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박진섭 서울에너지공사 사장 "대선후보들, 원전폐쇄 로드맵 발표해야"

기사등록 2017/03/13 08:00:00 최종수정 2017/03/28 08:57:18
원전하나줄이기 정책 실현 중책 부여
 원전 정리시점…안전성·해체비용 등도 고려해야
 4차산업혁명시대 기호도 중요…디자인 신경써야
 신재생에너지 보급·확산…시민참여에 성패 달려
 융합사업모델 개발…전기차 보급 획기적으로 늘릴터

【서울=뉴시스】박대로 기자 = "적어도 생각있는 후보라면 원전폐쇄 로드맵을 짜서 발표해야 한다. 원전을 대체할 수 있는 새로운 에너지와 기술이 나오는 시점에서 이 위험스러운 것을 계속 끌고 갈순 없는 일이다."

 서울에너지공사 초대 수장을 맡은 박진섭(53) 사장은 지난 10일 뉴시스와 가진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서울시는 목동·노원 열병합발전소 관리를 담당하던 SH공사내 '집단에너지사업단'의 기능을 분리, 신재생에너지를 종합적으로 다루는 기관인 '서울에너지공사'를 최근 신설했는데 박 사장이 초대 사장에 발탁된 것이다. 

 박 사장은 박원순 서울시장이 시민단체활동을 할 때부터 인연을 맺어온 환경분야 전문가로 박 시장의 '원전하나줄이기' 정책을 실현하는 중책을 맡았다.

 박 사장은 이날 인터뷰에서 박근혜 대통령 탄핵에 따른 5월 조기 대선을 앞두고 여야 각 정당의 대선주자들이 원자력발전소 폐쇄에 대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제 원전을 정리해야할 시점이 왔다. (이 문제는) 대선 전후로 정리해야 한다"며 "원전을 대체할 수 있는 새로운 에너지와 기술이 나오는 시점에서 이 위험스러운 것을 계속 끌고 가는 것, 그리고 해체에 비용이 얼마나 들지 모르는 것을 이대로 가져가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말했다.

 박 사장은 또 "원전은 우리나라 산업발전에 지대한 역할을 했다. 원전에 찬성하든 반대하든 인정해야 한다"며 "하지만 원전이 과대 포장돼있다는 것도 인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원전해체, 즉 폐로작업을 시작할 시점이 도래했다"며 "월성1호기 계속운전 허가 취소 요구를 법원이 받아들였으니 이제 (폐로를) 해야 한다. 실제 해체를 어떻게 하고 비용은 얼마나 드는지…. 우리나라는 5000억~8000억원으로 추산하는데 실제 해본 일본은 2조~3조원을 잡아놨다"고 우려했다.

 박 사장은 신재생에너지의 보급 확대를 위해 기능뿐아니라 디자인 측면을 고려해야 한다는 이색적인 의견도 내놨다.

 그는 "지금 신재생에너지 관련 제품들은 예뻐 보이지가 않는다"며 "스마트폰 구입시 성능을 따지는 사람도 있지만 디자인을 따지는 사람도 많다. 성능이 좋다고 사지는 않는다"고 꼬집었했다.

 이어 "앞으로 4차 산업혁명시대에는 시민이든 누구든 에너지를 생산하고 소비하고 팔기도 하는 시장이 열린다. 그런 면에서 시민들의 기호가 중요하다"며 "쉽게 말하면 태양광 모듈도 (형태나 디자인이) 10개 이상은 나와줘야 한다. 이런 모형도 있고 저런 모형도 있는데 뭘 선택할 것인지 물어봐야 한다. 그래야 시장이 형성된다"고 강조했다.

 박 사장은 그러면서 "에너지공사의 가장 큰 목표는 시민들의 기호성을 높이는 것이다. 그것을 만들지 못하면 그냥 공기업일 뿐"이라며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시민의 기호성을 높이는 역할을 하고 박 시장의 말대로 1가구 1태양광 정도를 설치할 수 있으려면 강요로 해서는 안 된다. 시민이 참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사장은 신재생에너지 보급과 확산의 성패는 시민 참여에 달려있다고도 말했다.

 그는 "신재생에너지로 전환하려면 정책적으로 추진할 것도 있지만 사람들이 관심을 갖게 해주는 뭔가가 있어야 한다. 그래야 시장이 열린다"며 "매번 보조로만 운영될 수 없다. 보조라는 것은 시장이 어느 정도 형성될 때까지만 유지해줄 수 있는 것이지 시장이 형성된다는 것은 결국 시민들이 참여한다는 것이다. 사고 팔고 관심을 갖는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시스】최진석 기자 = 박원순(왼쪽) 서울시장이 23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시청 신청사 다목적홀에서 열린 서울에너지공사 창립기념 행사에 참석해 박진섭 서울에너지공사 사장에게 깃발을 전달 뒤 함께 흔들고 있다. 2017.02.23.  myjs@newsis.com
또 "기술이 진보하고 있다. 불과 4~5년전만 해도 햇빛과 바람이 있을 때만 태양광과 풍력발전을 쓸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에너지저장장치가 나와서 낮에 태양광을 받아서 저장하고 나중에 쓰면 된다"며 "예를 들어 내가 전기차를 갖고 있으면 남는 전기를 팔 수 있는 시대가 열리는 것이다. 국가나 기업이 전기를 파는 것이 아니고 개인이 팔 수 있는 것"이라고 소개했다.

 박 시장은 아울러 "에너지 공급과 수요가 옛날에는 일방향이었다. 원전이나 화력발전으로 동해·남해·서해에서 주로 만든 전기가 긴 송전탑을 통해 서울로 온다"며 "그간 에너지 생산과 소비가 완전히 다르고 어마어마한 과정을 거쳐서 왔는데 앞으로는 내 가정에서 내가 전기를 생산해서 쓰고 남는 것은 팔고 저장하는 시대가 온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이것을 준비하지 못하면 글로벌시장에 참여할 수 없고 기후변화나 온실가스도 대응이 안 된다"며 "이런 시대로 가는 길목에 서 있고 누가 문을 열 것인가 하는 그런 시기에 와 있다"고 말했다.

 박 사장은 "이제 1인 발전기업도 가능하다. 자기가 공부하고 발전사업자가 돼 시민펀드나 크라우드 펀드로 돈을 모을 수 있다"며 "기본적으로 이자가 낮고 보조금이 있다"고 덧붙였다.

 박 사장은 서울시내 전기자동차 설비도 확충할 계획이다.

 그는 "우선 신재생 융합 전기차충전소 '솔라 스테이션(Solar Station)' 등 신재생에너지 융합 사업모델을 개발해 전기차 보급을 획기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라며 "올해는 전기차 3600대를 공급하고 2018년 1만대, 2020년 2만7000대 보급을 목표로 전기차사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서울은 미세먼지 등 대기오염 문제가 심각하기 때문에 이른 시일 내에 화석연료를 사용하지 않는 전기차 보급을 확대하는 것이 시급하다"며 "정부나 서울시가 전기차 구매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지만 저리로 돈을 빌려주는 전기차 금융지원상품 'EV론' 등도 공사가 개발해 지원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박 사장은 "일본에 가면 도쿄시민들이 서울시의 원전하나줄이기 정책에 관심이 엄청 많다"며 "에너지공사 설립은 이것을 지속적으로 하자는 것으로 중앙집중형이 아닌 지역적이고 분산적, 분권적인 에너지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daero@newsis.com