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소추 사유 중 언론자유 침해…헌재 "증거 없어"
【서울=뉴시스】김승모 기자 = "국회 등 헌법기관에 의한 견제나 언론 등 민간에 의한 감시 장치가 제대로 작동할 수 없었다."
헌법재판소(헌재)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소추 사유 가운데 언론자유 침해를 인정하지 않았지만, 2014년 발생한 이른바 '정윤회 문건' 유출 사건을 빗대 일침을 가했다.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세계일보는 2014년 11월 비선실세 의혹이 담긴 청와대 문건을 입수해 보도했다. 정윤회 문건 유출 사건이다. 박 전 대통령 의원 시절 비서실장이던 정윤회(62)씨는 박근혜 정부 비선실세로 지목된 최순실(61·구속기소)씨의 전 남편이다. 파문이 일자 박 전 대통령은 당시 이를 '국기문란'으로 규정했고, 검찰은 문건 유출 경위를 수사했다.
이 과정에서 세계일보의 추가 보도를 막기 위해 정권의 고위 관계자가 세계일보 사주인 통일교 한학자 총재를 통해 조한규 당시 세계일보 사장의 해임을 요구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그러면서 2014년 11월 세계일보 정윤회 문건 유출 사건 당시에도 "박 전 대통령은 비선의 국정 개입 의혹은 거짓이고 청와대 문건 유출이 국기문란 행위라고 비판했다"고 밝혔다.
헌재는 이어 "박 전 대통령이 대외적으로는 최순실 존재 자체를 철저히 숨기면서 최씨의 국정개입을 허용했기 때문에 권력분립 원리에 따른 국회 등 헌법기관에 의한 견제나 언론 등 민간에 의한 감시 장치가 제대로 작동될 수 없었다"고 일침을 가했다.
오히려 헌재는 "국회나 언론의 지적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사실을 숨기고 관련자를 단속했다"고 지적했다.
헌재는 이같은 결과는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과 김종 전 문체부 2차관 등 공무원들이 최씨와 공모해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를 저질렀다는 등 부패범죄 혐의로 구속기소 되는 중대한 사태로 이어졌다"고 밝혔다.
언론자유 침해 부분은 박 전 대통령 탄핵소추 사유 가운데 가장 뜨거운 쟁점인 비선실세 국정농단 의혹이나 '세월호 7시간'처럼 많은 주목을 받지는 못했지만, 때에 따라 박 전 대통령의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돼 왔다.
헌재는 세계일보가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실에서 작성한 정윤회 문건을 보도한 사실, 박 전 대통령이 이러한 보도에 대해 "청와대 문건 외부 유출은 국기문란 행위이고 검찰이 철저하게 수사해서 진실을 밝혀야 한다"며 문건 유출을 비난한 사실은 인정했다.
하지만 "모든 증거를 종합하더라도, 세계일보에 구체적으로 누가 압력을 행사했는지 분명하지 않다"며 "박 전 대통령이 관여했다고 인정할 만한 증거는 없다"고 판단, 탄핵사유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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