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까운 후문 통제한 탓에 정문까지 먼 길 돌아가야
이은재 의원 등 현장 방문 "골목길 주민에 돌려줘야"
【서울=뉴시스】변해정 기자 = 박근혜 전 대통령의 서울 삼성동 자택 앞에서 매일 열려온 지지자들 집회가 인근 초등학교 등·하교 시간대엔 금지된 첫 날인 17일.
그러나 이들이 인도(人道)를 내주지 않은 탓에 아침 등굣길 학생들과 학부모들의 불편은 여전했다.
박 전 대통령 자택 옆 삼릉초등학교(삼릉초) 1학년생 아들(8)을 둔 김모(35·여)씨는 "경찰이 뒤늦게라도 조치해줘 시끄러웠던 동네가 조금은 나아질 거라 기대한다"면서도 "보행자 도로를 뚫어주지 않으면 별 소용이 없다. 폴리스라인(질서유지선)이 있다해도 차도로 다니는 상황은 변함이 없다. 아이 혼자서 안전하게 다닐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저학년 딸 등굣길에 동행한 30대 추정 여성은 "과연 조용해질까요"라고 되물은 뒤 "차도로 다니게 해놓고 안전 조치했다고 얘기할 수 있냐. 계속 불안하다. 시위자도 경찰도 언론도 다 동네에서 나가줬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박 전 대통령의 자택 정문에서 삼릉초 후문까지는 열 걸음 정도로 코 닿을 거리다. 하지만 경호와 안전상의 이유로 후문을 통제한 상태다.
맞벌이하는 아들·며느리를 대신해 손녀딸(10)을 학교에 데려다 준다는 박모(75·여)씨는 "5분이면 갈 거리를 돌아가려니 불편하지. 경사가 져있어서 노인네는 더 힘들어. 숨이 차"라고 토로했다.
자녀 두 명을 등교시키던 이재연(41·여)씨는 "등·하교 시간대만이라도 후문을 열어줬으면 좋겠다. 사정을 모르는 바 아니지만 언제 끝날지 모르니 더 답답할 뿐"이라며 발걸음을 옮겼다.
바른정당 이은재(강남구병) 의원과 김명옥 강남구의회 의원이 이날 등굣길 현장을 방문하기도 했다.
이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학생의 안전 보호가 제일 중요하다"며 "학교도 지역 사회도 학생의 안전을 최우선 삼아 대책을 세우는 데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경찰은 '박근혜지킴이결사대'가 신고한 집회에 대해 통행 불편이 심하고 주민과 아동 안전에 위험을 초래한다는 이유로 제한을 통고했다.
학생들 등교 시간인 오전 7~9시, 하교 시간인 낮 12시~오후 3시엔 집회를 열 수 없다. 학교 수업 시간에는 확성기 등 음성증폭장치 사용을 불허하고, 당초 신고해놓은 집회 인원 20명을 초과하지 못하도록 했다. 집회 구역도 박 전 대통령 자택 앞 담벼락으로 한정했다.
친박(친박근혜)단체 '자유통일유권자본부'가 자택 앞 30m에서 4월13일까지 열겠다고 신고한 집회는 불허했다.
hjpyun@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