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에너지·교통 정책 병행되지 않으면 효과 없다"
"中 고강도 자구책에 미세먼지 줄었지만 국내는 늘어"
"환경부, 외교부 일 안하고 산자부는 기업 통제 못해"
"기존 석탄발전소는 가동 중지, 신규 시공 취소해야"
【서울=뉴시스】임종명 기자 = 정부가 미세먼지 종합대책을 발표한 지 1년이 지났지만 전문가들은 실효성에 대한 의구심을 여전히 지우지 못한다. 이들은 미세먼지 문제 해소를 위해 우선 국내 오염원부터 줄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이기영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국산 배출먼지부터 관리를 해야 한다"며 "미세먼지 대책에 환경부만 나서선 안 된다. 에너지 발전 과정이나 디젤 차량 등 교통 부문에서 배출되기 때문에 환경 정책뿐 아니라 교통 정책, 에너지 정책이 병행돼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별 효과가 없다"고 강조했다.
대기오염 대책 마련을 위한 비영리단체 '기후솔루션'에서 활동하는 이소영 변호사도 "수도권 등 우리나라 대기질을 개선하는 것이 국내 미세먼지를 줄이는 데 가장 직접적인 역할을 한다"며 "국내 대책 없이 중국만 거론하는 것은 공허한 이야기"라고 지적했다.
최열 환경재단 대표는 "우리나라는 1988년 서울 올림픽 때 홀짝제도를 시행했다. 목욕탕도 못 열게 했다. 공기가 실제로 좋아졌다"며 "프랑스 파리에서 대기오염이 심해졌을 때 '내일부터 공장 가동 제한한다', '홀짝제도 시행한다' 등의 대책이 있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아무것도 없다. 석탄 발전도 원전도 계속 하겠다는 식"이라고 비교했다.
외국의 경우 미세먼지 대책을 위해 벌금 부과를 비롯한 강력한 대책을 운영하고 있다.
독일의 경우 미세먼지 환경기준을 24시간 평균 50㎍/㎥, 연간평균 40㎍/㎥으로 규정한다. 만약 환경기준을 초과했음에도 해당 지역 관할행정청이 아무런 개선조치를 취하지 않을 경우 이 지역 거주자는 '건강권 침해'를 이유로 관할 행정청에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도심지역에서는 낡은 경유차 등 오염물질 고배출 자동차의 출입을 제한하는 환경지역(LEZ)을 설정해 운영 중이다.
일본은 자동차 배기가스에 섞여있는 질소산화물이나 미세먼지 등에 의한 대기오염을 방지하기 위해 개개인의 자동차 배출가스 규제, 연료품질 규제를 시행하고 있다. 지난 2003년부터 수도권의 일부 지자체인 사이마타현, 치바현 등을 중심으로 배출 허용 기준을 초과한 디젤 차량은 운행을 전면 금지시키고 있다. 위반할 경우에는 차량소유주의 이름을 공개하고 50만엔(한화 약 550만원)의 벌금을 부과한다.
동북아 미세먼지의 주요 원인이라고 지목받는 중국도 자구책을 마련해 운영하고 있다.
중국은 2015년 8월 대기오염방지법을 전면 개정했다. 이 법은 관련 위법행위 종류를 90개 이상 열거하는 등 역사상 가장 엄격한 법안으로 평가받고 있다.
베이징은 자동차 운전자들에게 '교통유발 부담금'을 부과한다. 도심 진입 차량에 혼잡통행료 명목으로 하루 최고 50위안(한화 약 9000원)의 '스모그 세금'을 물리고 있는 등 엄격한 단속으로 미세먼지 농도가 점차 줄어들고 있다.
염형철 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은 "중국은 실시간으로 세계 곳곳의 대기오염 정보를 제공하고 베이징, 톈진, 허베이 지역 미세먼지 수준을 줄이기 위해 석탄 사용량을 절반으로 줄이고 차량 숫자를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염 사무총장은 "그 기간 동안 우리나라는 무엇을 한 건가. 국내 미세먼지 농도가 2012년 41㎛/㎥로 저점을 찍었다가 지금은 45㎛/㎥로 늘었다. 이건 연간 평균이지 봄철 기준으로 따지면 더 심각하다"며 "미세먼지 절반 이상이 중국 영향이라면 중국 미세먼지가 줄었을 때 국내 미세먼지는 별도의 노력없이도 줄었어야 하는데 왜 늘었냐는 것"이라고 정부를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환경부, 외교부가 일하지 않은 것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기업을 통제하지 못한 것이다"라고 단언하고 "아직 착공되지 않거나 공정률이 낮은 당진에코파워, 강릉에코파워 등 9기의 석탄발전소 시공 계획을 취소해야 한다. 가동 중인 석탄발전소는 가동률을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jmstal01@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