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속에 시계가 숨어있다···'안녕하세요, 시간입니다'

기사등록 2017/06/20 12:15:12 최종수정 2017/06/20 15:04:44
【서울=뉴시스】신효령 기자 = "대부분의 사람들은 시간이 그들과는 아무 상관도 없이 그저 외부에서 흘러간다고 생각한다. 시간은 그냥 존재하므로 우리가 거기에 적응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런데 나는 조금 다른 시각 속으로 초대하고 싶다. 시간은 외부에서 일어나는 현상일 뿐 아니라 우리의 의식에서 생겨나는 현상이기도 하다. 특히 두뇌 연구에서 밝혀진 사실들은 우리의 인식과 습관에 커다란 변화를 줄 수 있다."(8쪽)

'우연의 법칙', '행복의 공식' 등으로 베스트셀러 작가에 등극한 독일의 과학저널리스트 슈테판 클라인이 쓴 '안녕하세요, 시간입니다'가 국내 번역 출간됐다.

뇌과학과 심리학의 최신 연구 결과들을 통해 평소 우리가 시간에 관해 궁금해하던 문제들을 설명한 책이다.

시간의 비밀을 파헤치고자 자기 자신을 실험 대상으로 삼은 사람이 있다. 1962년, 스물세 살의 프랑스 청년 미셸 시프레이다.

그는 남알프스의 빙하 동굴에서 시계 없이 두 달간 생활해보기로 한다. 세상과 완전히 격리된 어두운 공간에서 자신의 시간감각이 어떻게 변하는지 확인하고 싶었던 것이다.

밖에서 전화로 시프레의 일거수일투족을 전해 듣던 친구들은 그가 24시간 30분 주기로 생활하고 있음을 알았다. 그러나 정작 본인은 동굴에 들어간 지 얼마 되지 않아 시간감각을 잃어버린 상태였다. 10분 정도 지났다고 생각했는데 30분이 지나 있기도 했고, 잠깐 눈을 붙였다고 생각했는데 8시간이 훌쩍 지난 적도 있었다.

마지막 날 친구들이 환호성을 지르며 동굴로 내려왔을 때 시프레는 어리둥절했다. 그의 계산에 따르면 실험이 끝날 때까지 아직 25일이나 남아 있었던 것이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우리의 몸과 마음이 각기 다른 방식으로 시간을 느끼기 때문이다. 우리의 몸속에는 시계가 숨어 있다.

우리는 이 '생체시계'가 만들어내는 신체의 시간에 따라 졸리기도 하고 잠이 깨기도 하며, 활발해지기도 하고 나른해지기도 한다. 이 시계는 태어날 때부터 죽을 때까지 채 몇 분도 달라지지 않는다. 시프레의 생체시계에서 하루는 24시간 30분이었다. 캄캄한 동굴 속에서도 그가 24시간 30분 주기로 생활했던 건 그 때문이다.

시프레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 우리는 신체의 시간을 잘 느끼지 못한다. 우리의 의식은 몸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시간을 느낀다. 우리는 지루한 일을 할 때는 시간이 더디게 간다고 느끼고, 재미있는 일을 할 때는 빨리 간다고 느낀다. 이런 식으로 의식이 지각하는 시간을 '내면의 시간'이라 부른다.

시프레가 시간을 착각했던 건 일체의 외부 자극이 사라진 탓에 내면의 시간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즉, 시간에는 세 가지 차원이 있는 것이다. 우리 바깥에서 흐르는 물리적 시간, 우리의 몸이 느끼는 신체적 시간, 우리의 의식이 느끼는 내면의 시간.

주목해야 할 것은 내면의 시간이다. 물리적 시간이 흐르는 속도는 우리가 조종할 수 없고, 신체의 시간은 잘 느껴지지 않는다. 그러나 내면의 시간은 고정되어 있지 않고 유동적이다. 따라서 각자의 생각과 태도에 따라 내면의 시간이 흐르는 속도를 조절할 수 있는 것이다.

"시간과 관련된 수많은 놀라운 현상 중 특히 매력적인 것은 바로 이것, 시간이 흐르고 있음을 의식함으로써 시간을 연장시킬 수 있다는 사실이다"(77쪽)

하루를 24시간에서 25시간으로 늘릴 수 있는 사람은 없지만 그 24시간을 받아들이고 느끼는 능력, 활용하는 능력은 사람마다 다르다. 책의 말미에서 저자는 시간 활용법 6단계를 제시한다. 유영미 옮김, 264쪽, 뜨인돌, 1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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