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이슈]울산 곳곳에 '싱크홀' 지뢰밭···예방대책은 없나

기사등록 2017/07/24 06:30:00
【울산=뉴시스】안정섭 기자 = 6월 25일 새벽 울산 동구 서부동 방어진순환도로에 대형 싱크홀이 발생한 가운데 경찰이 도로를 통제하고 있다. 2017.06.25. (사진=독자 제공) <a href="mailto:photo@newsis.com">photo@newsis.com</a>

【울산=뉴시스】박일호 기자 = 지난달 25일 밤 12시30분께 울산시 동구 서부동 솔밭삼거리 6차선 도로에 지름 6m, 깊이 2m의 대형 싱크홀이 발생했다.

 별다른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밤 늦은 시간에 갑작스럽게 도로가 내려앉으면서 인근 주민들은 놀란 가슴을 쓸어내려야만 했다.

 지난 8일에도 남구 매암동 부두로에서 가로 3m, 세로 3m, 깊이 1m의 씽크홀이 발생했다.

 최근에는 동구 서부동 솔밭삼거리 앞 도로 아래 상수도관이 파열돼 도로 위 누수가 발생하기도 했다. 누수가 된 지점은 지난달 대형 싱크홀이 발생한 장소에서 10m 가량 떨어진 곳이다.

 다행히 모두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최근 울산 곳곳의 도로에서 싱크홀 현상이 잇따라 발생해 시민들의 불안은 커져만 가고 있다.

 이에 따라 언제 어디서든 대형 인명피해로 이어질 수 있는 싱크홀과 관련해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 싱크홀 발생 원인과 문제

  싱크홀은 원래 석회암이 물에 녹아 도로에 동공이 생기는 지질현상을 말한다. 우리나라에서 생기는 싱크홀은 대부분 상하수도 공사와 지하철 공사로 일어난 침식문제로 발생한다.

 그러나 최근 울산지역에서 발생하고 있는 싱크홀의 주요 원인은 도로 아래 매설된 노후 하수관의 누수 문제로 추정되고 있다.

 도로 아래에 묻힌 하수관이 파손돼 물이 새면서 약해진 지반이 가라앉는 것이다.

 울산시에 따르면 도로침식의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노후 하수관로(20년 이상)는 울산지역 전체 하수관로 4058㎞ 중 538㎞로 약 13%에 달한다.

 최근 울산지역에 발생한 도로함몰이나 지반침하 발생건수는 2015년에는 21건, 2016년은 12건, 올해는 2건으로 줄어들고는 있지만 하수관로의 계속 되는 노후화로 안심할 수는 없는 실정이다.

 더욱이 남구와 동구, 울주군 등에는 공단이 밀집돼 있어 지반침하가 자칫하면 대형 폭발사고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울산=뉴시스】박일호 기자 = 6월 25일 오전 권명호 동구청장이 울산시 동구 서부동 솔밭삼거리 도로에서 발생한 싱크홀 현장을 방문한 가운데 관계 공무원들이 복구작업을 펼치고 있다. 2017.06.25. (사진=울산 동구 제공) <a href="mailto:photo@newsis.com">photo@newsis.com</a>

 ◇ 울산시, 싱크홀 예상 8개 노선 지반조사 나서

 울산시 종합건설본부는 지난 3월부터 시내 주요 간선도로 중 지하동공 발생이 예상되는 8개 노선 1.86㎞에 대해 지반조사(GPR 탐사)를 실시하고 있다.

 GPR 탐사는 지반이나 구조물의 상태를 알아내는 비파괴 탐사법으로 최근에 지반 상태조사에 많이 사용되고 있다.

 지반조사 구간은 방어진순환도로(화진맨션 일원)와 공단로(풍삼금속 일원), 산업로(명촌2차아파트 지하차도 일원), 강북로(학성배수장 일원), 삼산로(시외버스터미널사거리~현대백화점), 번영로(번영사거리~남구문화원), 염포로(효문사거리~염포사거리), 명륜로(우전선경1차아파트 일원) 등 8개 노선이다.

 종합건설본부는 도로 지하 10m까지 고심도 탐사를 통해 수집된 정보와 도로굴착 자료, 현장 확인 등을 토대로 해당지역의 지층구조를 파악하고, 위험요소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원인을 판독할 예정이다.

 위험요소가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 보수·보강 작업을 실시한다.

 울산시 관계자는 "싱크홀이 발생하는 경우 복구작업이나 터파기 과정에서 더욱 깊이 함몰된 것처럼 보여질 수 있다"며 "시민들이 불안감을 느끼지 않도록 정확한 조사와 대응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 싱크홀 예방을 위한 시스템 마련 필요

 전문가들은 사후 처리에 급급할 것이 아니라 하수도 누수를 사전에 알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대부분 하수관로 매설이나 도로공사가 주변 지반을 고려하지 않고 실시되는 경우가 많다. 특히 도면대로 실제 시공이 이뤄졌는지를 꼼꼼히 점검하는 일도 쉽지 않다는 것이 대다수 전문가의 설명이다.

 또 강수량 등의 기상변화와 울산과 인접한 양산단층에서 잇따라 발생하고 있는 지진 등으로 지반이 약해졌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에 싱크홀 사고 예방을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기초공사를 실시할 때부터 지반의 조건을 고려해 설계를 하고, 시공관리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KAIST 건설환경공학과 이승래 교수는 "하수관로 공사나 도로공사를 시작할 때부터 정확한 지반조사를 실시한 뒤, 이에 맞는 설계를 해야 한다"며 "주변 지반을 고려하지 않은 채 공사를 마무리할 경우 또다시 싱크홀이 발생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UNIST 도시환경공학부 김병민 교수는 "싱크홀 예방을 위해서는 노후 배관에 대한 조사와 배관 위치 정보 수집 등을 통해 배관교체작업을 실시해야 한다"며 "배관을 교체하지 못하는 상황이라면 주변 토지를 조사해서 지반보강작업을 시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piho@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