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일리는 한 때 트럼프 대통령의 '정적'이었지만 트럼프에 의해 유엔 주재 미국 대사로 깜짝 발탁됐다. 워싱턴포스트(WP)는 헤일리의 거침 없는 직설적인 발언들이 트럼프의 외교 정책을 가늠해볼 수 있는 선도적 역할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WP는 하나의 사례로 지난 3월 30일 뉴욕 외교협회(CFR)에서 열린 헤일리 강연을 꼽았다. 헤일리는 이 자리에서 바샤르 알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 축출이 미국 정부의 우선순위에 있지 않다고 말했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그동안 시리아 반군을 지원해온 점을 고려할 때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변화를 예고한 것이다.
헤일리 대사는 "다시 그(시리아) 문제에 깊게 개입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헤일리는 시리아 분쟁이 6년째 접어들었지만 아사드 대통령의 지위는 흔들리지 않았다며, 이제 미국은 다른 문제에 신경을 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헤일리는 우크라이나 사태, 이스라엘 정책에 대해서도 과감하고 직설적인 화법을 구사했다. 그는 지난 2월 2일 유엔 안전보장회의에서의 첫 공개적인 발언에서 러시아가 병합한 크림반도를 우크라이나에 반환하지 않으면 러시아에 대한 제재는 해제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이같은 발언은 트럼프의 친러시아 성향에는 배치되는 것이었다. 헤일리는 "우리는 러시아와 관계 개선을 원하지만 우크라이나 동부의 비참한 상황은 러시아의 행동에 대해 분명하고도 강력한 규탄을 필요로 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외교정책을 대변하되 자신의 생각도 분명히 밝히겠다는 것을 보여준 셈이다.
헤일리는 지난달 27일 워싱턴에서 열린 미국의 친 이스라엘 로비 단체인 '미국·이스라엘 공공정책위원회(AIPAC)' 정책 컨퍼런스에선 이스라엘을 적극적으로 옹호해 환대를 받았다. 지난 2일 A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는 "우리는 중국이 행동으로 옮기도록 계속 압박을 가할 예정"이라며 "중국은 북한을 규탄한다는 내용의 성명만 내지 말고 결정적인 행동을 보여 줄 때가 됐다"라고 말했다.
인도계 이민자 가정에서 성장한 헤일리는 2011년부터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지사로 활동했으며 지난해 11월 말 트럼프에 의해 유엔 주재 미국 대사로 지명됐다. 헤일리는 지난 대선에서 마르코 루비오 상원의원을 지지했으며 그가 사퇴한 뒤에는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을 밀었다. 반면 트럼프에 대해서는 반대 입장을 명확히 했다.
WP는 헤일리가 유엔 주재 미국 대사에 임명되기 전까지 외교적 경험이 없었다며, 직설적인 화법을 구사하는 것은 이와 무관하지 않다고 전했다. 또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이 예상보다 몸을 낮추는 행보를 계속하고 있는 가운데, 헤일리 대사가 트럼프 외교정책의 중심으로 눈길을 끌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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