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사드 보복 장기화하면 경제성장률 하락 불가피
美 따라 금리인상시 금융시장 불안·내수 침체 유발
이밖에 트럼프·남북 관계·EU 붕괴 등 리스크 상존
【서울=뉴시스】이근홍 기자 = 헌법재판소가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을 인용함에 따라 정치권과 관련한 리스크는 완화됐지만 여전히 우리경제는 동시다발적인 위기 앞에 놓여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13일 현대경제연구소는 '정치리스크의 상존과 STORM'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보고서는 경제적 측면에서 탄핵 결정은 다양한 위험 요인 중 하나가 해소된 것 뿐이라며 지나친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더불어 향후 현실화할 경우 한국경제에 큰 위협을 줄 수 있는 5대 리스크로 'STORM'(폭풍) 즉 ▲남북 관계의 경색(Strained relations between South and North Korea)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무역주의 불확실성(Trump uncertainty) ▲유럽연합(EU) 체제 붕괴의 시작 (Onset of EU collapse) ▲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대한 보복(Retaliation over THAAD) ▲주택담보대출(Mortgage debt)의 부실화 가능성 등을 꼽았다.
현 시점에서 한국경제에 가장 위협이 되는 것은 사드 리스크다.
한국이 사드 배치 결정을 내린 뒤 중국 정부의 보복 조치가 강화되면서 한·중간 상호 경제적 우호 관계가 크게 훼손되고 있다.
특히 중국은 화장품·식품 등 일부 소비재 수입과 한류를 차단하며 양국 교역을 축소하고 있고 롯데 등 특정 기업에 대한 보복, 한국 관광 금지 조치도 서슴지 않고 있다.
만약 중국 정부의 보복 조치가 전면적인 방향으로 확산될 경우 한국산 중간재 수입 제한, 한국 관광 전면 금지,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폐기 등으로 사태가 확산될 가능성도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한국의 대중국 수출 의존도는 25%, 관광 부문은 50%에 달하기 때문에 현재 수준의 보복 조치가 장기화되더라도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크게 낮아질 수 있다고 평가했다.
가계부채 리스크 역시 미국 금리인상 기조와 맞물려 우리경제를 위협하고 있다.
지난해말 기준으로 가계신용에서 예금기관의 주담대가 차지하는 비중은 무려 42%다.
문제는 현재 한국의 기준금리는 1.25%인데 올해 미국이 기준금리를 3차례 이상 인상할 경우 한국과 미국간에는 금리 역전 현상이 발생한다.
결국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우리나라도 미국을 따라 기준금리를 인상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인데 이는 시장금리 상승과 대출자금에 대한 이자상환 부담으로 이어진다.
최악의 경우에는 주택시장 유입 시중 유동성 차단→주택거래 냉각 및 주택가격 급락→주택담보비율 하락→가계 디폴트 급증→소비 침체→내수 침체의 악순환을 야기할 수 있다.
주 연구실장은 "고정금리 대출 및 분할상환 대출 비중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부채의 건전성을 개선하고 금리인상시 채무부담 급등을 방지해야 한다"며 "가계부채 리스크를 완화시키기 위해서는 투기수요 억제를 통해 부동산 시장의 경기 안정을 유도해야 하지만 급격한 부동산 시장 침체시 실물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투기 억제 정책의 단계적 시행 등을 통해 부동산 경기 연착륙을 도모한다"고 설명했다.
이밖에 현대경제연구원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출범 후 한미 FTA가 폐기될 경우 2017~2020년 한국의 대미 수출 손실액은 약 130.1억 달러, 고용감소분은 약 12만7000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또 북한의 핵실험, 미사일 발사 등과 같은 한반도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지속될 경우 한국경제의 안전성에 대한 대외적 인식이 부정적 영향을 받을 수 있고 영국에 이어 EU 체제에 회의적인 국가들이 탈퇴를 하면 대외의존도가 높은 한국경제도 위기를 겪을 것으로 전망했다.
주 연구실장은 "현재 한국경제를 위협하고 있는 리스크의 시급성과 위험성을 고려해 볼 때 지금부터라도 우리의 주된 관심을 정치적 이슈가 아닌 경제적 이슈에 집중해야 한다"며 "특히 5대 리스크 요인 중 대부분이 해외요인들이기 때문에 정부 경제정책의 중심은 대외 리스크가 국내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을 차단하는 쪽으로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lkh2011@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