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는 의회 승인을 마침에 따라 오는 27일 이후 협상 시작을 위한 '리스본 조약 50조'를 발동하겠다고 밝혔다. 다음은 BBC방송이 정리한 앞으로의 협상 절차다.
◇ 리스본 조약 50조란
이 조항은 EU가 탈퇴 희망국이 나올 경우에 대비해 마련했다. 2009년 EU 헌법을 대신하기 위해 체결한 리스본 조약에 포함돼 있다. 도입 당시 28개 회원국 모두가 이 조항에 서명했다.
조항은 EU를 떠나기로 결정한 회원국이 유럽이사회(EC)에 이 같은 의사를 통지한 뒤 2년 동안 탈퇴 협상을 진행하도록 규정해 놨다. 회원국 전체가 동의하지 않는 한 협상 기한은 늘릴 수 없다.
협상은 '가중 다수결'에 따라 탈퇴국을 제외한 EU 27개 회원국 72%(해당 국가들 인구의 65%)가 승인해야 타결된다. 떠나는 나라는 협상이 진행되는 동안 자국 탈퇴와 관련한 EU 논의에 참여할 수 없다.
조항 작성자는 아이러니하게도 영국의 존 커 상원의원이다. 그는 회원국에서 쿠데타 등이 발생했을 때에나 이 조항이 활용될 줄 알았다며 브렉시트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 향후 협상 일정은
영국 정부는 이달 말 리스본 조약 50조를 발동할 계획이다. EU는 4월 중 영국을 제외한 27개 회원국끼리 정상회의를 열어 EU 집행위원회에 영국과의 협상 권한을 부여한다.
이후 EU 집행위원회는 EU 정상들이 합의한 협상 지침을 공개한다. 이 가이드 라인에 향후 EU와 영국의 무역 협정 협상에 관한 내용이 들어가는지 주목해야 한다.
협상은 4~5월 안에 시작될 것으로 보이는데 올해는 EU 내 중요한 일정이 많아 순조로운 진행이 가능할진 미지수다. 프랑스 대선(4~5월), 독일 총선(9월) 등이 줄지어 있다.
모든 절차가 원활히 이행된다면 2018년 10월께 협상이 마무리된다. 다만 EU 27개 회원국 합의를 전제로 협상 기한을 더 늘리는 방안을 추진할 수도 있다.
기한 연장이 없다면 2018년 10월~2019년 3월 사이 영국 하원과 유럽이사회, 유럽의회 등이 일제히 최종 협상안에 대한 표결에 들어간다. 협상안이 타결되면 영국은 2019년 3월 EU를 공식 탈퇴한다.
◇ 협상 주요 내용은
협상에서 다뤄질 내용은 아직 불분명하다. 영국은 EU와의 무역 협정이 협상에 포함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EU 정상들은 탈퇴 협상과 무역 협정은 별도로 처리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영국 내 EU 시민, EU 내 영국인의 권리 등에 관한 논의도 필요하다. 국경 안보, 유럽사법재판소(CEU)의 사법권 적용, 영국 주재 EU 기관들의 이전 등도 다뤄야할 문제다.
이른 바 '이혼 합의금'으로 불리는 사안도 처리해야 한다. EU는 연금 등 영국이 회원국으로서 부담하기로 약속한 내역서을 들이밀며 약 500억 파운드(약 70조 원)를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EU는 미셸 바르니에 브렉시트 협상 대표를 필두로 협상팀을 꾸렸다. 영국에서는 전반적 책임은 메이 총리가 맡되 데이비드 데이비스 브렉시트 총리가 지원하기로 했다.
◇ 협상 기한 2년 충분할까
영국 내에선 리스본 조약 50조가 규정한 대로 2년 안에 브렉시트 협상을 마무리 짓는 건 불가능하다는 우려가 높다. 일각에선 브렉시트는 10년 가까운 시간이 소요되는 문제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2년 내 합의안이 마련되지 못하고 협상 기한도 연장되지 않으면 영국은 EU를 자동 탈퇴한다. 동시에 단일시장 접근권 등 영국이 EU 안에서 누리던 혜택도 종료된다. 이후 영국과 EU는 세계무역기구(WTO) 규정대로 교역을 한다.
일부 의원들은 영국이 '벼랑 끝으로' 내몰리는 상황을 막기 위해 EU 탈퇴를 한 뒤에도 과도기를 설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적응 기간을 통해 단계적으로 협상안을 도입하자는 의견이다.
◇ 협상 시작하면 탈퇴 무를 수 없나
리스본 조약 50조를 작성한 커 의원은 작년 11월 B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브렉시트를 취소할 수 없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그는 "절차가 진행되는 중 마음을 바꿀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커 의원은 "협상하는 동안 탈퇴 희망국이 떠나지 않기로 결정한다면 다들 시간 낭비라고 짜증을 내긴 할 것"이라며 "정치적 대가를 치르게 할 수도 있지만 법적으로 떠나라고 강요할 순 없다"고 말했다.
현재까진 리스본 조약 50조에 따라 회원국이 EU를 탈퇴한 사례가 없다. 그만큼 조항을 어떤 식으로 해석하고 적용해야 하는 지 역시 명확하지 않다.
사비에르 베텔 룩셈부르크 총리는 인디펜던트 인터뷰에서 "이혼 과정에서 '우리는 서로 사랑하기 때문에 도저히 헤어질 수 없다'는 말이 나올 수도 있다"고 브렉시트 불발 가능성을 제기했다.
ez@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