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 공식화 임박…앞으로 협상 절차는?

기사등록 2017/03/14 11:03:38
【런던=AP/뉴시스】테레사 메이 영국 총리가 17일(현지시간) 연설을 통해 브렉시트 협상 계획을 발표한다. 사진은 런던 시청 앞에 설치된 영국 국기와 유럽연합(EU)기. 2017.1.17.
【서울=뉴시스】이지예 기자 = 영국 상·하원이 13일(현지시간) 유럽연합(EU) 탈퇴를 위한 협상 개시 법안을 승인하면서 이달 말 '브렉시트'가 공식화될 예정이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는 의회 승인을 마침에 따라 오는 27일 이후 협상 시작을 위한 '리스본 조약 50조'를 발동하겠다고 밝혔다. 다음은 BBC방송이 정리한 앞으로의 협상 절차다.

◇ 리스본 조약 50조란

 이 조항은 EU가 탈퇴 희망국이 나올 경우에 대비해 마련했다. 2009년 EU 헌법을 대신하기 위해 체결한 리스본 조약에 포함돼 있다. 도입 당시 28개 회원국 모두가 이 조항에 서명했다.

 조항은 EU를 떠나기로 결정한 회원국이 유럽이사회(EC)에 이 같은 의사를 통지한 뒤 2년 동안 탈퇴 협상을 진행하도록 규정해 놨다. 회원국 전체가 동의하지 않는 한 협상 기한은 늘릴 수 없다.

 협상은 '가중 다수결'에 따라 탈퇴국을 제외한 EU 27개 회원국 72%(해당 국가들 인구의 65%)가 승인해야 타결된다. 떠나는 나라는 협상이 진행되는 동안 자국 탈퇴와 관련한 EU 논의에 참여할 수 없다.

 조항 작성자는 아이러니하게도 영국의 존 커 상원의원이다. 그는 회원국에서 쿠데타 등이 발생했을 때에나 이 조항이 활용될 줄 알았다며 브렉시트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 향후 협상 일정은

 영국 정부는 이달 말 리스본 조약 50조를 발동할 계획이다. EU는 4월 중 영국을 제외한 27개 회원국끼리 정상회의를 열어 EU 집행위원회에 영국과의 협상 권한을 부여한다.

 이후 EU 집행위원회는 EU 정상들이 합의한 협상 지침을 공개한다. 이 가이드 라인에 향후 EU와 영국의 무역 협정 협상에 관한 내용이 들어가는지 주목해야 한다.

 협상은 4~5월 안에 시작될 것으로 보이는데 올해는 EU 내 중요한 일정이 많아 순조로운 진행이 가능할진 미지수다. 프랑스 대선(4~5월), 독일 총선(9월) 등이 줄지어 있다.

【런던=AP/뉴시스】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8일(현지시간) 의회에서 열리는 총리질의응답을 위해 런던에 있는 총리실울 나오고 있다. 이날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 발동 법안이 압도적 찬성으로 하원을 통과했다.
 영국 정부는 올 가을께 EU 탈퇴와 관련된 법안을 마련할 전망이다. 같은 시기 현존하는 EU 법안을 영국법으로 대체하는 '대 폐지 법안'(Great Repeal Bill)도 도입된다.

 모든 절차가 원활히 이행된다면 2018년 10월께 협상이 마무리된다. 다만 EU 27개 회원국 합의를 전제로 협상 기한을 더 늘리는 방안을 추진할 수도 있다.

 기한 연장이 없다면 2018년 10월~2019년 3월 사이 영국 하원과 유럽이사회, 유럽의회 등이 일제히 최종 협상안에 대한 표결에 들어간다. 협상안이 타결되면 영국은 2019년 3월 EU를 공식 탈퇴한다.

◇ 협상 주요 내용은

 협상에서 다뤄질 내용은 아직 불분명하다. 영국은 EU와의 무역 협정이 협상에 포함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EU 정상들은 탈퇴 협상과 무역 협정은 별도로 처리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영국 내 EU 시민, EU 내 영국인의 권리 등에 관한 논의도 필요하다. 국경 안보, 유럽사법재판소(CEU)의 사법권 적용, 영국 주재 EU 기관들의 이전 등도 다뤄야할 문제다.

 이른 바 '이혼 합의금'으로 불리는 사안도 처리해야 한다. EU는 연금 등 영국이 회원국으로서 부담하기로 약속한 내역서을 들이밀며 약 500억 파운드(약 70조 원)를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EU는 미셸 바르니에 브렉시트 협상 대표를 필두로 협상팀을 꾸렸다. 영국에서는 전반적 책임은 메이 총리가 맡되 데이비드 데이비스 브렉시트 총리가 지원하기로 했다.

◇ 협상 기한 2년 충분할까

 영국 내에선 리스본 조약 50조가 규정한 대로 2년 안에 브렉시트 협상을 마무리 짓는 건 불가능하다는 우려가 높다. 일각에선 브렉시트는 10년 가까운 시간이 소요되는 문제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브뤼셀=AP/뉴시스】스테판 뢰벤 스웨덴 총리(왼쪽부터),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 조지프 무스카트 몰타 총리,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유하 시필레 핀란드 총리 등이 10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유럽연합(EU) 정상회의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2017.3.11.
 거스 오도넬 전 내각장관은 협상에 최소 5년이 걸린다고 예상했고, 피터 만델슨 전 EU 통상담당 집행위원은 5~10년이 소요되는 게 가장 현실적인 시간표라고 분석했다.

 2년 내 합의안이 마련되지 못하고 협상 기한도 연장되지 않으면 영국은 EU를 자동 탈퇴한다. 동시에 단일시장 접근권 등 영국이 EU 안에서 누리던 혜택도 종료된다. 이후 영국과 EU는 세계무역기구(WTO) 규정대로 교역을 한다.

 일부 의원들은 영국이 '벼랑 끝으로' 내몰리는 상황을 막기 위해 EU 탈퇴를 한 뒤에도 과도기를 설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적응 기간을 통해 단계적으로 협상안을 도입하자는 의견이다.

◇ 협상 시작하면 탈퇴 무를 수 없나

 리스본 조약 50조를 작성한 커 의원은 작년 11월 B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브렉시트를 취소할 수 없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그는 "절차가 진행되는 중 마음을 바꿀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커 의원은 "협상하는 동안 탈퇴 희망국이 떠나지 않기로 결정한다면 다들 시간 낭비라고 짜증을 내긴 할 것"이라며 "정치적 대가를 치르게 할 수도 있지만 법적으로 떠나라고 강요할 순 없다"고 말했다.

 현재까진 리스본 조약 50조에 따라 회원국이 EU를 탈퇴한 사례가 없다. 그만큼 조항을 어떤 식으로 해석하고 적용해야 하는 지 역시 명확하지 않다.

 사비에르 베텔 룩셈부르크 총리는 인디펜던트 인터뷰에서 "이혼 과정에서 '우리는 서로 사랑하기 때문에 도저히 헤어질 수 없다'는 말이 나올 수도 있다"고 브렉시트 불발 가능성을 제기했다.

 ez@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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