옅은 하늘색 환자복을 입고 법정에 출석했다. 그는 힘없이 느린 걸음으로 피고인석을 향했다.
재판부가 입정한 뒤 곧바로 선고가 진행됐다. 재판부는 먼저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수사 및 기소 대상에 해당되지 않는다"라는 김 전 실장 측 주장에 대해 "공소사실 내용과 수사 경위를 종합하면 특검 수사 대상에 포함된다"라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이후에도 김 전 실장 측이 주장한 공소사실 특정 문제, 위증 고발의 적법성 등 주장에 대해서도 모두 배척했다. 김 전 실장은 두 눈을 감은 채 조용히 재판부의 판단을 들었다.
김 전 실장은 지난 2월 열린 첫 재판서부터 지난 3일 열린 결심 공판까지 재판 과정에서 문화예술계 지원 배제 혐의에 대해서 일관되게 "지시한 적도 없고, 보고받은 적도 없다"라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김 전 실장의 혐의 중 일부는 무죄로 봤지만, 핵심인 문화예술계 지원 배제 혐의에 대해서는 유죄로 판단했다. 평생을 승승장구했던 삶을 살아왔다고 평가받았던 그였지만 아찔한 듯 미간을 찌푸렸다.
김 전 실장은 재판부가 자신에게 징역 3년을 선고하자 재차 두 눈을 질끈 감았다. 그리고선 곧바로 법정을 빠져나갔다.
반면 김 전 실장과 함께 재판에 넘겨진 조윤선(51)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이날 문화계 블랙리스트와 관련된 혐의에 대해 무죄 판결을 받았다 조 전 장관은 국회에서 거짓 증언한 혐의만이 유죄로 인정돼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집행유예가 선고됨에 따라 구속 상태였던 조 전 장관은 이날 석방된다. 그러나 조 전 장관은 법원에서 바로 나오지 않고, 구치소로 먼저 이동했다. 다만 이날 유죄가 인정된 다른 피고인들과는 달리 홀로 수갑을 차지 않은 채 구치소 차량에 탑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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