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퇴할 만 한 일 아냐" 정면돌파 의지
인사청문회 '버티기' 성공할지 미지수
【서울=뉴시스】표주연 기자 = 안경환(69)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자신에게 쏟아진 각종 비판에 대해 고개를 숙였다. 그러나 안 후보자는 자진사퇴 가능성을 일축하며 인사청문회까지 정면돌파 하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보이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안 후보자가 '버티기'에 돌입하면서 험난한 인사청문회를 맞을 것으로 보고 있다. 사실상 실제 임명이 어렵다고 전망하는 기류도 상당한 상태다.
안 후보자는 16일 기자회견을 자청해 사과했다. 안 후보자는 "저의 오래 전 개인사는 분명히 저의 잘못이고 죽는 날까지 잊지 않고 사죄하며 살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안 후보자는 사죄, 불찰, 송구 등의 단어를 수차례 사용하면서 깊이 머리를 숙였다.
안 후보자에게는 ▲음주운전 고백 ▲아들 징계 압력 ▲저서 여성비하 ▲일방적인 허위 혼인신고 등 의혹과 논란이 제기된 상태다.
이중 결정타는 허위 혼인신고였다. 안 후보자는 1975년 교제하던 여성의 동의 없이 도장을 위조해 허위로 혼인신고를 했다가 혼인 무효확인 판결을 받은 적이 있다.
서울가정법원 판결문에 따르면 안 후보자는 1975년 12월21일 A씨와 혼인신고를 했다. A씨는 혼인무효 확인 소송을 제기했고 다음해 2월26일 혼인무효 확인 판결이 내려졌다. 당시 재판부는 안 후보자가 혼인신고가 돼 있으면 A씨가 자신을 어쩔 수 없이 사랑하게 되고 혼인을 할 것이라고 막연히 생각하고 A씨의 도장을 위조 날인해 일방적으로 허위 혼인신고를 했다고 판시했다.
그러나 안 후보는 인사청문회까지 완주의지를 강하게 드러내고 있다. 안 후보는 '매우 잘못한 일은 맞지만, 사퇴할 정도의 일은 아니다'라는 논리를 세워 청문회를 정면돌파 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이날 안 후보는 수차례 사죄의 뜻을 밝히면서도 "학자로 살아온 제 인생이 전면적으로 부정되는 것은 온당치 못한 일"이라는 역설했고 "사퇴할 정도의 책임을 져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조금 달리 생각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특히 안 후보는 검찰개혁과 법무부 탈검사화 등 새정부의 중점과제를 거론하며 "국민들이 기회를 주시면 장관직을 수행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를 두고 법조계에서는 안 후보자가 새정부의 높은 지지율을 믿고 '버티기'에 돌입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인사청문회가 열리더라도 '가시밭길'을 걸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은 가운데, 실제 임명이 이뤄지기는 사실상 어려운게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검찰 출신 한 변호사는 "허위혼인 신고 문제는 본인은 사퇴할만한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이야기했지만 국민들이 그렇게 생각할지 의문"며 "검찰에는 국민들 눈높이에서 개혁하라고 하면서 정작 본인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다면 잘되겠느냐"라고 말했다.
다른 한 변호사는 "본인이 자진사퇴는 없다고 했으니 일단 지켜봐야할 것"이라고 말한 뒤 "인사청문회가 시작되면 무사히 임명까지 버틸 수 있을지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본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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