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현지시간) 틸러슨 장관은 ABC뉴스와의 인터뷰를 통해 "이번 (시리아 화학무기 사태)의 가장 큰 실패는 2013년 시리아 아사드 정권의 화학무기 폐기 협약을 보증한 러시아가 이를 지키지 못했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러시아가 무능했다는 점은 확실하다"고 꼬집었다. 틸러슨은 앞서 지난 6일에도 미국이 시리아에 순항미사일 공격을 단행한 배경에 대해 러시아의 무능함을 거론한 바 있다.
러시아에 대한 틸러슨의 강경발언은 친러성향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행정부에서 러시아에 대해 나온 가장 비판적인 발언이라고 뉴욕타임스(NYT)는 분석했다. 그도 그럴 것이 트럼프 대통령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 대통령을 "강력한 지도자"라고 우호적인 모습을 보여왔기 때문이다.
NYT는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과 러시아가 친구가 될 수 있다는 몽상에서 깨어나고 마찰과 불신이라는 '정상상태'로 복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버락 오바마 전 행정부 당시 백악관국가안보회의(NSC)에서 중동전문가로 활동했던 필립 H 고든 미 외교협회(CFR) 선임연구원은 "트럼프의 '러시아와 친구가 됩시다' 공약은 미국의 이해관계와 상충했다. 모두가 눈물로 끝날 것을 예측했었다"라며 미국과 러시아의 관계 '정상화'는 "불가피(Inevitable)"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틸러슨은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17년 간 친분을 쌓아왔을 뿐 아니라 2012년 러시아 정부훈장 '우정훈장(Order of Friendship)'을 받을 정도로 친 러시아 인물임에도 불구하고 러시아에 대한 비난을 삼가지 않았다는 점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다만 틸러슨은 러시아의 '무능함'을 꼬집으면서도 시리아 화학무기 사태를 러시아 탓으로 돌리는 것에 대해서는 다소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그는 "러시아가 이번 화학공격을 시리아와 공모했다는 결론을 내릴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도 "러시아는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의 최대 동맹국인 것은 사실이므로, 아사드가 화학무기를 사용하는 것에 대해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이어 "앞으로 러시아가 아사드와의 관계를 재고하기를 바란다"라며 "(화학무기 사용과 같은) 끔찍한 사태가 벌어질 때마다 러시아의 책임은 더욱 커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틸러슨 장관은 ABC뉴스의 조지 스테파노풀로스 앵커가 러시아의 미국 대선 개입의혹에 대해 물어봤을 때도 이를 부인하지는 않았다. 그동안 트럼프 측근들이 '러시아 대선 개입'을 강경 부인했던 것과 상반된다.
틸러슨 장관은 "러시아가 미국뿐만아니라 유럽에서 진행되고 있는 선거에도 유사한 전략을 사용하는 것은 우리 관계를 개선하는 희망을 모두 악화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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