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이지예 기자 =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브렉시트(유럽연합(EU) 탈퇴) 협상력 강화를 위해 감행한 조기 총선 '도박'은 결국 집권 보수당에 화살이 돼 돌아왔다.
8일(현지시간) 총선 출구조사에 따르면 보수당은 과반(326석)에 못미치는 314석 확보가 예상된다. 이대로라면 제1당 지위를 유지하더라도 이전(330석)보다 의회 장악력이 크게 약화된다.
메이는 두달 전 직접 조기 총선을 제안했다. 이미 다수당이던 보수당의 의석을 더 늘려 자신의 브렉시트 협상 권한을 늘리겠다는 전략이었지만 총선은 그의 리더십에 치명타를 입혔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메이가 조기총선 도박으로 엄청난 역풍을 맞았다"며 "브렉시트 협상에 확실성을 가져다 주기는커녕 메이 총리의 도박이 영국 정치에 또 다른 혼란의 시기를 유발했다"고 지적했다.
일간 인디펜던트는 예상을 뒤엎고 보수당이 과반 의석 이상을 확보하지 않는한 메이의 대표직 유지는 힘들어 보인다며 "보수당은 불필요한 총선을 열어 의석을 잃은 메이를 용서할 수 없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 선거 전략 실패에 공약 논란· 연쇄 테러까지
메이 사퇴론은 이미 제기되고 있다. 보수당 내부에선 당초 20%포인트에 달하던 노동당과의 지지율 격차가 막판 1%포인트까지 좁혀지자 메이를 향한 볼멘소리가 진작부터 터져 나왔었다.
조기 총선을 제안할 때만 해도 메이는 안정적 지지율을 누렸다. 그는 EU와의 브렉시트 협상을 흔들림없이 준비하면서 신뢰도가 높아지자 자신있게 조기총선 승부수를 띄웠다.
메이는 전달 20일 트위터를 통해 "6석 이상 잃는다면 난 이번 선거에서 패배한 것이다. 제러미 코빈 노동당 대표가 유럽과의 협상장에 앉을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그는 더 많은 의석을 잃을 위기에 처했다.
판세는 메이의 뜻과는 반대로 흘러갔다. 그는 '개인적 인지도'에 지나치게 의존해 선거 운동을 펼친다는 비판을 받았다. 야권의 TV토론 제안도 거부했다. 당 역시 노인복지 축소로 인식될 수 있는 공약으로 논란을 빚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총선을 코 앞에 두고 영국 역사상 최악의 테러가 연쇄적으로 발생했다. 지난달 22일 맨체스터 아레나 자살폭탄 테러에 이어 이달 3일 런던브리지 테러가 터지면서 보수당의 안보 대응 역량이 구설수에 올랐다.
◇ 캐머런에 이어 또 자충수···당내 리더십 의문 제기
결국 메이는 데이비드 캐머런 전 총리에 이어 보수당에 또 한 번 자충수를 안겼다. 캐머런은 2015년 재집권 성공에 도취돼 무리하게 브렉시트 국민투표를 추진했다가 EU 탈퇴가 결정되자 모든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
보수당이 이번 총선에서 과반 달성에 실패했다고 집권을 못하는 건 아니다. 다른 정당들과 손잡고 연립정부를 구성할 수도 있고 상황의 여의치 않을 경우 소수 정부 출범을 강행할 수도 있다.
이 과정에서 메이가 큰 영향력을 발휘하긴 쉽지 않을 전망이다. 제1야당인 노동당에선 이미 그에 대한 사퇴 압박이 시작됐다. 보수당 일각에서도 또 다른 재총선에 대비해 메이 대신 새 대표를 세울 때가 됐다는 주장이 나온다.
보수당 소속인 조지 오스본 전 재무장관은 "2년 전보다 나쁜 결과가 나와 정부를 구성하기 불가능해 진다면 장기적 관점에서 메이가 보수당 리더로 생존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차기 보수당 대표로는 보리스 존슨 외무장관과 엠버 러드 내무장관이 거론된다. 존슨은 런던 시장 출신으로 브렉시트 전략 구축을 책임져 왔다. 러드는 영국 역사상 3번째 여성 내무장관을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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