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빅볼'과 '스몰볼' 조화로 두산 울린 힐만의 SK

기사등록 2017/04/21 22:30:59
【인천=뉴시스】김희준 기자 = SK 와이번스의 '빅볼'과 '스몰볼' 조화가 돋보인 한 판이었다.

 SK는 21일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의 경기에서 홈런 세 방과 다양한 작전에 힘입어 9-4로 승리했다.

 경기 초반 두산과 팽팽히 맞설 수 있었던 것은 홈런의 힘이 컸다.

 올 시즌 팀 홈런 선두를 질주 중인 SK는 경기 초반 '홈런 군단'의 면모를 아낌없이 뽐냈다.

 김강민과 최정, 한동민이 돌아가면서 타구를 담장 밖으로 날려보냈다.

 1-1로 맞선 3회말 선두타자로 나선 김강민은 상대 선발 마이클 보우덴의 2구째 시속 144㎞짜리 직구를 통타, 마수걸이 중월 솔로포를 작렬했다.

 이후 1사 주자 없는 상황에 타석에 들어선 최정은 바뀐 투수 김명신의 초구 슬라이더를 노려쳐 시즌 7호 솔로 홈런을 신고했다.

 3-3까지 따라잡힌 6회말 리드를 가져갈 수 있었던 것도 홈런 덕분이었다. 6회 선두타자로 나서 두산 구원 투수 홍상삼을 상대한 한동민은 5구째 슬라이더를 받아쳐 오른쪽 담장을 넘기는 솔로포(시즌 5호)를 작렬했다.

 '홈런 군단'의 힘을 아낌없이 선보이던 SK는 8회말 '스몰볼'을 구사했다. 스퀴즈 번트 등으로 상대 내야를 교란시키면서 3점을 올렸다.

 6회말 SK는 정의윤의 볼넷과 이재원의 번트 때 나온 상대의 야수 선택으로 무사 1, 2루를 만들었다. 기록은 야수 선택이었지만, 투수 김강률의 실책성 플레이도 있었다.

 힐만 감독은 타석에 들어서려던 김성현을 따로 불러 뭔가를 지시했다. 타석에 들어선 김성현은 페이크 번트 앤 슬래시를 시도했다. 안타가 되지는 않았지만, 주자들을 한 루씩 진루시키는데 성공했다. 상대 내야를 흔드는 효과도 노린 듯 했다.

 계속된 1사 2,3루에서 박승욱은 스퀴즈 번트를 시도했다. 3루 주자 정의윤이 3루 베이스에서 멀찌감치 떨어져 있다가 박승욱의 타구가 투수 앞으로 느리게 굴러가자 번개같이 홈으로 파고들었다. 두산 내야는 갑작스러운 스퀴즈 번트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 작전 성공이었다.

 이어 타석에 들어선 정진기는 1, 2루수 사이에 바운드가 큰 타구를 날렸다. 1루수 오재일이 달려가서 공을 잡아 투수에게 송구했지만 송구가 정확하지 않았다. 게다가 정진기가 한 발 빨랐다.

 이 때 3루에 있던 이재원은 홈을 밟아 SK에 6-4 리드를 안겼다. 발이 빠른 박승욱은 그 사이 3루로 나아가 추가점을 뽑기 유리한 상황을 만들었다.

 '스몰볼'은 계속됐다. 1사 1, 3루에서 나주환은 강공에서 번트로 전환해 1루 쪽으로 번트를 댔다. 나주환의 의도대로 타구는 1루수 쪽으로 굴러갔고, 그 사이 3루에 있던 박승욱이 홈으로 들어왔다.

 두산 투수 김강률이 타구를 잡아 급히 홈으로 송구했지만 정확히 태그가 되지 않으면서 박승욱은 세이프됐다. 나주환도 1루에 살아남았다.

 중심타선 차례가 돌아오면서 SK는 다시 '빅볼'을 선보였다. 최정이 삼진으로 물러났지만, 이어진 2사 1,2루에서 김동엽이 원바운드로 좌중간 펜스를 맞추는 2타점 적시 2루타를 날렸다. SK는 9-4까지 앞서며 승부를 갈랐다.

 지난해 팀 홈런 2위(182개)를 차지한 SK는 홈런이 아니면 점수를 뽑지 못하는 것이 고민거리였다.

 지난 시즌을 마친 뒤 SK는 플레이에 세밀함을 더해줄 수 있는 감독을 물색했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메이저리그와 일본프로야구를 두루 거친 힐만 감독이었다.

 힐만 감독은 SK 사령탑으로 취임하면서 "SK가 보인 강점을 최대한 살리면서, 세밀함을 더하겠다"는 각오를 드러냈다.

 이날 두산전은 힐만 감독을 선임하면서 SK가 바랐던 부분이 한 눈에 드러난 경기였다.

 힐만 감독은 경기를 마친 뒤 "오늘 경기에서 필요한 순간에 선수들이 좋은 플레이를 펼쳐줬다. 캠프 때 연습했던 플레이지만, 실제 경기에서 익숙하지 않은 플레이다"며 "선수들이 잘 실행해 준 것에 대해 자랑스럽다"고 칭찬했다.

 이어 "앞으로도 득점 상황에서 다양한 플레이를 통해 점수를 얻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jinxijun@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