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나운채 기자 = 김종(56) 전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이 청와대 근무 당시 "민정수석실에서 체육 관련 지시가 내려와 의아하고 당혹스러웠다"라고 우병우(50) 전 민정수석 재판에서 증언했다.
김 전 차관은 24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부장판사 이영훈) 심리로 열린 우 전 수석의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6차 공판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뒤 이 같은 정황을 밝혔다.
우 전 수석은 대한체육회에 현장 실태 점검을 나가겠다고 압박해 전국 28개 K스포츠클럽이 감사준비를 하도록 하는 등 직권을 남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김 전 차관에게 "증인은 지난 2016년 5~6월 민정수석실에서 직접 K스포츠클럽에 대한 감사와 점검을 실시한 이유나 경위를 아는가"라고 물었다.
그러자 김 전 차관은 "저도 좀 의아하게 생각했다"라며 "(감사 등을) 하게 되면 문체비서관을 통해서 하거나 연초 또는 연말 때 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아) 의아했다"라고 답했다.
검찰은 재차 "지난 2016년 4월 민정수석실에서 평창 동계올림픽 개폐회식장 좌석 설치 공사와 관련해 더블루K가 국내 사업권을 가진 스위스의 누슬리사(社) 탈락 경위 등을 확인해 보고하라고 지시했는가"라고 묻자, 김 전 차관은 "네"라며 수긍했다.
김 전 차관은 이 외에도 민정수석실로부터 2016년 3~5월경 동계올림픽 이후 강릉빙상장 활용 방안, 스포츠토토 빙상팀 운영 방안 등을 검토한 뒤 보고하라는 지시를 받았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검찰은 김 전 차관에게 "(담당인) 교육문화수석실이 아닌 민정수석실에서 왜 이렇게 여러 문체부 소관 업무를 지시하고, 보고를 요구한 것인가"라고 물었다.
이에 김 전 차관은 "저희도 굉장히 당혹스러웠다"라며 "특히 체육 분야는 문체비서관 또는 교문수석실을 통해 지시가 내려오는데, 당시 민정수석실에서도 지시가 내려와 의아하게 생각하고, 당혹스러웠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올림픽 등 때문에 '민정수석실에서 신경을 쓰지 않았나'라고 생각해 볼 수도 있었지만, 기본적으로 민정수석실이 그러는 것은 이상하다고 생각했다"라고 덧붙였다.
다만 김 전 차관은 최씨로부터 '민정수석실을 이용하자'라는 등으로 논의하거나, 얘기를 들은 적은 없다고 강조했다.
한편 우 전 수석은 다소 굳은 표정으로 이날 재판에 임했다. 그는 법정에 들어서기 직전 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 발견된 '캐비닛 문건'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지난번에 다 말했다"라며 모르쇠로 일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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