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집 원장 "수사결과 발표 후에 입장 밝히겠다"
【고양=뉴시스】이경환 기자 = 경기 고양시의 한 시립어린이집에서 교사들이 아이들을 학대했다는 주장이 제기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23일 경찰과 학부모 등에 따르면 고양시 일산 A어린이집 B교사는 지난달 25일 "만2세반 C교사가 아이들을 학대했다"며 경찰과 아동전문기관 등에 고발했다.
당시 어린이집 측은 "만 2세반을 담당하는 두 교사가 다투는 과정에서 이런 증언이 나온 것 같다. 관련 기관에 신고가 됐으니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고 학부모들에게 입장을 밝혔다.
학부모 D씨는 "당시 학부모들은 아이들이 힘들지 않게 도와 달라는 원장의 말을 믿고 기다렸지만 수사는 진척을 보이지 않았고 원장의 태도도 달라져 학부모들이 직접 나서 어린이집 내에 설치된 CC(폐쇄회로)TV를 확인하게 됐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어린이집 측은 학부모들에게 개인정보보호를 위해 CCTV 영상을 밖으로 유출하거나 외부에 알리지 않는 등의 조건을 내걸어 어린이집 내에서만 확인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
학부모 측은 "영상을 확인하면서 교사가 낮잠을 자는 아이의 가슴을 누르거나 식판으로 때리고 양치질 컵에 담겨 있는 물을 얼굴에 붓는 등 학대가 의심되는 영상을 다수 확보했다"며 "영상 속 음성녹음이 되지는 않았지만 아이들이 다같이 깜짝 놀라는 걸 보면 큰 소리를 질러서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다문화 가정의 아이에게 학대가 다른 아이들에 비해 많았다고 학부모 측은 설명했다.
학부모 D씨는 "영상을 보면 아이들이 교사가 있을 때와 없을 때 하는 행동이 다르고 어린이집에 가기 싫다는 아이를 보냈던 것 때문에 너무 화가 나고 가슴이 아프다"며 "교사들이 힘들까봐 학부모들이 돌아가며 당번제로 어린이집에서 봉사활동까지 해왔는데 너무 큰 배신감이 든다"고 토로했다.
이어 "상황이 이렇지만 해당 어린이집은 아무렇지 않게 운영되고 있고 한달이 넘도록 고양시도, 경찰도 수사 진척사항에 대한 이야기가 없어 학부모들의 마음만 답답한 상태"아라고 하소연 했다.
현재 C교사도 "B교사가 아이들을 학대했다"는 취지로 고발했고 어린이집 측은 서로 아동학대 정황이 있다고 주장하는 두 교사 모두 고발한 상태다.
A어린이집 원장은 뉴시스와 통화에서 "만 2세반을 담당하는 두 교사가 서로 아동학대를 주장해 모두 고발했고 현재는 출근을 하지 않는 상태"라며 "수사기관의 결과가 나오지 않은 상태여서 공식적인 입장을 밝힐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어 "수사결과에 따라 책임을 질 사람들이 책임을 지면 될 문제"라며 "이 사건 이후에 학부모들이 자주 찾아와 CCTV 확인을 하면서 1~3층 규모에 132명의 아이들 뿐 아니라 어린이집 교사들도 심적 고통을 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경찰 관계자는 "CCTV 영상이 방대해 수사가 마무리 되는데까지는 시간이 걸리고 있는 상태"라며 "수사가 마무리 되는대로 아동기관과 학부모 등과 협의를 거쳐 검찰에 송치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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