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대학살의 신' 공연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그동안 부부 연기를 많이 했을 거라고 관객분들이 생각하시는데 온전한 부부로 나온 건 이번이 처음이에요. 이혼한 부부(뮤지컬 '키스 미 케이트'), 결혼하기 직전 연인(뮤지컬 '맘마미아!')으로 호흡을 맞췄긴 했는데 연극에서 완전한 부부를 연기하네요. 연극을 해보니 '왜 남경주'라고 하는지 알것 같아요."(최정원)
"최정원 씨와 28~29년 정도 가까이 함께 하며 콤비로 불리는데 연극 무대에 함께 서게 되니 색다른데 든든합니다."(남경주)
'뮤지컬계 최불암·김혜자'로 통하는 남경주·최정원이 6년 만에 돌아온 라이선스 연극 '대학살의 신'에서 부부를 연기하고 있다.
지식인의 허상을 유쾌하고 통렬하게 꼬집는 작가 야스미나 레자의 작품이다. 2009년에 세계 양대 공연상인 토니상과 올리비에상을 휩쓸었다.
11세 두 소년이 놀이터에서 싸우다 한 소년의 이 두 개가 부러지는 사고가 발생, 때린 소년의 부모인 알렝과 아네뜨가 맞은 소년의 부모인 미셸과 베로니끄의 집을 찾아오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자신의 출연 작품 목록의 90% 이상이 뮤지컬이라는 남경주는 "늘 연극을 하고 싶었다"며 "두 달 가까이 작업을 했는데, 뮤지컬은 노래·춤 등 표현 방식이 다양하지만 내용이 비교적 단순하죠. 연극은 훨씬 더 복잡해 탐구가 많이 필요합니다"라고 전했다.
"이 작품이 끝나고 나면 저도 배우로서 한번 더 도약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정신이 고양되고 강화되는 작업이 되고 있어 너무 기분이 좋아요."
역시 작품 출연 목록의 대부분이 뮤지컬인 최정원이 연극에 데뷔한 건 2004년 극단 산울림 임영웅 예술감독이 연출한 '딸에게 보내는 편지'.
미셸·베로니끄 부부를 연기하는 송일국·이지하 콤비도 남경주·최정원 콤비 못지 않다.
연극 '나는 너다', 뮤지컬 '브로드웨이 42번'가를 통해 무대를 경험한 송일국은 진중함을 벗고 코믹한 미셸을 맡아 연기 변신을 꾀했다. 수많은 연극 무대를 통해 동아연극상 등을 받은 탄탄한 연기 내공의 이지하가 송일국의 능청스런 호흡을 척척 받아낸다.
공연계에서 중고신인이라고 스스로를 소개한 송일국은 공연계의 "최불암·김혜자인 남경주·최정원 선배와 동아연극상을 거머쥔 이지하 선배님과 한무대에 서게 돼 영광"이라며 "그간 소극장 무대에 대한 공포가 있었는데 이젠 설렌다"고 웃었다.
'대학살의 신'은 중산층 가정의 부부답게 고상하고 예의 바르게 시작됐던 네 주인공의 만남과 대화가 거듭될수록 유치찬란한 설전으로 변질되는 과정을 절묘하게 포착한다. 종국에는 눈물 섞인 진흙탕 싸움으로 치닫게 되고 가면 안에 가려져 있던 우리의 민낯이 까발린다.
신시컴퍼니가 제작하고 윤색·드라마트루그는 오세혁, 연출은 김태훈이 맡았다. 오는 7월23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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