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답자 89% "인사분야의 개선 가장 많이 필요"
【서울=뉴시스】신효령 기자 = 우리 나라 판사 10명 중 9명은 '법관 독립을 보장하기 위해 현재의 사법행정 시스템을 개선해야한다'고 생각한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대법원 국제인권법연구회는 25일 서울 연세대 광복관 국제회의장에서 학술대회를 갖고 이런 내용의 설문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날 행사는 임종헌(58·사법연수원 16기) 법원행정처 차장이 행사 축소를 지시했다는 의혹이 불거져 사임하면서 많은 주목을 받았다.
앞서 국제인권법연구회는 지난달 전국 판사 2900여명을 대상으로 '국제적 관점에서 본 사법독립과 법관인사제도'를 주제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이날 공개된 설문 결과는 이 중 총 501명이 답변한 내용을 담고 있다.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 중 96.6%는 '법관 독립을 보장하기 위해 개선이 필요한 사법행정 분야가 있다'고 답변했다. 이 중 89%는 '인사분야가 개선돼야 한다'고 답했다.
또 45%가 넘는 판사들은 '주요 사건에서 상급심 판결에 반하는 판결을 하거나 주요 사건에서 행정부 또는 특정 정치 세력 정책에 반하는 판결을 한 경우 불이익을 받을 우려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법원장·법원장 등 사법행정권자의 정책에 반하는 의사표시를 한 법관이 보직·평정·사무분담에서 불이익을 받을 우려가 없다'는 설문에 '공감한다'는 답변은 11.8%에 불과했다. '공감하지 않는다'는 답변이 88.2%로 압도적으로 높았다.
또 '소속법원 법원장의 권한을 의식하는 편인지'를 묻는 설문에는 무려 91.8%는 '그렇다'고 응답했다.
소속 법원의 판사 회의가 적절하게 기능하고 있는지 묻는 설문에서는 86.3%가 '적절하게 작동하고 있지 않다'고 답했다.
특히 고위직 법관 출신, 법원행정처 출신이 대법관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도 문제로 꼽혔다.
실제 1970년 이후 임명된 대법관 81명 중 법원행정처 차장 출신은 21명으로 25.9%에 이른다. 1대부터 32대 법원행정처 차장 중 23명이 대법관(71.9%), 4명이 헌법재판관(12.5%)이 됐다.
이를 개선할 방법으로 64.3%는 '각 법률가 직역·국회·법관 등의 대표로 후보추천위원회를 구성함으로써 대법원장 관여를 줄이도록 대법관 제청절차를 수정해야 한다'고 답했다.
한편 법원행정처는 판사들의 사법개혁 움직임을 막으려 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했다. 대법관을 지낸 이인복(61·11기) 사법연수원 석좌교수가 위원장을 맡아 법관 6명과 함께 조사에 나선 상태다.
이 연구회 학술대회와 설문조사 공개를 앞두고 일선 판사들의 사법개혁 움직임을 법원행정처 고위 간부가 저지하기 위해 압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이 불거졌기 때문이다.
임 차장이 지난달 법관 정기인사에서 법원행정처 심의관으로 발령 난 A판사에게 이 학술행사를 축소하도록 부당한 지시를 내렸다는 게 의혹의 골자다. 파문이 확산하자 지난 17일 임 차장은 사의를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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