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이지예 기자 = 영국 노동당이 8일(현지시간) 조기총선으로 '화려한 부활'을 알렸다. 의석이 대폭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면서 제러미 코빈 대표가 이번 선거의 최대 수혜자로 떠올랐다.
◇ 제1당 안돼도 의석 대폭 확대 전망
현지 언론들이 이날 개표 종료 후 발표한 출구조사 결과에 따르면 보수당이 총 314석을 얻어 승리할 전망이다. 노동당은 266석 확보로 제1당 등극엔 실패하지만 이전(229석)보다 무려 37석이나 의석 확대가 예상된다.
최종 개표 결과가 비슷하게 나온다면 보수당은 총선에서 이기고도 혼란에 휩싸인다. 과반(326석) 달성 실패는 물론이고 이전(330석)보다 의석이 크게 줄기 때문이다. 반면 노동당은 '절반의 승리'를 거뒀다고 자축할 만하다.
코빈은 출구조사 결과가 나온 직후 성명을 통해 "노동당이 영국 전역에서 너무나 많은 지지를 얻었다"며 "최종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우리의 긍정적 캠페인은 정치를 더 나은 방향으로 변화시켰다"고 강조했다.
보수 일간 텔레그레프마저 코빈의 선전을 인정했다. 이 매체는 "테리사 메이 총리의 조기 총선 제안으로 보수당은 입지가 크게 축소됐다"며 "노동당엔 상당한 반전, 코빈에게는 행운"이라고 평가했다.
보수당이 실제로 과반을 못이루면 연정 구성을 시도할 전망인데 브렉시트(유럽연합(EU) 탈퇴)를 둘러싼 이견으로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일각에선 노동당이 다른 야당들과 '진보 연정'을 구성할 거란 시나리오까지 나온다.
◇보수당 헛발질 사이 지지율 격차 20%p→1%p
코빈은 '사생결단'의 자세로 이번 선거에 임했다. 메이가 4월 조기총선을 요청했을 때 모두가 노동당 참패를 경고했지만 기꺼이 이를 받아들였다. 초반 보수당과의 지지율 격차는 최대 25%p에 달했지만 막판 최소 1%p까지 축소됐다.
코빈은 열악한 여건 속에서도 '정권 교체'를 목표로 했다. 그는 철도, 우편 등 인프라 재 국유화, 부자 증세, 복지 투자 확대 등 '좌파' 공약을 내걸었다. 유세 기간 엔 총 1만1200km 거리를 돌며 영국 전역을 훓었다.
보수당이 '치매세'(주택 보유 노인에 지원 축소) 공약 논란과 TV토론 거부 등으로 헛발질하는 사이 노동당은 서서히 힘을 냈다. 지지율이 2015년 9월 코빈의 대표 취임 이후 최고 수준이란 평가가 나오기까지 했다.
총선 막판 맨체스터 자살폭탄 테러와 런던브리지 테러가 잇달아 터지자 노동당은 한층 더 강하게 보수당을 견제하고 나섰다. 코빈은 보수당 정권의 무리한 경찰 인력 긴축이 이 같은 사단을 낳았다고 맹비난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코빈의 열정적이면서도 진실한 '올드 스타일' 사회주의자 선거 운동이 통했다"며 "남부와 런던 등 대도시들에서 이전 선거들보다 노동당에 많은 표를 줬다"고 평가했다.
◇ '강경 좌파' 코빈, 브렉시트 이후 부진 극복
코빈은 그동안 속앓이를 많이 했다. 노동당은 작년 6월 브렉시트 국민투표 당시 잔류를 지지했다가 낭패를 봤다. 이후 '비전이 부재하다'는 비판 속에 지지율이 급락했고 2020년 총선 승리는 벌써 물건너갔다는 지적을 받았다.
국민투표 패배 이후 코빈은 당내에서 사퇴론에 휘말렸다. 그는 같은 당 의원들로부터 불신임까지 받는 굴욕을 겪었지만 작년 9월 대표직 경선에서 기사회생으로 살아 남았다.
코빈은 영국의 대표적 '강경 좌파'다. 노동당은 2012년 총선에서 보수당에 연패하자 노동당 중에서도 가장 강성인 코빈을 대표로 세웠다. 코빈은 30년간 노동당 의원직을 유지하며 긴축반대, 복지 확대, 국유화 등을 주장했다.
코빈은 메이 총리의 '하드 브렉시트'(EU 단일시장 탈퇴) 방침을 폐기하고 보다 우호적인 자세로 EU와의 협상에 임하겠다 했다. 한편으론 '소수가 아닌 다수'의 정부를 만들겠다며 '불평등 해소'라는 시대정신을 파고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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