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떠날때까지 기름 생채기'…동거차도, 진실 인양은 국민과 한 뜻

기사등록 2017/03/26 15:45:58
【진도=뉴시스】류형근 기자 = 지난 2014년 4월16일 침몰한 세월호가 처참했던 당시 상황을 말해 주듯 찢기고 녹슨 채 3년여만에 모습을 드러냈다. 반잠수선에 실린 세월호가 26일 오후 전남 진도군 동거차도 인근 사고해역에서 목포신항까지 87㎞ 마지막 항해를 앞두고 있는 가운데 인근 해상에는 기름이 둥둥 떠있다. 2017.03.26.    hgryu77@newsis.com
【진도=뉴시스】류형근 기자 = "기름이 미역 양식장을 망쳐 놓았지만 3년만에 동거차도 해상을 떠나는 세월호 참사의 진실이 꼭 밝혀질 수 있도록 마음을 모을게요"

 26일 오후 세월호가 완전 인양돼 동거차도 해상을 떠난다는 소식을 들은 전남 진도군 조도면 동거차도 어민들.

 이들은 세월호가 인양되는 과정에서 유출된 기름이 미역양식장을 덮쳐 1년 농사를 망치게 된 상황을 한숨으로 지켜봤다.

 세월호가 인양된 뒤 본격 수확에 나설 계획이었지만 이마저도 할 수 없게 된 상황에 망연자실 했다.

 기름을 머금지 않은 미역이라도 채취하기 위해 바다로 나서는 어민들도 있었다.

 동거차도 어민들의 생활터전인 미역양식장과 세월호 침몰지점은 1㎞ 남짓 떨어져 있다.

【진도=뉴시스】류형근 기자 = 세월호가 참사 1073일만에 인양되고 있는 가운데 23일 오전 전남 진도군 동거차도 해상에서 어민들이 기름 유출을 방지하기 위해 오일펜스를 설치하고 있다. 2017.03.23.  hgryu77@newsis.com
 참사 당시에도 어민들은 미역 수확을 뒤로하고 승객 구조에 앞장섰다.

 또 세월호에서 유출된 기름이 양식장을 덮쳐 막대한 피해를 입혔지만 미수습·희생자의 마음을 헤아려 숨죽인 채 언제 끝날지 모르는 구조활동과 세월호 인양작업을 누구보다 가까운 곳에서 지켜봤다.

 이어 세월호가 3년만에 인양돼 동거차도를 떠난다는 소식에 터전을 되찾을 수 있을 것 같은 마음에 기뻐하기도 했다.

 하지만 세월호는 마지막 순간까지 기름을 유출시켰고 미역 양식장을 덮치는 피해를 입혔다.

 무엇보다 세월호가 머금고 있는 바닷물을 빼는 과정에서 더 많은 기름이 나와 조류를 타고 양식장으로 가는 것을 본 어민들은 팔짱을 낀 채 한숨만 쉬었다.

【진도=뉴시스】류형근 기자 = 23일 오전 전남 진도군 동거차도 해상에서 어민들이 미역 양식장 상태를 살펴보고 있다. 2017.03.23.  hgryu77@newsis.com
 하지만 어민들은 세월호 참사를 탓하지 않았다. 충분히 예상됐음에도 제대로 대처를 하지 못한 정부를 원망하며 미역 수확도구 대신 방제포를 어선에 가득싣고 바다로 향했다.

 김도웅(55)씨는 "세월호 참사때 미역 수확을 포기했는데 올해도 망친 것 같다"며 "뭘 먹고 살아야 할 줄 모르겠다"고 한숨을 쉬었다.

 또 다른 어민은 "미역은 동거차도의 생계 수단인데 수확을 못하게 됐다"며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뒷짐만 지지 말고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 주길 바랄 뿐이다"고 말했다.

 한 어민은 "1년 농사를 또 망쳤지만 세월호 참사를 탓하고 싶지는 않다"며 "동거차도를 3년만에 떠나는 세월호에 9명의 미수습자가 있고, 진실이 밝혀지길 바라는 것은 다른 국민들의 마음과 다르지 않다"고 이야기했다.

 hgryu77@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