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 미세먼지③]중국산이냐 국내산이냐…논란 언제까지

기사등록 2017/05/03 14:35:00 최종수정 2017/05/03 15:57:50
【서울=뉴시스】이영환 기자 = 미세먼지 수치가 나쁨을 나타내고 있는 1일 오전 서울 여의도 일대가 뿌옇다. 2017.05.01.  20hwan@newsis.com
올 1분기 '주의보 발령' 횟수, 지난해보다 72%나 늘어
 초미세먼지 농도 평균치 최근 3년 새 가장 나쁜 수준
 정부, 미세먼지 주 원인으로 中 지목…외교적 해결 강조
 전문가들 "미세먼지-중국 역학관계 따지기 어려워" 반박
 "국산 미세먼지가 첫째, 中 수입산 먼지가 두번째" 주장도

【서울=뉴시스】고범준 기자 = 미세먼지 농도가 나쁨을 보인 29일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에서 바라본 서울 도심이 뿌옇게 보이고 있다. 2017.04.29.  bjko@newsis.com
【서울=뉴시스】임종명 기자 = 최근 수년간 대기질 수준이 점차 나빠지고 있다. 올해 1분기(1~3월) 전국 미세·초미세먼지 주의보 발령 횟수는 130회로 지난해보다 무려 72%나 늘었다. 

 국립환경과학원 대기질통합예보센터도 같은 기간 초미세먼지 농도 평균치(32㎍/㎥)가 최근 3년 새 가장 나쁜 수준이라고 발표했다. 2012년까지 감소세를 보였던 서울 시내 연간 평균 미세먼지 농도는 2013년 이후 계속 악화됐다.

 환경부에 따르면 미세먼지 발생원은 크게 자연적인 것과 인위적인 것, 두 가지로 구분된다.

 흙먼지, 바닷물에서 생기는 소금, 꽃가루 등은 자연적인 미세먼지 발생원이다. 인위적 발생원은 공장 등에서 화석연료를 태울 때 생기는 매연, 자동차 배기가스, 건설현장 등에서 발생하는 먼지, 소각장 연기 등이다. 

【서울=뉴시스】박주성 기자 = 환경운동연합이 20일 오전 서울 광화문 교보문고 앞에서 "2022년까지 미세먼지 절반으로" 10만 청원 12개 지역 동시 기자회견 및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환경운동연합은 차기 대통령에게 2022년까지 미세먼지를 지금의 절반수준으로 줄이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미세먼지 정책을 마련하고 실천할 것을 촉구할 예정이다. 2017.04.20.  park7691@newsis.com
배출된 가스가 공기 중 수증기나 암모니아와 만나 화학작용을 일으켜 미세먼지가 되는 경우도 있다. 수도권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 전체의 3분의2가 이같은 화학반응을 통해 만들어진 것들이다.

 기후 역시 하나의 요인이다. 편서풍 지대에 위치한 우리나라는 중국 대기질 영향권 아래 있다. 중국의 대기질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봄에는 건조한 지표면 등의 영향으로 황사를 동반한 고농도 미세먼지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겨울의 경우 난방 등 연료 사용이 증가하기 때문에 미세먼지 농도가 높다. 심지어 두 계절은 강수량조차 낮다. 한반도 주변에 자주 형성되는 대륙성 고기압으로 인한 대기 정체도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이에 비해 여름은 장맛비를 통한 대기오염물질 세정효과로 미세먼지 농도가 비교적 줄어든다. 대기 순환이 원활한 가을에도 비슷한 수준이다.

【서울=뉴시스】최동준 기자 = 19일 서울 종로구 감사원 앞에서 환경운동연합 회원들이 미세먼지 주범 신규 석탄발전소 승인 강행에 대한 감사원 감사청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17.04.19.  photocdj@newsis.com
정부는 국내 미세먼지의 주된 원인이 중국 때문이라고 강조한다.

 2001~2006년 국내 미세먼지 농도는 51~61㎍/㎥였으나 '수도권 대기환경관리 기본계획(2005~2014년)' 시행 이후 감소세를 보였다. 2013년부터 황사가 빈발하고 인접 국가의 급속한 산업화로 미세먼지 유입이 늘었다는 주장이다.

 2013년 정부 관계부처가 합동으로 발표한 '미세먼지 종합대책'에 따르면 중국에서 발원하는 초미세먼지가 국내 대기오염에 미치는 영향은 30~50%로 수준이었다.

 올해 1~2월 중국의 초미세먼지 농도는 지난해에 비해 48% 짙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환경부도 수도권 초미세먼지의 86%가 중국발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서울=뉴시스】최동준 기자 = 네이버 카페 ‘미세먼지 대책을 촉구합니다’(이하 미대촉)가 2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중국발 미세먼지에 대한 대책을 촉구하는 집회를 하고 있다.  2017.04.02.  photocdj@newsis.com
중국의 산업화로 인해 대기오염물질이 급증한 것은 사실로 보인다. 2014년 중국의 석탄 및 기름, 가스 소비량은 2007년에 비해 각각 25%, 41%, 154%로 늘었다. 2000년대 들어 급증한 중국 내 자동차수는 최근 2억만대 상당에 달한다.

 그러나 많은 전문가들이 미세먼지의 원인을 온전히 중국 탓으로만 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이기영 교수는 "언론에 보면 초미세먼지는 무조건 중국발로 표현된다. 대선 후보들은 미세먼지 문제는 중국과 이야기해 해결하겠다고 한다"며 "우리나라 미세먼지 농도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한국에서 배출되는 국산 미세먼지가 첫째이고, 여기에 얼마가 됐든 중국에서 흘러오는 수입산 배출먼지가 두번째"라고 강조했다.

 국내 화력발전소와 자동차 배기가스 등도 미세먼지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에 대중교통 이용, 에너지 절약 등 국내 발생 원인부터 줄이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염형철 환경연합 사무총장은 "우리가 길을 잃었을 때 가장 먼저 해야 하는 것은 가던 길을 멈추고 자신의 현재 위치를 파악하는 것이다. 당황해서 무조건 달리거나 외치면 상황이 더 나빠진다"며 "미세먼지 대책 역시 제대로 된 진단 없이 관행적 주장 등으로 일관하면 문제 해결이 어려워진다"고 지적했다.

 염 사무총장은 "중국발 미세먼지의 영향이 30~82%란 환경부 주장을 국민 대다수가 믿고 있는데 이 부분에 대한 과학적 연구는 거의 없는 상황"이라며 "중국과 외교전을 벌여 미세먼지를 해결하겠다는 대선 후보들 이야기는 위험하다. 중국과의 역학관계를 따져 책임 묻기가 쉽지 않아 성과를 낼 가능성도 없다고 생각한다"고 회의적으로 진단했다.

 jmstal01@newsis.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